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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경영기법 도입해 환자 늘리기에 '혈안'의사 한명이 하루 6시간동안 150명 진료…정부, 의료법 개정으로 '기업' 변신 뒷받침


최근 대형병원마다 '몸집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다. 무한경쟁의 각축장이 돼버린 의료시장에서 병원들은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한 체질개선도 한창이다. 이미 제조업을 비롯한 타 산업에서 한물 지난 경영기법들을 병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갖가지 방법들이 총동원되고 있다. 자동차 대신 환자를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놓은 병원들의 생산라인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매일노동뉴스>가 민간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대형병원을 실태를 살펴봤다. <편집자>


내년까지 수도권에서만 4,000 병상이 늘어난다. 대학병원 4~5개가 들어서는 규모다. 올 12월 강남성모병원에만 1000 병상 이상이 들어서고, 내년 초 삼성서울병원에도 700병상 규모의 암센터가 오픈할 예정이다. 이미 2,139 병상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아산병원도 내년 개관을 목표로 600병상 규모의 신관을 짓고 있다. 지방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부산대병원도 양산에 치과병원 200 진료대를 포함해 1040병상 규모의 제2병원 설립에 나섰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의료서비스산업의 국내시장 규모는 최근 10년간(1994~2004년) 연평균 11.3%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4년을 기준으로 시장규모는 약 43조3,000억(GDP의 5.6%)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2010년에는 약 63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같은 의료서비스산업의 고속성장 뒤에는 급격히 늙어가고 있는 인구구조와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 바람,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병상을 만들어놓으면 환자는 채워지기 마련’이라는 의료산업의 남다른 이론도 숨어있다.

의료서비스산업에서 아담스미스의 수요와 공급곡선은 쓸모가 없다. 서비스의 질과 효용에 대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공급자는 시장에서 소비자보다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소비자인 환자를 대신해 의사가 서비스의 양을 결정한다는 말이다. 특히 개별 진료행위마다 단가가 매겨지는 우리나라의 행위별수가제에서는 공급량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몸집을 불려온 대형병원들은 또다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민간기업에서 진행돼온 각종 경영기법을 병원에 적용하는 것이다. 건강권은 기본권이기에 병원은 이윤만 목적으로 해선 안된다. 그런데도 비영리법인인 병원에 영리법인인 민간기업의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병원에 도입된 민간기업의 경영기법이 낳은 효과는 무엇일까.

민간기업 경영마인드로 무장한 병원

1989년 서울아산병원과 1994년 삼성서울병원의 등장으로 ‘기업의 경영마인드’에 눈을 뜬 병원들은 10여년이 지난 지금 LG전자와 포스코의 '경영혁신 노하우'에 대한 강의를 듣고, 미국 GE크로톤빌연수원 교육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로부터 ERP(전사적자원관리)와 6-시그마를 배우고, 앞 다퉈 MBO(목표중심경영), ABM(활동기준원가관리) 시스템 등을 도입하고 있다. 고객만족을 위한 CS, QI부서를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병원마다 친절마케팅을 앞세우면서 리츠칼튼호텔의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하자고 외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우후죽순 생겨난 병원컨설팅 전문업체들은 진료부서를 팀제로 개편하고 의사를 비롯한 직원들에게 포인트로 유인하면서 성과급과 연봉제를 도입해야한다고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최근 신·증축되는 병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알콜솜, 반창고' 사용횟수로 의료질개선 평가

지난 2005년 서울에서 870병상 규모의 병원을 증축한 한 병원의 사례를 보자. 학교법인재단 소유한 이 병원은 현대건설과 서울아산병원을 두루 거친 전문경영인을 행정부원장으로 영입하고 서울아산병원을 벤치마킹했다. 의료정보화 부분에서는 최상급의 EMR(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도입되고 활동기준원가(ABC) 기반의 분석업무가 강화됐다. 자원관리 부분에서 ERP가, 성과관리 부분에서는 MBO 시스템이 각각 들어왔다. 의사들과 팀장급 관리자까지 연봉제가 도입된 가운데 시시각각 1인당 환자수와 진료수익이 기록되고 통계로 산출된다. 더 많은 환자를 보기 위해서는 환자 개개인에 대한 진료시간이 그만큼 짧아져야하고, 더 높은 진료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검사 등 과잉진료의 유혹이 이들 앞에 도사리고 있는 시스템인 셈이다. 물론 환자들의 진료대기 시간이 줄어들고 이전 기록을 찾기 위해 차트를 뒤적여야하는 시간, 종이차트의 부정확성이 사라지는 등 상당한 장점도 있다. 그러나 전산시스템의 상당부분이 외주업체로 아웃소싱되어 있어 환자정보 노출의 위험성과 전산오류의 위험도 상존한다.

이외에도 CS제도의 일환으로 환자들로부터 ‘칭찬카드’와 ‘불만카드’를 접수받아 포인트를 부여,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이 제도로 병원은 환자들로하여금 ‘친절하다’는 칭찬을 받지만 간호사들은 ‘죽을 맛’이다.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거나 모욕적인 언사를 당해도 언제나 ‘방실방실’ 웃어야하기 때문이다. QI(의료질 개선)경연대회에서는 ‘누가누가 알콜솜과 반창고를 적게쓰나’를 겨룬다. 그래서 간호사들은 알콜솜을 꺼내쓸 때마다 매번 기록을 남기고 반창고도 최대한 사용을 자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 병원의 노조위원장은 “하다못해 주사바늘만 놓고보면 단가가 100원 더 비싼 제품은 부드럽고 질이 좋아 한번에 쑥 들어가지만, 병원에서 사용하는 제품은 뻑뻑해서 2~3번은 찔러야 제대로 놓을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심지어 링겔을 맞을 때 사용하는 바늘이 쉽게 부러져 수액 속으로 들어가는 아찔한 의료사고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인사와 직급체계도 심각하다. 이 병원 인사팀장이 “간호사는 5년 이상 일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는데 실제로 5년차까지는 임금상승률이 높지만 그 이후 고숙련 간호사일수록 임금임상률은 낮아진다. 12년차 간호사의 자연승급분은 1만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고숙련 간호업무에 비용의 잣대를 들이밀어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간호사에게 전담시키는 것은 언제 터질 지 모르는'위급상황'이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병원에서는 그야말로 '위급상황'인 격이다. 현재 이 병원은 전 직원으로까지 연봉제를 확대 시행하는 문제와 다면평가 실시 등으로 노사 간 갈등을 겪고 있다.










투입비용은 줄이되 환자 수는 최대로

비단 이 병원만의 사례는 아니다. 지난 2002년 병원에서는 처음으로 ERP를 도입했던 전북대병원은 초기 재료비절감차원에서 매일 필요한 수술 의료기기의 소독을 이틀에 한 번씩 실시하게 했다. 물품 하나하나 원가를 써 붙여 최대한 사용을 줄이게 했으며, 1회용 물품마저 다시 물로 씻어 재소독해 사용하게 하는 등 상당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러나 곧 의사들로부터 ‘이렇게는 진료가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가 터져나오고 노조에서도 반발이 거세지자 이러한 차원의 비용절감은 사라지게 됐다.

서울대병원도 지난 2005년 말부터 7개월 간 6-시그마 시범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병원측은 이를 통해 응급실 체류시간을 11시간 단축하고 외래진료대기시간은 7.9분을 줄였으며, 외과평균 재원일수 1.3일, 장비도입기간 73일 단축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입원일수가 줄어들면서 병상회전률도 빨라져 연간 11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응급실 체류시간 단축 만으로 연간 12억8,000만원의 이익을 올렸다며 병원측은 이를 전 부서로 확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노조가 “한 진료실에서 의사가 여러명의 환자를 동시에 보는 ‘공개진료’가 진행돼 환자의 프라이버시권이 무시되고, 의사 1명이 하루 6시간동안 150여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는 등 심각한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강력히 저지하기도 했다. 제조업에서 '불량률'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6-시그마는 병원에서 병상회전속도를 높이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때문에 정작 누구보다 충분한 치료가 필요한 만성·중증환자의 경우 점점 병원에서 환영받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병원들은 ‘환자’가 아닌 ‘고객’을 상대로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의료서비스를 팔기 위해 두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실정이다. ‘허준’의 인술이 ‘하얀거탑’의 야망과 수익으로 변모된만큼 짧은 기간동안 말이다.


정부, 의료 세일즈 전도사 자처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의료서비스산업을 차세대 경제성장 동력으로 치켜세우며 의료서비스 세일즈에 나섰다.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의료허브로의 육성’은 황우석 교수의 논문표절 파동으로 다소 주춤하는 듯 했으나 △2005년 3월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추진과제 확정 △2006년 12월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통해 꾸준히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및 부대사업 확대, 병원경영전문회사(체인점) 설립 허용 등을 추진해왔다. 특히 지난 1월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개정안’은 이같은 정책을 제도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34년만에 대수술이 진행된 의료법 개정안은 병원호텔, 온천 등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환자 유인알선행위가 대폭 허용되며, 병원 간 M&A 규정도 신설됐다. 또한 병원 내 의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프리랜서 의사에 대한 규정도 첨부됐다. 아울러 비급여비용에 대한 가격계약도 가능해져 민간보험사와 병원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성형 등에 대해서 가격계약을 맺도록 문을 열어놓았다. 공공재인 의료서비스를 무한경쟁의 시장 속으로 던져놓은 격이다.

삼성의료경영연구소가 작성한 ‘영리의료법인이 의료기관에 미칠 영향과 대응전략’은 영리의료법인로 가는 2가지 예상시나리오를 제출하고 있다. 하나는 ‘행위의 영리성’으로 의료행위 및 부대사업의 영리화 허용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 다른 하나는 기관의 영리성으로 합명회사와 주식회사 등 법인의 영리화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

이 보고서에서는 현재 비영리법인인 의료기관이 영리법인화로 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유는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을 경우 총체적인 법제도의 변경이 필요할 뿐더러 종교법인과 학교법인 등 기존 비영리법인과의 형평성 문제도 얽혀있어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행위의 영리성을 기준으로 볼 때 이번 의료법은 삼성의료경영연구소의 예상시나리오에 상당부분 근접해있다.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는 공중파 방송 등을 통한 광고, 특별할인가 진료와 인센티브 제공 등 판촉활동, 여행상품과 미용의료가 결합된 서비스, 사업의 다각화를 통한 수익모델 발굴, 원내 편의시설, 실버산업과의 연계 등 부대사업 허용범위 확대 등이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또, 의료서비스 차별화 전략의 한 방법으로 가격전략 등도 알선행위와 비급여 가격계약 허용 등을 통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보고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진료거부금지(의료법 제16조)’ 조항이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진료 또는 조산의 요구를 받은 의료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조항은 이번 개정안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의료경영연구소는 "영리서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적 자치의 원칙'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진료거부금지 원칙이 수정될 경우) 시장세분화전략을 수립하고, 대상이 되는 고객(환자)군을 정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가령 고급 회원제를 실시해 회원만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마저 허용되는 순간을 상상하면 대단히 섬뜩하다. 똑같이 생명이 하나라할지라도 부자의 의료서비스와 빈자의 의료서비스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병원수익은 장례식장서 나온다
의료수익에 울고, 부대수익에 웃는 수익구조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05년 현재 민간 대형 종합병원 10개 중 6개만 흑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가 지난 6일 발표한 2005년도 300병상 이상 136개 종합병원 회계분석결과 자료에 따르면 102개 민간의료기관 가운데 흑자를 기록한 곳은 60개. 그러나 평균 의료수익 순이익률(진료수익에서 진료비와 부대비용 포함 해 뺀 수익률)은 -0.65% 수준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공립 의료기관의 재무재표는 더욱 심각하다. 34개 가운데 29개가 적자를 봤으며, 이들의 평균 의료수익 의료이익률(의료 외 수익를 제외한 환자 진 료에 의한 수익에서 환자 진료비용을 뺀 수익률)은 -8.2%로 민간의료기간 평균 1.5%보다 무려 10% 차이가 난다.


복지부에서 “이번 회계자료 분석은 의료기관이 작성, 제출 한 자료를 토대로 한 만큼 한계가 있다”고 밝힌 바대로 이 자료에 대한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의료수익만으로 흑자를 내는 병원은 전국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병원계의 정설이다. 서울의 내놓라하는 유명 대형병원과 특정 진료부서의 인지도를 가진 의료기관에 환자들이 치중되는 현상과 더불어 정부가 ‘의료수가’를 통제하고 있어 매출액 대비 원가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2003년 기준으로 제조업 평균 매출원가율은 80.3%지만 병원은 95.1%에 이르고 있다.


때문에 병원들은 수익구조 다변화, 특히 부대사업 확장을 통한 수익확대에 대단히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허용되고 있는 부대사업으로 장례식장과 주차장은 병원의 수익의 효자로 손꼽히고 있다. 개원 2년만에 연초 수익목표의 90% 수준을 달성하며 3년차 흑자전환을 꾀하고 있는 K병원의 경우 지난해 11월 현재 의료수익 1219억원, 적자 129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장례식장과 주차장의 수익은 54억8,500만원으로 연초 목표수익의 50%를 훌쩍 넘기며 유일하게 초과달성했다. 장례식장 때문에 적자 폭을 크게 줄인 셈이다.


또 최근에는 병원 증축을 통해 매장을 임대․운영하면서 두둑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병원은 24시간 고정소비자가 있기 때문에 식당, 편의점, 커피숍, 의료보조기 매장 등의 임대료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실제로 대형병원에서 외식사업체 수익이 비인기진료부서의 수익과 맞먹다는 이야기들도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 2005년 지상 21층의 최대규모로 새병원을 개원한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임대매장 때문에 직원식당 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직원들이 비좁은 탈의실에서 도시락을 먹거나 바쁠 때에는 아예 굶는 경우들이 생겨 아우성이 빗발치기도 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8일

김미영 기자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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