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농뉴스>라는 신문이 있다고 차자. 어느 날 신문사 사장이 편집국장에게, 근무태도가 불성실하고 기자로서 자질이 의심되는 사람을 골라내라고 지시했다고 가정하자. 3%를 반드시 골라내야 하며, 선발된 사람은 신문사 청소를 3개월간 시킨 후 재평가해 퇴출시키겠다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가정해자.

신문사에서 일하던 정용상 기자가 3% 안에 들어갔다. 억울한 게 당연하다. “평가 기준은 뭐며, 청소를 잘하는 법은 또 뭐며, 재평가의 기준은 또 뭔가.” 잠이 안 올 것이다.

그때 정 기자가 찾아갈 곳은 노동조합이다. 그럼 노조는 “징계는 노조가 참여하는 징계위원회를 거쳐야 할 거 아니냐”고 회사에 따져 물을 것이다. 회사가 ‘인사권 침해’라고 반발하면, 노조는 전투태세를 갖추고, 여러 전술을 고심할 것이다. 이게 ‘정상적인’이며, ‘일반적인’ 모습니다.

태풍처럼 불어 닥친 ‘공무원 퇴출제’를 바라보면, 노조의 대응을 찾아보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에야 공무원노조총연맹이 단식농성을 하고, 집회를 조직하는 게 사실상 첫 대응이다. 공무원노사관계의 초기라서 그럴까? 그렇지 않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공무원노조는 중앙정부와의 교섭창구가 막혀있었을 뿐이지, 지자체 단위에선 현실 세력으로 인정받아왔다. 단체장과 싸우고, 간부 공무원의 부당한 지시와 줄서기를 막아내며, 성장해왔다.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첫 번째로 자기 존재를 각인시킨 것은 ‘방패막이’였다.

서울시가 ‘상대평가제’(3% 할당 퇴출)를 도입한 것에 비판이 높아지자 경남도는 ‘절대평가제’(가이드라인 이하 모두 퇴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쥔 쪽은 세력도 크고, 전술도 다양하다. 하지만 방패는 작고 약하기만 하다.

다음달부터 매주 목요일에 동사무소 연장근무를 ‘인력 충원 없이’ 실시한다고 하는데, 전국공무원노조에서 성명서 한 장 쓴 것 말고는 대응이 없다. 사실 대응할 힘이 없다.

국가권력의 집요한 '탄압(?)'도 이유일 것이다. 법내로 들어가도 교섭이 ‘거의’ 불가능한 공무원노조특별법의 제도적 문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라 탓’하기 전에 거울부터 봐야 할 상황이다.

공무원노조단체 최대조직인 전국공무원노조는 ‘총투표를 통한 법내 진입파’와 ‘특별법 거부 방침 철회를 통한 법내 진입파’가 나뉘어져서 싸움을 하고 있다. 싸움은 점점 격해져 밖에서 보기 민망할 지경인데, 내부논리 말고는 차이점을 모르겠다. ‘국공합작’을 해도 부족할 판에, 내부 주도권 싸움만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끼는 건 그래도 비장하다. 하지만 깃발은 간데없고 동지들 끼리 험한 소리만 하면서 편가르기를 하는 모습은 보기 민망할 따름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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