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이 막판에 이르면서 협상 찬성 진영과 반대 진영간의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미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의 단식농성을 시작으로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의 지지 단식이 확신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국회의원들까지 단식농성을 하며, 한미FTA 반대 진영에 속속 결합하고 있다. 한미FTA에 대한 찬반양론을 중심으로 대치전선이 형성되면서, 한미FTA는 정세의 중심축으로 급수상하고 있다.

정부는 한미FTA 협정을 체결하고, 추후에 미합의 사안을 논의하자는 '빌트인 협상'까지 들이대며 묻지마 타결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한미FTA저지 범국본'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 민중진영과 민주노동당은 단식투쟁이라는 최후의 항거를 전개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광화문 열린 시민공원에서 릴레이 단식농성을 전개하고 있는 사무금융연맹, 금융노조 소속 간부들을 찾아, 한미FTA의 의미를 짚어봤다.

전대석 사무금융연맹 수석부위원장
"협상 중단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 협상 전술"


"지난 26일 범국본 차원에서 대표단 단식을 풀면서, 범국본 금융공대위 집행위원장으로 동참했다가 단식을 풀었다. 현재 철야 단식 장에서 철야 농성은 계속 진행 중이다. 지금 범국본의 단식투쟁과 문성현 민노당 대표의 단식이 지지부진했던 한미FTA 반대투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한미FTA 추진 전선에 파열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한미FTA에 반대하는 의견이 찬성보다 6%나 앞서 있다. 여론조사 결과 중 찬반의 격차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 내용도 3월에 타결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국민 여론이 80%를 넘어서고 있다. 이것은 단식농성투쟁이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농성장을 찾아오는 실천단 대오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을 쭉 지켜봤다. 또 지하철 선전전과 같은 실천 활동을 하면서, 지지해 주는 대중들의 열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여론조사 결과를 반증해 주는 것이며, 노동자 민중진영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다.

현재 한미FTA 협상에서 정부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쳤다고 본다. 무역구제 관련해 반덤핑 등 뭔가 소득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고, 섬유부문에서도 미국측의 양보를 예상했으나 전혀 그렇게 전개되고 있지 않다. 특히 자동차와 관련해서는 즉시 관세철폐를 요구했던 정부가 미국측이 15년 유예를 주장하면서 정말 낯 뜨거울 정도다. 한국정부는 10년 정도 유예를 용인해줄 입장인데, 한미FTA 협상유효기간이 10년임을 감안할 때,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무슨 타결의 명분을 찾기 위해 정부는 고심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고위급 협상은 한미 양국 간의 정치적인 쇼로 해석된다. 극단적인 예가 쌀 개방 문제를 미국에서 전격적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쌀 개방 문제는 이미 WTO(세계무역기구) 협상에서 개방의 폭과 일정이 결정 났기 때문에, 한미FTA와 같은 양자간 협상에서는 의제로 채택조차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최근에 미국과 FTA 협상을 중단한 말레이시아 사례처럼 협상을 중단할 필요가 있으며, 중단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 협상 전술임을 명심해야 될 것이다."

구희득 우리투자증권노조 위원장
"증권업계, 빠른 속도로 잠식당할 것"


“한미FTA가 체결되면 증권업계가 빠른 속도로 잠식당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국내 증권사들이 취약한 부분인 파생결합상품은 맥없이 잠식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파생결합상품개발능력이나 운용능력이 초보수준이기 때문에, 미국측과 경쟁자체가 되지 않는다. 또 국경간 거래가 허용될 경우, 고객민원이나 보호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다. 한미FTA는 거대한 미국자본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체결해서는 안된다. 국내 증권산업자체가 장악된다. 기필코 막아낼 것이다.”

이재진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
"투기자본의 무분별한 유입 허용해야 하나"


"한국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투기자본의 무분별한 유입을 막기 위해 '가변예치의무제도'를 뒀다. 그러나 최근 장관급 협상에서 미국측은 가변예치의무제도의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변예치의무제도는 출처와 용도가 불명확한 자본을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한국은행에 예치해 둠으로써, 투기자본 유입을 막는 제도다. 미국측의 예외 인정은 투기자본의 유입을 허용해 달라는 요구다. 이는 원화 절상과 경상수지 적자폭을 누적시킴으로써, 또 다시 외환위기의 가능성을 증폭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한미FTA 협상에서 금융부문은 국경간 거래, 신금융서비스 허용으로 인해 97년 외환위기 이후보다 더 심한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자산규모가 한국의 대형 금융기관의 경우 미국자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미국자본이라는 골리앗이 한국 금융시장이라는 다윗을 통째로 삼키는 것이 한미FTA 협상이다."

민환식 금융노조 정책국장
"금융부문은 혈맥이자 심장이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한국시장에는 존재하지 않는 미국의 가공상품이 국내에 들어오고, 한미FTA 발효 후 2년이 지나면 금융기관의 핵심에 해당되는 전산센터의 해외이전이 가능해진다. 금융은 국민경제의 혈맥이자 심장이다. 한미FTA 체결로 금융이 망가지면, 외환위기 이후 현상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저투자-저성장-양극화의 연쇄고리가 극단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또 서민금융, 중소기업금융은 안중에도 없는 현실이 지속될 것이다. 현재 막판 협상에서 한국측은 일시적 세이프가드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측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해외송금을 제한하는 일시적 세이프가드의 필요성을 충분히 경험했다. 또 전세계적으로 단기성 투기자금이 국경을 넘나들며 투기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측이 한미FTA를 체결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유인은 사실상 미국 월가의 이해가 강하게 반영된 금융서비스 부문이다."

안동석 금융노조 조직국장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완성하겠다는 것"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자본시장은 거의 개방이 된 상태다. 그러나 아직 개방되지 않은 몇 가지가 있다. 한미FTA 협상 과정을 보면, 몇 개 남지 않은 미개방 부문까지 집어 삼키겠다는 미국측의 야욕을 읽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우체국보험과 농협공제사업 부문이다. 미국측은 민간보험사와 똑같은 감독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YS정권 당시 '세계화 논리'의 확산, 97년 말 외환위기로 촉발된 신자유의적 금융세계화의 가속화에 이어, 2006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는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완성하겠다는 정부와 자본의 의지가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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