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장실 청소하는 아줌마예요. 2월28일 계약 끝났다고, 이제부터 용역을 쓴다고 3월하고 4월만 나오라고 했어요. 살려달라고 빌고, 쓰러져 살려달라고 했어요. 실장은 휴게실도 잠그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해요. 우리 아저씨(남편)는 뇌출혈로 두 번이나 실려 갔어요. (남편은) 쩔뚝거리는데 도장 찍으라고 하니까 무서워서 (학교에) 나가지도 못하겠어요. 어떻게 할 줄을 모르겠어요.”

경기여고에서 22년째 일을 하고 있다는 천옥자 씨(61)가 “이렇게 사느니 죽어버리는 게 낫다”며 울부짖는다. 지난 85년에 들어가 4년 뒤 “일 잘 한다”며 일용직에서 학교회계직으로 ‘영전’했다는 그가 이제 2개월짜리 계약서를 쓰라는 학교 때문에 “학교 가기 무섭다”고 한다. 공공노조 학교비정규직지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수립된 뒤 정부는 초중고 사업 때 직접고용 대신 용역업체에 맡길 것을 행정실장에게 지시했다”고 했다.
 

27일 공공노조 학비지부가 광화문 교육부 앞에서 연 ‘학교비정규직 해고 및 처우악화 사례 증언대회’에서 또 다른 ‘천옥자’ 씨의 한숨 섞인 증언이 이어졌다.

언주초등학교에서 방과후 보육전담교사로 7년 동안 일했다는 채은미 씨는 최근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채은미 씨의 처지가 하루아침에 바뀐 이유는 학교에서 수익이 안 나는 방과후 보육교실을 폐지하겠다고 나선 때문이다. 채씨는 “항의하는 학부모들을 교장은 ‘떼거지들’, ‘돈이 없으면 애를 왜 낳느냐’고 막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학부모 단체에서 서명운동을 통해 압박하자 결국 학교는 입장을 바꿨다. 대신 채씨는 7년 동안 한번도 쓴 적이 없는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것도 6월에 만료되는 계약서였다. 보육사업이 강남구청에서 교육청으로 이관돼 임금이 변경되기 때문이라는 게 학교의 설명이었다.

게다가 채씨는 계약서와 함께 각서를 쓰라는 강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각서는 ‘공무원 복무에 관한 모든 규정과 학교 운영방침을 성실히 이행하고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임용권자의 어떠한 행정조치에도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채씨는 “누가 이런 계약서에 싸인을 하겠느냐”며 “납득할 수 없어서 서명을 안 했더니 모든 서류를 결제하지 않아 아이들에게 간식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신여고 행정실에서 12년 동안 근무하다 올해 갑자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는 정수운 씨는 최근 학교로부터 재계약 약속을 얻었다. 노조가 5차례에 걸쳐 교섭을 요구하자 학교에서 한발짝 물러선 것. 하지만 계약서에 나와 있는 계약기간은 2007년 3월1일부터 2008년 2월29일까지였다. 그것도 계약 만료 때 근로관계를 자동 종료키로 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계약서에는 특히 “계약서 해석은 갑(학교)과 을(정씨)의 협의에 의하며 상호 대립할 때에는 갑의 해석에 따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씨는 “이의를 제기한 나에게 학교는 1년간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라는 유예기간이었다”며 “부당해고 당한 힘없는 한 여성이 학교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동은 학교 앞 1인 시위였다”고 눈물을 흘렸다.

학비노조는 “경기도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급식실 조리종사원 중 1명을 잘라야 한다며 제비뽑기로 계약해지자를 정하기도 했다”며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비정규직 보호대책이냐”고 되물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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