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입법예고를 앞둔 비정규직법 시행령이 벌써부터 논란이다.

시행령안도 최종 확정되지 않았는데, 노동계는 일찌감치 노동부가 기간제 2년 기간제한 예외 직종의 범위와 파견대상업무를 대폭 확대하려 든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논란이 일자 정부도 한발두발 물러섰다. 정부는 기간제법 시행령 시안에서 예외직종에 간호사와 교사 등을 포함시켰다가 노동계의 반발이 일자 서둘러 제외시켰다. 이어 정신보건간호사, 정신보건임상심리사도 제외했다. 정부는 20일 입법예고 때까지 몇 가지 직종을 더 제외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제외되는 직종이 늘어날수록 ‘예외’가 줄어드는 셈이다.

정부가 예외직종을 하나 둘 제외시키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도대체 모법(母法)인 기간제법이 어떠하기에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모법 제·개정 당시 정부·여당은 기간제법의 핵심으로 차별시정 절차 마련과 2년 사용기간 제한을 꼽았다. 민주노동당은 ‘사용사유 제한’ 포함을 끝까지 주장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사유제한을 둘러싼 논란은 막판까지 치열했다. 앙상한 논란이 전개되면서 대신 ‘전문직 특례’ 조항 등 다른 조항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차츰 사라졌다. 아쉬운 대목이었다.

역시 정부는 예리했다. 정부는 허점을 놓치지 않았다. 법 제정 당시 뚜렷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넘어간 ‘불씨’가 입법 1년도 지나지 않아서 ‘불길’로 살아난 셈이다.

법률은 국회가 만들지만 시행령 제·개정권은 정부에게 있다. 정부는 당장 노동계의 반발 등에 밀려 예외직종이나 파견대상을 줄일 수 있겠지만 언제라도 다시 늘릴 수 있다. 정부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비정규직 보호법’에 큰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는 정부를 탓하기 앞서 모법의 ‘부실 공사’ 여부를 살펴볼 문제이다.

자동차를 팔 때도 애프터서비스(A/S)는 기본이다. 하물며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률의 A/S 필요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아직까지 A/S할 시간은 많다. 국회는 기간제법에 ‘전문직 특례’를 포함시킨 입법 취지가 무엇이었는지, 파견법 개정의 취지와 당시 노사 의견접근 내용의 취지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소상히 밝혀야 한다. 필요하다면 법 개정도 검토해야 한다. 끝까지 책임지는 정치권을 보고 싶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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