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 마석에서 근무하는 네팔노동자 달씨.

그는 지난 20일 저녁 무렵 집으로 찾아온 낯선 한국인을 만났다. 무전기를 들고 달씨의 집으로 찾아온 한국인은 본인을 경찰이라고 소개하며 “잡으러 온 것이 아니”라며 “몇 개월 전 보석류를 잃어버린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달씨를 안심시켰다.

그리곤 그는 달씨에게 ID 카드를 보여 달라고 하고는 달씨의 지갑 안의 농협카드를 보고는 그 비밀번호까지 알려달라고 하자 달씨는 겁이 나서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경찰관을 사칭한 한국인은 본인을 ‘유준기’라고 소개하면서 (사용하지 않는) 전화번호까지 남겨 달씨를 재차 안심시켰다.

카드를 갖고 갔던 한국인은 얼마 안 있어 곧 카드를 달씨에게 돌려줬으나 달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모양이 같은 카드이나 본인의 카드가 아닌 한 방글라데시인의 카드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곧 달씨는 그의 통장에서 8차례에 걸쳐 모두 365만6천원이 빠져나간 것을 알게 됐다.

타국에서 피땀 흘려 어렵게 번 돈이 사기꾼에게 가로채인 것이다. 분통이 터졌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또한 달씨만 아니라 이미 방글라데시인 등 피해자가 더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남양주시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대표 이정호 신부)는 26일 “다시 돌려준 카드가 방글라데시인의 것인 점으로 미뤄보아 달씨에게만 사기를 벌인 것은 아니라고 보고 경찰은 수사에 나선 한편 각 나라 언어로 마석 공단 내에 조심하라고 공지하고 있다”며 “외국인노동자라는 이유로 이 땅에서 합법적이지 못하다는 신분상 약점을 이용해 뼈 빠지게 번 돈을 가로채가는 양심 없는 사기행각은 재발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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