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전국 버스기사 임금인상의 ‘패턴세터’(Pattern-Setter 본보기) 역할을 해온 서울시 버스 노사가 최근 △시급 5.8%(총액 대비 3.7%) 인상 △격주 주5일제 도입 △무사고수당 1만원 인상 등에 합의했다. 서울버스 노사의 이번 합의는 타 지역, 특히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에 각각 어떠한 파장을 미칠까.

◇준공영제 시행 지역 = 2007년 3월 현재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곳은 서울을 비롯, 대전, 대구, 광주 등 4개 광역시. 준공영제 도입 3년째인 서울의 경우 제도 안착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되지만, 나머지 지역은 아직 제도 정착기 단계를 거치고 있다. 대전이 올해로 시행 2년째에 접어들었고, 대구는 시행 1년, 광주는 3개월에 불과하다.

준공영제 도입으로 버스회사가 지자체로부터 운영 적자분을 보존 받는다는 공통의 환경이 조성됐음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별 교섭 양상은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서울을 제외한 3개 지역은 현재까지 교섭을 시작조차 하지 않은 상태. 이봉우 자동차노련 노사대책국 부장은 “서울의 교섭 결과가 타 지역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며 “서울과 지역간 임금 격차도 크고, 버스에 투입될 수 있는 예산규모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교섭 결과가 ‘참고’는 될 수 있어도 ‘기준’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준공영제 미시행 지역 = 그렇다면 서울의 교섭 결과가 준공영제 미시행 지역엔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 자가용의 확대와 버스 대체 수단의 발달로 버스업계는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민간버스업체의 경영 악화는 버스기사들의 임금체불과 근로조건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노련의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전국의 체불임금 규모가 1천억원을 넘어선 상황.

따라서 준공영제 미시행 지역의 버스노조들은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조차 꺼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 하고 있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 서울시버스노조가 총액 3.7% 인상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지자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역의 임금인상 가능성이 어느 정도일지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새로운 공동투쟁 예고 = 준공영제가 도입되기 전인 지난 1989년부터 2003년까지 버스노사는 6대광역시 공동 임단협을 벌였다. 지역별로 근로시간 및 근무일수가 동일하고 임금수준도 거의 유사해, 동일노동·동일임금 적용의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다. 임금인상에 치중해 진행된 당시의 공동 임단협에서 서울과 부산은 ‘패턴세터’ 역할을 했고, 두 도시에서 타결이 이뤄지면 타 지역까지 연쇄 타결 현상이 이어졌다.

그러나 준공영제가 도입되면서 양상은 달라지고 있다. 교섭패턴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준공영제 도입 지역의 경우 지자체가 교섭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예산 규모 등에 따라 교섭 결과가 달라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발맞춰, 노조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자동차노련은 준공영제 시행 지역과 미시행 지역을 나눠, 별도의 공동논의 테이블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존의 6대도시 공동 임단협과는 다른, 준공영제를 기준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공동투쟁이 예고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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