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은행중심의 PB(프라이빗 뱅킹)서비스에서 자산관리 중심의 PB서비스로 전환해, PB업무의 독립사업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금융연구원 구본성 연구위원은 8일 "최근 은행권은 PB 고객 선정기준을 상향조정하고 고객 간 등급을 차별화 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장기적으로 은행 소매금융 사업에서 자산관리서비스 비중에 따른 지점 간 차별화를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은행권은 PB고객 선정기준을 기존 3~5억원에서 5~10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으며, PB고객 중에서도 금융자산이 30억원 이상에 이르는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프리미엄형 PB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차별화 전략'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기존 부동산 및 세무관련 부가서비스에 머무르지 않고, 아트펀드(art fund), 해외부동산 투자 등 대체투자에 대한 서비스까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처럼 은행권이 PB고객 선정기준을 강화하고 차등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은, 기존 은행중심 PB서비스에서 자산관리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구 연구위원은 은행권의 PB서비스 차등화 추구가 은행권 PB업무의 독립사업화 기반을 마련키 위한 장기적인 조치로 풀이했다. PB사업이 조직상 분리됐음에도 수익, 규모, 서비스 측면에서 독립적 운영이 제한돼 왔었던 점을 보완해, 향후 PB사업의 독립사업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키 위한 것이라는 평가다.

구 연구위원은 결국 PB사업의 독립사업화는 지점별 특성에 따른 영업형태나 고객서비스, 영업인력의 자질 등에 있어 차별화를 가져와, 지점 서비스의 리모델링, 지점별 특성화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득양극화 반영한 은행권 부유층 공략"
빈익빈 부익부 현상 확대… 기업금융 상대적 위축 불가피
은행권이 PB 고객 선정기준을 상향조정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지향해 PB사업부의 독립사업화를 촉진하고 있는 것은,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확대되고 있는 소득 양극화 추세에 대응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은행이 부유층의 사금고 역할에 주력할 경우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상대적으로 기업금융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 부유층 규모는 = 한국은행이 집계한 '은행 수신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05년 6월말 현 재 5억 원 이상의 거액 저축성 예금액은 179조2960억원으로 98년 말 대비 260% 가량 증가했다. 이 기간 중 전체 예금증가율을 2배 이상 앞지른 것이다. 특히 50억 원을 초과하는 저축성 예금이 5억원 초과 저축성 예금 계좌(6만6천 계좌)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8%에 불과하지만, 5억원 초과 저축성 예금 금액(179조296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를 넘어서고 있다. 외환위기 국민들의 소득 양극화와 더불어, 거액 자산가들도 양극화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이 선택과 집중 전략 차원에서 PB고객 선정기준 강화 및 차별화 전략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PB영업은 높은 수수료율, 예금-주식-보험 등의 교차 판매 가능,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입원 확보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은행 수익의 80%가 상위 20%의 부자고객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부유층 사금고 역할, 문제는 뭔가 = 은행권이 고액 자산가들을 겨냥한 PB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빈인빈 부익부 현상을 더 확대할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금융노조 산하 모 지부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거래 규모가 큰 부유층에겐 높은 수익률과 편의를 제공하지만, 거래 규모가 작은 저소득층 가계에 대해서는 낮은 수익률만을 제시해 예금 수익률을 양극화 시킬 수 있다"며 "서민 가계의 자산 축적을 어렵게 해 외환위기 이후 초래되고 있는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기업금융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연갑 금융노조 정책국장은 "자산관리 영업을 확장하는 것은 기업금융을 상대적으로 위축시킬 것이다"면서 "은행권이 부유층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산 및 부채를 관리할 경우, 상대적으로 위험성 높은 중소기업 대출 등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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