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12일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키로 공식 결정한 것은 사실 얼마전부터 예측돼왔다.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추진과 이에 반발하는 양상으로 전개되던 노동계의 동계투쟁이 한전노조의 파업계획 철회로 퇴조 기미를 보였고 철도노조의 15일로 예정된 파업계획 취소로 노동계의 장외투쟁 동력이 사실상 소진됨에 따라 노동계에서는 한노총이 조만간 노사정위에 복귀할 것으로 관측해 왔다.

이에 따라 한노총은 그동안의 공기업 구조조정 투쟁에서 주5일근무제,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방안 마련 등 근로여건 관련 제도개선으로 투쟁의 방향을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 노사정위 복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대두됐었다.

더욱이 대한상공회의소, 경총 등 재계 5단체장이 최근 모임을 갖고 `근로시간단축논의 잠정 중단'을 요구하는 등 근로여건 제도개선에 재계가 강경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도 한노총이 노사정위에 조속히 복귀, 근로시간 단축문제 등을 논의해 올 노동계의 최대 과제중 하나인 근로조건 개선문제를 다시 사회 쟁점화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노동계 내부에서 제기됐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한노총이 지난 8일 철도 구조조정 계획을 둘러싸고 노사정위 공공부문구조조정특별위원회에 참여하고 이어 10일 공공특위에서 철도구조조정 계획 합의안을 채택한 것은 한노총의 공식적인 노사정위 복귀를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었다.

이와 함께 최근 정부주도 구조조정 대상 은행과 일부 우량 은행간의 합병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되면서 해당 은행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이를 노사정위 금융부문구조조정 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해야할 필요성도 한노총의 이날결정에 직접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노총은 이날 노사정위 복귀 결정에 이어 당면 현안인 철도 구조조정 및 은행합병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근로시간 단축 등 제도개선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등 당분간 장외투쟁을 중단, 동투를 마무리하고 노. 사.정 협상을 통한실익확보에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노총이 당장은 대화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도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우량은행, 구조조정 대상 은행간 합병을 둘러싼 금융노조의 반발이 거세 또다시 노동계의 장외투쟁이 촉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노총은 일단 13일 오후로 예정된 금융특위에 이용득 금융노련위원장이 참여,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은행간 합병은 `정부 주도의 강제합병은 없으며 정부는금융기관의 조직 및 인원감축 등에 관해 노사간 단체협약을 존중하겠다'고 명시된 노정합의문을 위반한 것"이라며 `일방적인 은행 합병' 중단을 촉구할 것으로알려졌다.

그러나 노사정위 금융특위에서 노. 사.정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난 7월에 이어 금융노련이 또다시 전면파업을 강행, 금융대란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산별노련으로 조직력을 더욱 다진 금융노련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주도의 강제 은행합병이 이뤄질 경우 이르면 내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하는 등 일전불사의 결의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행을 제외한 은행은 2001년부터 필수공익사업에서 제외돼 금융노련이 쟁의조정신청 절차를 밟은 후 파업에 들어갈 경우 합법적인 쟁의행위가 될 수 있어 그 파괴력은 지난 7월의 파업에 비해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전노조와 철도노조의 파업계획 철회로 노동계가 진정 국면으로 들어간 시점에서 은행 합병 추진에 따른 금융노조의 반발로 노정충돌 가능성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동계 소식에 밝은 한 전문가는 "한전노조와 철도노조가 파업계획을 철회, 겨우 우리 사회가 안정 국면을 회복하고 있는 마당에 은행합병이 예상밖으로 문제가 확대되고 있는 느낌이 든다"며 " 금융노조의 반발과 함께 앞으로 근로시간단축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반발도 예상돼 노정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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