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위원 참가가 배제된 상태에서 공공기관운영위가 두 차례 열린 가운데 공공기관운영법 시행에 따른 유형분류와 하위 지침의 독소조항이 속속 처리되고 있어, 기획예산처가 초반에 노동계를 의도적으로 따돌리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공공기관운영위는 11일 2차 회의를 열어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 및 혁신,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을 심의·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퇴직공무원이 취업기간 제한 없이 공공기관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어 전관예우와 낙하산 인사가 확산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지침은 ‘공공기관 사장이 퇴직공무원을 임원으로 임명하고자 하는 경우, 퇴직일로부터 6개월 이상 경과한 이후 임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주주총회나 출자자총회 등 사원총회의 의결절차를 거치는 경우와 공개모집 등 공개경쟁방식에 의해 선임하는 경우, 기관성격상 해당분야 퇴직공무원을 선임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 등 세 가지를 예외로 명시했다.

공직자윤리법이 공무원은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3년 전까지 소속됐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지침은 아주 허술한 취업제한이다. 이마저 예외를 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준 셈이다.

이재기 공공연맹 정책실장은 “공무원이 오늘 옷 벗고 내일 공공기관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 이 지침”이라며 “이것은 기획예산처가 자신들의 직원을 공공기관에 언제라도 내려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공공연맹은 ‘기관성격상 해당분야 퇴직공무원을 선임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의 예외를 기획예산처나 주무부처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전관예우와 낙하산의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지난 9일 기획예산처에 이 부분 삭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노동계 인사의 참여가 배제된 공공기관운영위에서 11일 처리되고 말았다.

이 밖에도 지침에서는 한전 등 공기업으로 지정된 24개 기관은 이사회 개최 7일 전까지 안건을 기획예산처에 미리 보내도록 하는가 하면, 공기업이 조직과 인력을 확대할 경우 기획예산처와 사전협의 하도록 했다. 공공기관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공공기관운영법이 하위 지침에서 기획예산처의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대목이다.

퇴직공무원에게 공공기관 진출의 길을 대폭 열어주고, 공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공공기관운영위와 임원추천위, 이사회 등 의사결정기구에 노동계가 참여하는 것은 전혀 수용되지 않고 있다. 노동계 인사가 직접 참여할 경우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것이 이유다.

이재기 실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설치되고 기관 구성원이 참여해 감시하면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이 기획예산처인데, 실제로는 노조나 노사협의회 대표의 참여를 막으면서 뒤로 퇴직공무원에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며 “이것들이 노동계 위원이 배제된 채 공공기관운영위에서 처리된다는 것에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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