하청건설업체 소속 노동자의 체불임금을 원청업체가 대신 지급하는 길이 열렸다. 또 건설현장에 화장실·식당·탈의실 등 고용관련 편의시설 설치가 의무화되며, 건설업계의 숙원이었던 시공참여자제도도 폐지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19일 줄줄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대로 법이 시행되면 건설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온 불법 다단계하도급 관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환노위는 이날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건설근로자고용개선등에관한법 개정안(건설근로자고용개선법)’ 등 이른바 건설일용직노동자 보호법안을 처리했다. 또 시공참여자제도 폐지를 뼈대로 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도 같은 날 국회 건교위를 통과했다.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환노위를 통과한 근기법 개정안은 △불법하도급시에는 적법하게 계약한 직상수급인에게 하수급인이 사용자 노동자에 대한 임금지급의 연대책임 부과(위반시 벌칙 부과) △하수급인이 사용한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체불임금을 직상수급인 또는 원수급인이 대금 채무 범위 내에서 직접 지급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또 건설근로자고용개선법은 △‘건설근로자고용개선기본계획’에 임금·휴일·휴가·근로시간 등 근로기준법 준수에 관한 사항과 동절기 건설노동자 고용안정에 관한 사항을 포함시키고 △화장실·식당·탈의실 등 고용관련 편의시설의 설치 등을 의무화했으며 △건설공사 사업주가 퇴직공제에 당연가입하도록 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단병호 의원은 “이 법안들은 건설일용노동자의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고, 생존권을 보장하는 첫걸음”이라며 “양극화의 그늘에서 고통당하고 차별받는 이들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건교위를 통과한 시공참여자제도 폐지는 건설노동자들의 숙원 사항이었다. 시공참여자제도는 1996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발생 후 부실방지대책의 하나로 도입됐으나 이 때문에 건설현장에서는 불법하도급 관행이 확산되고 부실시공, 임금체불 등 문제점이 드러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시공참여자제도가 폐지되면 전문건설업체들은 현재까지 자신들과 도급계약 형태로 근로계약을 맺어오던 ‘팀장(속칭 오야지)’와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이영순 의원은 “시공참여자제도가 폐지되면 제도를 악용한 전문건설업체의 다단계하도급을 금지하고 전문건설업체 직영으로 공사를 진행하게 돼서 노동환경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공사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부실공사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건교위는 또 시공참여자 제도 폐지와 더불어 불법다단계하도급 근절을 위해 원도급사에 대해 건설현장 불법하도급 관리를 의무화하고 불법하도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이영순 의원안도 함께 처리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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