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투자증권노조 조합원이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4일 밤 대한투자증권 조합원인 고 이종건 과장(34)이 회사 체력단련실에서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동료 직원들이 발견했다. 이 과장은 ‘죄송하다’는 짧은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 동료들에 따르면 고 이 과장은 하루 평균 14시간 이상 장시간 근무와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왔다. 사망 당시에도 휴일근무 중이었다. 고 이 과장은 지난해 말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3개월 요양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1개월 요양 후 밀려있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업무에 복귀했고 홈페이지 개편 프로젝트팀에 파견돼 휴일·연장근로를 계속해 왔다. 지난 3월 말까지 모든 업무를 마감하라는 지침이 내려졌고 이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는 게 동료들의 증언이다. 고 이 과장은 프로젝트팀에 파견된 후 “일이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억 대한투자증권지부 부지부장은 “하나지주회사로 편입된 후 노동강도가 2~3배는 높아졌다”면서 “금융지주는 오로지 수익을 높이는 데만 열을 올리고 노동자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하나지주 편입 이후 수시로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증권업무 외에 은행업무와 각종 캠페인까지 진행하는 등 이중 삼중으로 업무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 인원충원 없이 점포수가 40% 가까이 늘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9월 한 조합원이 대장암으로 사망했고, 하나증권과 영업양수도가 진행된 직후인 올해 2월에는 하나증권에서 전적해 온 조합원이 자택에서 돌연사 했다. 또 한 조합원은 현재까지 뇌졸중으로 요양 중이다.

노조는 올해 초부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조합원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또 시간외 수당 관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노조는 △회사의 업무상 재해 인정과 유족에 대한 보상 △전 직원에 대한 건강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 △시간 외 근무 축소와 연장근로 보상 △인력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번 사건은 명백히 회사에 의한 타살”이라며 “노조는 조합원들의 건강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32)과 슬하에 7세, 5세 아들 두 명이 있다. 발인은 17일 새벽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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