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산하 각 지부는 영업시간 단축 안건과 관련한 언론의 이데올로기적 공세와 관련해, 터무니없는 억측만 난무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영업시간 단축과 고객이 집중되는 시간은 연관성이 없음에도 이를 연관 지으면서 고객불편을 지적하는가 하면, 한국의 금융산업 환경과 전혀 다른 미국 사례를 인용하는 무모함까지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주이익극대화 논리, 외국인 지분율이 76% 이상을 넘어서고 있는 점, 은행 간 과다경쟁 등 영업시간 단축 논의 배경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고전적인 수단인 노조 대 국민 간의 갈등으로 사태를 몰아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 억지 논리만 난무 = 금융노조는 오는 26일 중앙위원회에서 산별임단협 최종 안건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대응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객들이 많이 오는 시간이 오후 4시~4시30분이기 때문에, 고객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는 식의 비난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반응이다. 영업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면 3시~3시30분에 고객들이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영업시간이 줄어드는 것과 고객이 이용하는 시간대가 일치하는 것이 아님에도, 대응조차 불필요한 식의 비난을 퍼붓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다른 국가의 은행 영업시간을 국내은행 영업시간과 비교해, 집단이기주의로 은행원을 매도하는 사례에 대한 비판도 잇달았다.

각 국가마다 어떤 영업형태를 취하고 있느냐에 따라 영업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지부의 한 관계자는 "유럽은행들의 경우 영업점에서 상담업무 위주로 진행이 되고, 단순 입출금은 자동화기기만을 통해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예약을 하지 않으면, 상담자체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럽은행들에 비춰보면 국내은행들은 양적인 서비스에 집중해온 면이 있기 때문에, 영업시간 단축은 국내 은행들이 상담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미국의 경우 소매금융전담 은행, 주택금융 전담은행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소매금융전담 은행의 경우 영업시간이 오후 6시까지인 곳도 있으나, 이와 같은 각 국의 금융산업 구조의 특이성을 무시하고, 단순 비교해 비판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각 국의 금융산업의 특수성에 따라 고객들도 세분화 되어 있고, 세분화된 특성에 따라 영업시간도 천차만별이다"고 설명했다.

◇ 감춰진 것이 많다 = 금융노조의 산하 모 지부의 관계자는 은행노동자의 업무량은 대출과 예금 등 고전적인 은행업무 외에 보험, 카드, 펀드 등으로 업무가 확대됨으로써 업무량이 증가됐고, 이런 다양한 업무를 고객에게 서비스 하려면 교육훈련 등의 필요성 때문에, 영업시간 단축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권 종사자들이 어떻게 노동을 하고 있는지 국민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했다. 특히, 영업시간 단축 논쟁을 둘러싸고 주주이익극대화 논리, 은행 간 과다경쟁 등의 언급이 되지 않으면서, 전체적인 구도가 국민들과 노조를 대립시키는 구도로 몰고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관계자는 "주주 측에서 비판받아야 할 부분, 즉 외국인 지분율이 과도한 상황,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을 활용한 은행권의 이익중 상당부분이 외국인 주주한테 가고 있는 상황, 과도한 스톡옵션으로 경영진에게 지급되는 부분 등에 대해 국민들이 인지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이에 따라 은행별 경영진의 스톡옵션 내역이나 대주주구성비율 등도 국민들에게 홍보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노동자의 현실을 보자 = 금융노조가 영업시간 단축을 주장하는 것은 한편으론 노동강도를 완화시키고, 다른 한편 은행 영업 변화 추세를 따라잡기 위한 것이다. 실제 모 시중은행의 경우 세콤 마감시간(최종 퇴근시간) 현황조사를 해 본 결과, 지난해 평균 퇴근시간이 오후 10시 정도로 조사됐다. 이 은행의 경우 올해 조사를 다시 해본 결과 오후 11시로 조사됐다. 주5일제가 시행됐지만 토요일 대부분 출근해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 은행권의 현실이란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하나지부의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상의 근무시간이 의미가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며 "토요일날 정상근무를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주5일제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영업시간 단축 배경에는 외환위기 이후 40% 정도의 인력구조조정으로 직원들이 부족함에도 인원 충원이 적절히 이뤄지고 있지 않은 점, 은행 간 과다경쟁으로 인한 각종 캠페인이 난무하고 있는 점 등 수도 없이 많다"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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