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유일의 수산화알미늄 공장 매입하려는 업체도 있는데..."

- 노조, 주민, 사회단체 한마음으로 뭉쳐 청산 반대투쟁

▲아직 30%밖에 입주하지 않은 대불공단에서 12만평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종합화학이 없어지면 공단과 지역은 버려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높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회사 청산방침에 30대 중반이 대부분인 조합원들은 공장에서, 목포역에서, 서울에서 "청산반대"를 외치고 있다.

미다시: 공기업 구조조정의 여파가 실적위주로 흐른다는 비판이 있는 가운데 공기업은 국민경제에 직결되는 만큼 흑자, 적자 논리보다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유일의 수산화알루미늄공장의 청산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청산에 따른 공장의 철거 비용만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 소요되고, 게다가 매입의사가 있는 업체도 있어 민영화 시킬 수도 있는데 굳이 폐쇄하려는 이유가 뭔지 알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12만평에 달하는 한국종합화학(사장 장수봉)이 생산이 멈추자 30%도 분양되지 않은 대불공단은 더욱 쓸쓸한 기운이 감돌았다.

IMF구제금융사태 이후 불어닥친 한파는 대불공단을 더욱 침체되게 만들었다. 특히 지난해 한라중공업 부도사태를 수습한 뒤 또다시 불거진 한국종합화학 청산 결정은 그 나마 명맥이라도 유지하고 있는 목포지역과 대불공단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었다.

청산결정이 나기 전인 11월20일 공공연맹 산하 한국종합화학 노동조합(위원장 김치선)은 청산반대쟁의대책위를 꾸려 26일째(12월13일 현재) 파업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공장뿐만 아니라 서울 상경투쟁, 목포역 천막농성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광주, 전남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청산반대비상대책위를 꾸려 한국종합화학 청산저지 집회를 열고, 이례적으로 목포시의회도 청산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흑자경영에 부채도 없는데 왜?

한국종합화학에는 20여장의 청산반대 프랑카드가 게시돼 있고, 바리케이트로 정문을 막은 채 규찰대원들이 신분확인을 하고 있었다. 일부 상경투쟁단을 제외한 조합원들 전원이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30대 중반이 대부분인 이들 조합원들은 납득이 되지 않는 회사청산방침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일본도 공장정상화에 15년이 걸렸다는데 한국종합화학은 법정관리되고도 4년만에 공장정상화를 시킬 만큼 노동자들의 고통이 컸다. 그만큼 잠재력 있는 기업인데 청산이라니 말도 안 된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공장정문에서 규찰를 서고 있는 조합원 김씨(36세)는 공장설립 초기부터 이 회사에 근무하다가 몸이 좋지 않아 1년 정도 휴직했다는데 "복직과 동시에 청산이라니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왜 흑자경영에 부채도 없는 회사를 청산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종합화학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 11월30일 당일 업무개시전인 오전 8시30분경 청산주주총회를 열어 청산을 결의했다. 한국종합화학에서 매년 2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여 경제성이 불투명한 부실, 적자 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는 한국종합화학이 설립후 년간 250억대의 수입대체효과를 가져왔고, 현재 금융부채가 전혀 없는 상태에 현금보유액도 631억이 넘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진 회사인데도 부실공기업으로 몰아 청산절차를 밟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노조와 단체교섭도 거부…공허한 메아리 된 노동자의 외침

한국종합화학노조의 투쟁은 목포시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8월 청산반대 서명운동 때는 일주일만에 무려 3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청산반대 서명에 동참했고 목포역에서 진행된 민중대회도 시민들의 지지 속에 열렸다.

노조는 또 지난 98년 7월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국민세금 1,500억원이 투입된 회사를 가동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청산하겠다는 방침이 실사나 제대로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공기업 민영화 '실적 내기용'으로 한국종합화학을 청산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더우기 청산을 앞두고 '종업원 처리문제' 와 '보상문제'에 대해 노조와 단체교섭조차 거부하고 있다. 250여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청산보다는 국가경제적 차원에서 '합리적인 민영화 방안'이라도 재검토 할 것을 노조가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은 공허한 메아리 일 뿐이다.

*매입하려는 업체도 있는데…청산 이해 안돼

한편, 전남지역의 노동, 시민, 사회 20여 단체는 청산반대비상대책위를 꾸려 지난 11월 25일 '한국종합화학 청산반대 및 생존권 보장과 고용안정 쟁취'요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30%도 분양되지 않은 대불공단에 12만평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종합화학을 청산하면 누가 허허벌판 공단에 입주하겠냐며 한국종합화학 청산결정은 역차별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대불공단 활성화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한국종합화학 청산철회와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목포시의회도 청산반대에 동참 결의안을 채택했다. 목포시의회는 지난 12월4일 임시회의 결의에서 △한국종합화학 주주총회 청산결의 철회 △고용안정대책수립 △공장매각 적극 추진을 요구하기로 결의 주요 기관과 관계부처에 결의서를 보냈다. 의회 배 종범 의원은 "지역경제 활성화을 위해 한 개의 회사라도 유지시켜야 할 판에 국내 유일의 수산화알루미늄 생산공장을 청산할 경우 지역경제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심대한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목포역 농성장에서 만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국종합화학 청산을 두고 "잘 운영되고 있는 '알토란' 같은 기업을 현실적인 대안도 없이 무조건 청산시키는 게 공기업 구조조정정책인지 모르겠다"며 비판하고 산업은행에 대해서도 "단지 은행의 숫자놀음으로만 기업을 평가하는 처사도 못마땅하다"고 말하며, 지역주민 모두가 청산철회를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불고 있는 공기업 구조조정의 여파가 실적위주로 흐른다는 비판이 있는 가운데 공기업은 국민경제에 직결되는 만큼 흑자, 적자 논리보다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유일의 수산화알루미늄공장의 청산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청산에 따른 공장의 철거 비용만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 소요되고, 게다가 매입의사가 있는 업체도 있어 민영화 시킬 수도 있는데 굳이 폐쇄하려는 이유가 뭔지 알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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