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소감

우리에게도 새날이 오고 있습니다. 55년 분단을 접고 민족사의 새 전기가 왔습니다. 이번 방북이 한반도의 평화, 남북간교류협력, 종국적인 통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김정일(김정일)위원장이 제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환대를 했습니다. 도착때 떠날때도 공항에 나왔습니다. 들어갈 때 60만명, 나올 때 30만∼40만등 100만명이 환영했습니다. 평양에서 최대규모의 환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평양시민의 환영에 대해 같은 혈육의 정으로서 감사를 보냅니다.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양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핏줄이고 민족이었습니다. 겉으로는 뭐라고 말하고 살아왔든 마음속으로 남쪽 사람들을 깊이 그리워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반만년 역사가 있습니다. 겨우 50년의 분단 때문에 정신적으로 남남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미래에 화해도, 협력도, 통일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돌아왔습니다.

정상회담소개

북측 지도자에게 얘기했습니다. 과거 국민이 단합하고 근대화를 서둘러야 할 때 산산이 분열하는 바람에 일제치하와 전쟁, 분단을 겪었습니다. 우리는 지식정보시대의 경제적 무한경쟁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때 분열하면 또 한번 망국의 설움을 당합니다. 이런 때 당장 통일은 않더라도 교류를 하고 하늘길, 물길, 땅길을 열어 나간다면 번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창의력을 발휘하면 4대국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번영의 핵심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흡수통일도 않고 적화통일도 않고 공존번영하는 가운데 통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지만 아무 걱정이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제 시작일 뿐 입니다. 시간이 걸리고 인내심이 필요할 것입니다. 성의가 필요하고 역지사지로 상대방을 생각해야 합니다. 안보에는 추호도 흔들림이 없어야 합니다.

저는 이번에 북측에 대해 서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자고 했습니다. 핵 이야기도 하고 미사일 얘기도 했습니다. 주한 미군 문제, 국가보안법 얘기도 나왔습니다. 대화는 매우 유익했으며 아주 좋은 전망을 볼 수 있는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남북공동선언

여러분께 남북공동선언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첫째,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것은 7.4 공동성명에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주, 평화,민족대단결 원칙 가운데 28년 동안 지금까지 아무 것도 안됐습니다. 92년 2월 남북합의서는 교류협력, 비핵화 선언 등을 했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원칙이나 구체적인 원칙을 밝힌 두 가지가 모두 안된만큼 손에 쥔 것부터 실천을 보여주자는 입장에서(남북공동선언)제 2항 이하는 구체적인 실천을 할 수 있는 합의를 봤습니다.

둘째,2항은 우리가 주장한 남북연합 즉 ‘2체제-2정부’ 를 현재대로 놓아두고 수뇌회의, 각료급 회의,국회 회의를 구성하는 등 협의기관을 마련해 차츰 모든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입니다. 그에 대해 북한은 그 동안 연방제를 주장해 처음부터 중앙정부가 외교권, 군 통수권을 갖고 남북 정부는 내정 문제 권한만 가져야 한다는 불가능한 주장을 해왔지만 근자에 북한이 이를 수정했습니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 라는 이름으로 실제로 우리가 주장하는 통일방안과 상통한 점이 있어 학자들 그리고 전문가 토론을 갖자고 했습니다. 구체적인 합의점 발견을 위한 획기적 계기가 될 것입니다.

세번째로 남과 북은 8.15에 즈음해 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을 교환, 미전향 장기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공항에서 김위원장과 다시 이 문제를 얘기했습니다. 8.15까지 통 크게 한번 하쇼, (그렇게)하면 장기수문제도 국민하고 상의해서 처리하겠소, 먼저 잘하쇼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6월부터(남북)적십자회담을 곧 가동키로 했습니다. 오늘 서울 돌아가는 즉시 적십자회에 요청해서 북하고 접촉하라고 하겠다고 했고 김 위원장도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6월에는 상당한 규모의 이산가족 상봉 및 결합문제를 시작하자는 합의를 봤다고 보고합니다.

넷째, 남북은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제반 분야 교류를 증대시키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북에 들어가 철도를 깔고 전력문제를 해결하고 도로 항만 통신을 건설하고, 북한에 공단을 만들어 진출할 때 지금까지 남한 내부의 경제가 한반도 전체로 발전돼 나갈 것이고 그런 가운데 북도 남도 큰 혜택을 보게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 기차가 왜 런던을 못 가고 왜 파리를 못 갑니까. 경의선과 경원선이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만주에서는 기차가 자유롭게 다니지 않습니까. 이것만 이으면 곧 갈 수 있습니다. 물류비용의 30%가 절감되고 수송일자도 훨씬 줄어듭니다. 남북관계의 철칙은 남만 좋아도 안되고 북만 좋아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윈-윈으로 나가야 합니다. 경제 뿐 아니라 문화 체육 모든 분야에서 전면적으로(교류)하자는 것을 김정일위원장과 확실히 합의를 봤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남북에서 임명한 당국자들이 곧 접촉해서 구체적으로 해나갈 것입니다.

김정일위원장 서울방문은 합의보는데 조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김위원장은 곧 합의된 시일안에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했습니다.

맺음말

북한주민들도 다같은 민족이고 핏줄입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상식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서로 이익이 되는 것부터, 적은 것부터 실천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토대를 만들고 내가 물러난다면 뒤에 분이 또 해나갈 것입니다. 한민족이 새로운 21세기에 손잡고 같이 해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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