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이석행위원장은 당선되자마자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임으로써 기대를 모았다. 대화와 타협을 하겠다거나, 머리띠를 넥타이처럼 매지 않겠다거나, 파업은 최후수단으로만 하겠다거나, 혹은 외부 훈수꾼들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한국노총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한국노총의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주었고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도 평소 호형호제하는 관계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국노총도 이석행 위원장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 이용득 위원장도 공개석상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리가 이처럼 기대를 가졌던 것은 이석행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 때문이 아니라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한국노총의 커다란 역사와 방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모든 언론이 관심을 보여준 것도 민주노총이 뒤늦게나마 그렇게 변화하여 한국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지 그 이상은 아닐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민주노총이 정말 속까지 변한 것일까, 아니면 고립을 피하기 위해 ‘쇼’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을 강하게 품고 있다. 만약 이석행 위원장이 지금까지 말한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온갖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이석행 위원장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석행 위원장은 현장대장정 중 영남대학교에서 강연하면서 김두한을 용역깡패 1호로 딱지 붙였다. 또한 그가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총을 만든 사람이라고 선동했다. 김두한은 우익청년단을 이끌고 공산당 기간조직인 전평의 철도파업 진압에 참가한 바는 있다. 그러나 그는 대한노총을 만든 사람이 아니었다. 돈 받고 파업을 파괴하는 ‘용역깡패’도 아니었다. 이 땅은 불행히도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기 전에 좌우정치대립으로 얼룩졌는데 김두한은 공산당이 공산혁명을 추구한 것처럼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우익의 편에 서서 정치활동을 했던 것이다. 공산혁명을 위한 기간부대로 활약했던 전평을 몰아내기 위해 대한노총이 우익의 정치부대로 역할을 했던 것과 유사한 것이다. 이 땅이 공산화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우리 민족이 그러한 좌우갈등을 떠안아야 했다는 사실이 불행할 뿐이다. 어느 한 입장에 서서 다른 편을 공격할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석행 위원장이 어느 한편의 이념을 옹호하여 그런 발언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석행 위원장은 한국노총을 공격하기 위해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87만 한국노총 조직의 대표로서 노사관계로드맵 합의 후 민주노총 간부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음에도 이석행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려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석행 위원장은 한국노총에 대해 민주노총의 흘러간 옛 노래를 다시 틀어대고 있다. 이쯤해서 이석행 위원장은 어떤 것이 자신의 진실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언론에 비친 그의 모든 행보가 더욱더 의혹의 눈길을 받게 될 것이다. 노동운동 동지로서 충고하는 것이지만 진실만이 오래 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또한 조직적 이해관계를 떠나서도 이 위원장에게 이 말은 꼭 남기고 싶다. 당신은 한때 한국노총 금속연맹의 교육부장으로서 한국노총의 역사와 조직의 전통과 명예를 위해 어떤 간부보다도 열심히 활동했었다. 민주노총의 야인으로 어려운 각고의 시절을 보낼 때도 항상 큰 힘과 용기를 주신 분이 박인상 위원장과 이용득 위원장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 한 때가 엊그제 아닌가!

한국노총은 위원장실에 민주노총 이수호전위원장의 시집을 묶음 째 두고, 방문하는 손님께 꼭 한 권씩 선물하고 있다. 솔직히 조직의 반발이 있음에도 그 일은 계속되고 있다.
‘장군의 아들 김두한’을 운운하면서 노동운동의 역사까지 왜곡하는 이석행 위원장 처신의 종착역은 과연 어디일까, 하는 의구심으로 오늘은 이쯤에서 마친다.

혹시 공산당 전위부대의 전평을 민주노총의 전신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으로 케케묵은 이념전쟁을 벌이자는 것이 속내인지? 아니면 제1노총에 눈이 먼 철부지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말아야 하는 건지?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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