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보호입법 논의가 표류하고 있다. 정부가 4월말 입법예고, 6월말 국회제출을 전제로 노사정TF 구성을 제안했지만 경영계가 참여 거부로 특고입법 ‘힘 빼기’에 나서는 등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 하지만 이미 국회에는 3개의 의원안이 상정돼있고 정부안 제출도 앞두고 있으니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에 착수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이 특수고용직 보호입법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까지 말한다. 그만큼 특수고용직 당사자들에게는 절박한 시기로 이들은 조속한 입법화를 촉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앞으로 모두 3회에 걸쳐 특수고용직 입법과 관련한 논의를 살펴봤다.         편집자


1. 5년간 논의, 이젠 결실내자
2. 팽팽하게 맞선 노사정 입장
3. 특수고용직 입법방향, 이렇게 하자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하여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본다. 이를 둘러싼 논의가 2000년부터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현재까지 이어져온 것은 노사정 모두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 한국노총은 여성단체들과 연대하여 우원식 의원안으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이다. 정부안의 제출여부와 상관없이 개정법안들의 논의와 결론이 조속히 매듭지기를 촉구한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산업조직의 변화와 고용형태의 다양화로 근로자와 자본가적 기업이라는 전통적인 구분법에 의하여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중간영역의 노무제공형태가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기인한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적인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질적인 면에서나 양적인 면에서 모두 다른 국가들과의 상황과는 다른 훨씬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형태의 고용이 노동자들이 당연히 누려할 할 노동법 및 사회보장법상의 권리를 박탈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 커다란 문제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노동강도강화 노조무력화 특고탄생 배경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이 위장 자영인의 문제로서 실질적으로 노동자성의 중요한 판단기준인 인적종속성이 존재하지만 그 판단기준의 불명확성과 유동적 성격으로 인하여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러한 것이 탈법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사회보장, 사회복지 등 사회적 안정망이 부실한 상태에서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을 경우와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노동자가 받게 될 법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다른 나라와는 현저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만큼 절박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정은 우리나라에서의 특수고용문제가 다른 나라의 해결방식과는 반드시 동일한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특수고용노동은 그 업무나 업종이 처음부터 특수고용형태에 의하여 수행되었던 것이 아니라 기존에 정규직으로 사용하여 행하던 것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써 강제 또는 반강제로 노동자들에게 개인사업자 등록을 내는 방식으로 이러한 고용형식을 도입 또는 전환시킨 것이라는 점에서 근원적으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즉 위장 자영인화의 문제가 근원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의 유형, 즉 특정한 사용자의 사업조직에 절대적으로 편입되어 있는 골프장경기보조원이나 학습지교사, 레미콘지입차주, 특정 보험회사에 전속되어 있는 보험모집인 등의 직업군은 다른 나라에서는 그 예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노동자성 여부에 대한 논란의 범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특수고용화가 나타나게 된 이유는 사업 운영 내지 경기 변동의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과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이와 연동하여 개인사업자화 및 성과급 내지 수당제로의 전환을 통해 고용의 외부화, 노동통제의 내면화 등을 구축, 전형적인 방식보다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효과적인 노동통제를 이뤄내며,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노동자 조직화를 봉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형식만 개인사업자 ‘눈 가리고 아웅’

특수고용 노동자의 조직화가 이루어지면서 특수고용을 다시 간접고용화시키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어 특수고용노동에 대한 해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즉, 학습지업종의 경우 파견업체를 통한 학습지교사 고용도 진행되고 있고, 건설운송의 경우 중기업체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용역화를 진행시키고 있으며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경우도 용역화 시도를 한 바 있다.

또한 일반적인 특수고용 업종이나 사업장으로 꼽히는 경우 외에 다른 일반 업종이나 사업장에서도 이 같은 특수고용화는 더욱 늘어나고 있는데, 이미 오래전부터 영세업체를 중심으로 소사장제가 횡행해 왔고, 제화나 의류업계 중심으로는 객공제가 만연해온 것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소사장제나 객공제를 해고 위협을 무기로 강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대부분 법적으로 개인사업주로 취급되어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사회보험법상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3권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없는 것이 문제이다.

이러한 특수고용노동자의 사회적 보호 필요성에 대하여 누구나 공감한다고 하면서도 노동 3권은 안된다고 한다. 안된다고 하는 이유가 특고노동자가 서류상으로 볼 때 ‘사업자’라는 것이고, 법원도 판결문의 내용은 노동자라고 인정하듯이 적시하다가 결론부분에서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시한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2000년 이전부터 노조를 설립하고 활동해 온 당사자들이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그 지위나 근로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이 사회 구성원 누구나가 단지 서류상 개인사업자라는 형식적 절차만 변경된 것을 알면서도 특고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을 주저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부도 과거에는 준근로자로 노동자성을 인정하였음에도 사회경제환경에 비추어 오히려 열악해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법적 보호정책을 후퇴시키려 하고 있고 사실관계를 애써 외면하면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불공정 게임 속 특수고용직 보호 불가능

균형과 대등의 게임의 룰이 통하지 않는 진짜 사업자와 특수고용노동자를 약관이나 공정거래법으로 보호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특수고용노동자에게는 사업자간에 자유로운 경쟁이나 거래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경제법적 보호가 아니라 지위개선이나 사회경제적 요구의 문제해결을 위한 노동법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이면서도 노동법이나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처해있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사회적 지위와 권익보호를 위해서는 개인이 아닌 집단적 결사의 자유가 필요하고, 이러한 법․제도적 정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것은 막중한 정부의 책무이다.

일례로 레미콘기사들의 현실을 보자.

정규직에서 레미콘 차량을 불하받아 변한 것은 연장근무, 회사측의 횡포, 사업자등록을 취득한 것 뿐이라고 한다. 매일 아침마다 회사에서 출근시간을 ARS로 체크하거나 회사정문에 출근부를 비치하여 체크하고, 만약 지각, 조퇴, 결근을 할 경우 장거리배차 및 출근정지 내지는 계약해지 등 회사(사업주)의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사업자등록도 특고 노동자들이 원해서 한 것이 아니라 회사측에서 떠넘기기 식으로 강제불하하면서 취득하게 된 것이라는 거다.

레미콘노동자들은 오히려 반문한다.

“회사는 레미콘을 강제 불하하고 부당이익금만 챙기고 있다”, “차량노후문제가 있고 이를 교체할 능력도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대형사고가 나서 사회문제화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그러면서 “왜 우리가 특수고용직인가, 그냥 노동자일 뿐인데…”라고 되뇌인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이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하면서도 절실하며, 이에 대한 대안은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노동3권 보장으로 특수고용직 보호해야

우리나라 특수고용노동자는 정규직으로 하던 업무를 회사측이 구조조정, 즉 경영 및 노무관리의 일환으로 강제 또는 반강제성을 띄면서 노동자들에게 개인사업자로 등록을 냈다는 것 외에 변한 것이 없는 것이다. 즉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위장사용자’로 변모시켜 사회적 보호도 없고 결사의 자유도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법원판결에 있어 그 판결내용의 부적합성이나 보수적 판단에 대한 비판과 함께 다시는 이러한 판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법 개정을 통하여 명확하게 규정해야 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단순히 ‘개인사업자’라는 허울로 노동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그러한 직종과 종사자가 법률적 보호가 필요한 것인지 또는 결사의 자유가 필요한 것인지를 놓고 판단하며, 동시에 거의 모든 특수고용노동자의 근로자성이 인정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숱하게 주장해 온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의 조속한 법률개정을 통하여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되, 우선적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은 차기과제로 설정하더라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을 통한 노동 3권의 보장이 반드시 마련되어져야 할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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