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창립 61주년 기념행사에는 유력 대선후보로 손꼽히고 있는 5명의 주자들이 모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노총이 대의원대회를 통해 대선에서 정당과의 정책연대 및 지지후보를 정해 선거운동에 나서겠다는 결의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행사보다는 대선주자들을 취재하려는 취재진들이 몰려드는 이례적 풍경도 벌어졌다.

참석한 대선후보들은 한국노총과의 인연을 거론하거나 이용득 위원장의 행보를 극찬하면서 각기 나름의 방식대로 사전 표심 얻기에 나섰다. 대선후보가 모두 참석하면서 축사 순서를 정하는 것에서도 애를 먹었던 한국노총은 결국 ‘가나다’순으로 이를 정했다.

이에 따라 먼저 발언에 나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어제 어느 모임에서도 가나다순이어서 먼저 (발언을) 했는데 미안하다”면서도 “그래도 약간 행복하기도 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이 가슴 한 구석에 있다”고 운을 띄었다. 그는 “우리 국민과 사회가 요구하는 보다 발전된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 사회개혁적 노조주의를 선언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뒤, “한국노총보다 한 살 아래인 제가 노총을 형님으로 모시겠으니 때로는 동생이 치고 나가더라도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뒤받침을 호소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해 한국노총이 경찰 없이 평화집회를 추진하면서, 문제가 많았을 텐데도 이용득 위원장이 책임을 지겠다고 한 것을 보면서 정말 감동을 받았었다”며 “한국노총의 우리 노동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또한 그는 “대한민국은 나라를 위해 피를 흘린 만큼 보상받는 나라가 돼야 한다”며 “땀 흘려 일한만큼 노동자가 보상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권위주의 시절 그 어둠을 뚫고 일어나 투쟁을 통해 민주화를 이뤄왔던 것이 한국노총과 그의 선배들이었다”며 “이제 새로운 지도자들이 선진국 건설을 위해 화해와 협력의 노동운동 펼쳐나가는 것은 변화된 시대에 맞는 올바른 판단”이라고 격찬했다. 이어 손 전 지사는 “지금 현재의 정치가 아무리 어둡고 실망스럽더라도, 그렇기(변했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라며 “화해와 상생, 협력의 정신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데 함께 해나가자”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한국노총은 창립 때는 해방공간, 산업화시대에는 희생과 눈물로 시대정신을 대변해온 단체”라며 “또 민주화의 대장정에서도 민주개혁세력과 튼튼한 연대를 통해 여기까지 밀고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진짜 용이 되려면 국민의 마음을 얻고, 한국노총을 얻어야 한다”며 “이용득 위원장의 마음을 얻어 한국노총의 마음을 얻으면 결국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날 행사에 자리를 함께 했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윤봉길기념사업회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시작 30분만에 먼저 자리를 떠, 축사를 못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12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