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외파와 법내파의 대립속에 내홍을 겪어온 전국공무원노조의 갈등이 다른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지난 2월24일 대의원대회 파행 이후, 봉합을 위한 대의원대회가 열릴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권승복 공무원노조 위원장이 법내파를 전면 비판하며 대의원대회 개최를 미룰 뜻을 밝혔다. 공무원노조의 한 관계자는 “위원장이 배수의 진을 치고, 초강수를 택했다”고 분석했다.

권승복 위원장 초강수 선택

권승복 위원장은 5일 밤 특별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을 통해 권 위원장은 △조직질서 확립 차원에서 법내노조 설립신고를 마친 지부는 탈퇴한 것으로 간주하고 일체 권한을 중지시킬 것이며 △대의원대회 무산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조직진로와 관련한 통일된 합의안이 돌출되기 이전까지 대대를 열지 않을 것이며 △징계자 사면복권과 총액인건비제, 퇴출인사제도 도입 저지, 공무원연금법 개악저지를 위한 현장 투쟁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권 위원장의 담화문은 파행 무산된 대의원대회를 시급히 다시 개최해 사태를 봉합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다른 뜻을 밝힌 것이다.

또한 권 위원장의 담화문은, 지부 단위로 설립신고를 낸 산하조직에 대한 징계를 미뤄왔던 최근 공무원노조의 방침과 다른 것이다. 현재 200여개의 공무원노조 산하 지부 중 16개가 설립신고를 냈으며, 추가로 5~10개의 노조가 설립신고를 결정한 상태다. 노조는 법내진입을 이끌었던 정유근 경남본부장을 제외한 지부 단위 대표자들에 대한 징계를 미뤄왔다.

"설립신고 낸 곳은 이미 탈퇴한 곳"

권승복 위원장은 “특별법 수용 여부의 논쟁이 조직에 유익하지 않으며, 지난해 11월 대의원대회 이후 이런 소모적 논의가 종식되길 간절히 원했다”면서 “(법외고수 방침을 정한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지난 2월24일 대의원대회에서 똑같은 긴급안건이 제출됐고, 결국 파행으로 끝나며 조직의 상처로 남았다”고 진단했다.

또한 권 위원장은 “특별법 수용은 안된다는 위원장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대의원대회 전에 안건을 제출하지 말아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지만, 만류에도 불구하고 안건이 제출됐고, 제출된 이상 원만하게 회의를 운영하고자 노력했지만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무리하게 안건을 제출한 것인 대대파행의 원인”이라는 주장과 “단상을 점거한 것이 대대파행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권승복 위원장이 법내파를 탓함으로써, 법외파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안건 올린 쪽이 잘못"

법내파 쪽에선, 권승복 위원장의 담화문에 대해 “노조 규약을 무시한 독단적 판단”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는 분위기다. 법내파의 한 핵심 관계자는 “폭력을 행사한 자들을 위원장이 나서서 옹호하고 있는 꼴”이라면서 “권 위원장이 정상적인 조직운영을 포기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또한 설립신고를 낸 지부에 대한 징계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규약과 규정을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대의원 1/3의 서명을 받아 대의원대회 개최를 요구하는 안, 위원장의 탄핵안을 발의하는 것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해 갈 것”이라면서 “집행부가 노조의 정상적 운영을 할수 없다면, 이를 정상화 시키기 위해 어떤 판단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안 불사할 것"

한편, 이번 권승복 위원장의 담화문 발표로 인해 법내파와 법외파의 갈등 고조는 물론, 노조의 파행 운영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2007년 사업계획과 예산안이 아직 대의원대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사업진행과 예산집행의 정당성 논란이 벌어질 것이로 보인다. 지도부의 구심력이 약해지면서 각 지역별 각계 전진을 한층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수 공무원노조 사무총장은 “일단 절충안이 쉽게 마련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시급한 현안에 대한 현장투쟁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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