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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된 유통산업, 재벌기업 '영토확장' 경쟁 뜨겁다외국자본 철수 후 이마트-롯데 등 선두기업 과점화…인수합병 회오리 속 고용불안 가중
올해 유통산업은 국내 경제성장률(GDP) 수준인 4.5% 정도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형마트와 백화점 업계는 자본력을 갖춘 선두기업들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대형마트 부문에서는 신세계이마트가, 백화점 부문에서는 롯데쇼핑이 입지를 확고히 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태별로 보면 유통산업의 가장 큰 축을 차지하는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기업 간 인수합병(M&A)를 통한 과점화 역시 심화될 전망이다. 대형마트와 함께 양대 축을 이루는 백화점 역시 신규 출점과 인수를 통한 과점화가 심화되고, 업체간 경쟁 역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부지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시장 개척이 주춤하는 사이,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인터넷쇼핑과 홈쇼핑이 부상하고 있다.

ⓒ <사진 = 정기훈기자>

이마트-롯데쇼핑, 과점화 심화

대형마트 업계는 지난해 두 건의 대형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빅3’ 경쟁에 이랜드홈에버가 가세한 형국이 됐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 4,5위를 차지했던 다국점 유통기업 까르푸와 월마트가 지난해 국내 기업인 이랜드와 이마트에 점포를 매각하고 한국 시장에서 철수함에 따라 업계 1위 이마트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또 중저가 패션사업으로 성장한 이랜드가 중견 유통업체로 발돋움하게 됐다.

대형마트의 절대강자 이마트는 지난해 월마트 인수 이후 더욱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게 됐다. 월마트 인수로 전국 100호점을 돌파한 이마트는 박리다매를 기본으로 하는 대형마트의 운영기반인 ‘규모의 경제’를 갖추게 됐다. 대형마트에 있어 점포수 증가는 외형확대 외에도 납품업체들에 대한 구매교섭력의 강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이마트의 매출액은 9조1천억원, 올해 10조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마트 인수 이수 100호점을 돌파한 이마트는 현재 전국 110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개 신규점을 개점, 5조8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원이며, 9개 신규점을 개점했다. 까르푸 인수로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홈에버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9천500억원. 그밖에 농협유통(하나로클럽+하나로마트)이 1조6천억원, 뉴코아아울렛 1조5천억원, GS마트 7천800억원, 세이브존 7천억원, 메가마트 7천400억원, 코스트코 홀세일 6천500억원, 2001아울렛 6천억원 등 매출을 올렸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올해 신규 출점 계획이 있으며, 올해만 50곳 이상의 신규점포가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모두 10개점 이상 출점할 계획이다. 뉴코아아울렛 5개, 2001아울렛 5개, 홈에버 4~5개, 메가마트 3개의 신규점이 예정돼 있다. 신규출점 방식은 올해 역시 M&A를 통한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대형마트의 투자욕구와, 대형마트들의 틈바구니에서 고전하고 있는 중소업체의 생존본능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상위 3개 업체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이미 70%를 넘어선 상태이기 때문에 출점이 곧바로 출혈경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봉착했다. 따라서 올해는 소규모 인수합병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마트의 독점적 지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백화점 역시 올해 신규 출점과 인수를 통한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지만, 롯데쇼핑의 강한 입지는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 점유율 43%를 확보하고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롯데쇼핑은 매년 한개 이상의 신규 백화점을 출시할 계획이기 때문에, 경쟁사들의 선두진입 가능성은 매우 낮다. 최근 경기도 분당 삼성플자라를 애경그룹에 매각하며 삼성그룹이 유통사업에서 손을 뗀 것 역시 후발주자들의 선두권 진입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백화점 업계는 약 18조3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8월을 제외하면, 2005년 3월부터 무려 22개월간 매출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업계는 매출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2005년 말 급속히 팽창한 증시의 효과를 꼽고 있다. 자산효과의 혜택을 받은 소비자층이 백화점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올해 백화점 경기전망은 밝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기대지수, 가계수지 동향, 고용(취업)동향 등은 어두운 경기전망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현재와 비교해 6개월 뒤의 경기, 생활형편, 지출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통계청의 1월 소비자 기대지수는 기준치(100)이하인 ‘96.1’.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심리가 크고, 소비심리 역시 얼어붙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의 소비위축은 IMF를 거치며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결제 불황은 소비자의 명목소득 자체를 감소시켜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한편,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저가를 지향하는 소비형태가 심화되고, 이에 궤를 같이한 대형마트의 급성장이 백화점 시장을 크게 잠식하게 됐다. TV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 같은 무점포 소매업의 급성장도 백화점 업계를 압박하는 한 요인이다.

ⓒ <사진 = 정기훈기자>

유통기업간 인수합병 활성화

유통업계 선두기업 과점화의 배경에는 지난해 진행된 두건의 대형 인수합병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소매유통업계 세계 1,2위를 다투는 까르푸와 월마트가 잇달아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1996년 국내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된 이후 공격적으로 한국 진출에 나섰던 이들 기업이 유사한 시점에 한국 철수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빠른 진출, 자본력, 다양한 해외시장 경험까지 두루 갖춘 이들 기업이 유독 한국에서 맥을 못 춘 까닭에 대해 업계는 △현지화 노력 미흡 △현지파트너와의 마찰 △사회적 책임의식 부족 등을 꼽는다.

한편, 이들 기업이 떠난 자리에 이마트와 이랜드가 둥지를 틀었다. 앞서 지적했듯 이마트는 월마트를 인수하면서 100호점을 돌파하며, 시장점유율 32.3%를 돌파했다. 대형마트 세 곳 중 한곳이 이마트인 셈이다.

이랜드의 까르푸 인수는 백화점업계에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저가 패션사업을 기반으로 한 이랜드는 까르푸를 인수하며 대형마트업계 4위권에 안착했다. 그러나 ‘프리미엄급 할인점’을 표방하며 출발한 이랜드홈에버는 백화점의 패션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백화점 패션시장은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기업간 인수합병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매년 30개 이상의 대형마트 출점이 이어지면서, 상권 중복, 부지확보 한계 등 대형마트 시장의 외형확대가 한계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지난해와 같이 업계의 판형 자체를 뒤흔드는 규모의 '대형 인수합병'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유통점포의 등장과 해외진출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시장 개척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가운데, TV홈쇼핑, 인터넷쇼핑몰, 카탈로그 판매업 등 무점포 판매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중 TV홈쇼핑업계는 2년 연속 10%대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강자인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을 인수함에 따라, 롯데의 홈쇼핑 사업 진출 여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형마트의 소형화 추세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마트 등은 올해 출점하는 매장이 3,300㎡(1천평) 전후의 ‘미니 할인점’ 형태를 띨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의 소형화 추세는 대형 부지 확보의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안정적인 매출 증대를 위해 업체들이 수도권 입점을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울러 대형마트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내 시장의 경쟁 심화에 대한 대안으로 유통업체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3개 점포를 추가한 이마트는 중국의 해외업체 소매업 투자 규제 완화에 따라 2010년까지 중국에 34개의 점포를 출점할 계획이다. 아웃렛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세이브존도 중국에 매장을 오픈, 1호점 성공여부를 지켜본 뒤 추가 개점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도 2007년 모스크바 백화점 개점과 베트남 시장 진출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합작사를 설립한 롯데마트는 내년 상반기 호치민에 1호점을 오픈한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해외시장에 진출에 따른 가시적 효과가 출점 후 3년 이상 지나야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먼저 해외로 진출한 이마트의 경우도 1997년 첫 개장한 매장만이 현재 영업이익을 내고 있고, 2004년 개장한 두 번째 점포는 내년 이후에야 흑자를 낼 전망이다.

반면 백화점업계는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 방안으로 ‘명품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경제 불안으로 인한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수입 명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백화점 업계 입장에서 볼 때, 명품 시장은 물가상승의 압박에서 대형마트에 비해 자유로운 부분이다. 백화점 매장을 찾는 손님 수는 줄고 있지만, 손님 한 명당 지출비용이 늘고 있다는 점은 업계가 명품시장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사진 = 정기훈기자>

각개 약진 하는 유통산업 노조

유통산업이 몇몇 대기업 독과점 구조로 개편되면서 유통업 종사자들의 고용불안이 가중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계의 대응력은 미약한 실정이다. 현재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가입돼 있는 유통업 종사자 수는 약 1만여명. 소매업 종사자 수가 20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노조 조직률은 0.5%수준에 불과하다.

유통업체 노조 대부분이 가입해 있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올해 안으로 산별노조를 건설해 업종별 공동투쟁을 벌이겠다는 계획이지만, 조합원들 사이 산별노조에 대한 인식의 편차가 커 진척이 더딘 상태다.

백화점 노조의 경우 현재 한국노총 소속 롯데쇼핑노조(2,500명)와 민주노총 소속 현대백화점노조(2,200명)가 대표적 노조에 속하나, 이들 노조 간 연대활동은 거의 없다. 대형마트 노조의 경우는 한국노총의 롯데마트노조(800명)과 민주노총의 이랜드일반노조(1,100명)가 대표격이다. 이중 지난해 인수합병을 거치며 노조를 통합한 이랜드일반노조(이랜드+홈에버)는 같은 이랜드계열사인 뉴코아노조와 함께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는 등 공동행보에 나선 상태다. 대부분의 유업산업 노조들이 산업전망을 반영한 요구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임금인상 수준의 교섭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랜드계열사 노조들의 공동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랜드계열사 유통노조들은 올해 공동요구안을 만들어 공동임단협을 벌인다는 계획. 이들 노조가 밝힌 올해의 주요 요구안은 ‘고용보장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다. 이 같은 요구는 오는 7월 비정규법 시행과 맞물려, 유통업계 노조 전반의 요구로 확산될 전망이다.

시작이 반이다. 유통산업은 늘어나고 있는 고용인원에 비해 노조 조직률은 미약하다. 때문에 노동계는 유통산업 노동자 조직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양대노총의 지원이 남다른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게다가 복잡한 고용구조와 비정규직이 많은 유통산업은 7월부터 시행되는 비정규법안의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직 문제가 핵심현안으로 대두되고, 노사갈등의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노동계가 추진하고 있는 산별노조 전환계획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랜드계열사 노조의 공동 임단협은 산별교섭으로 가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산업 노조가 열악한 조직력을 딛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통산업 사용자단체 현황>
대형마트, 백화점 별도로 사업자단체 구성
유통산업의 양대 축을 이루는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은 각각 한국 체인스토어협회(회장 이승환 삼성테스코(주) 홈플러스 대표이사)와 한국백화점협회(회장 석강, 신세계백화점 대표이사)에 회원사로 가입 중이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는 삼성테스코, GS리테일, 농협유통, 뉴코아, 롯데마트, 신세계이마트, 킴스클럽마트, 이랜드리테일 등 주요 업체 대표들이 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체 회원사 수는 정회원과 특별회원을 포함해 77사다. 대형마트, 슈퍼마켓, 전문점 등 유통기업 외에도 제조업체, 설비업체 등 유통 협력업체도 가입해 있다.


1974년 정부 지정 ‘수퍼체인회사협의회’로 출발한 체인스토어협회는 총회 및 이사회 등 정기모임을 갖고, 최고경영자 심포지엄, 부문별 특별 세미나, 한국국제유통사업전 등 부문별 행사를 주관하기도 한다. 또, 국내외 유통사업 관련 동향 정보를 제공하고, 유통 관련 조사연구 결과를 정부에 건의하기도 한다.


한국백화점협회에는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11개 백화점이 회원사로 가입해 활동 중이다. 백화점협회는 기반시설부담금법 등 현안 과제를 회원사간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한편, 유통관련 법규의 조사·연구기능을 강화하고, 해외 선진 백화점간 교류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백화점협회 등과 정기 간담회를 개최, 한·일 백화점간 인력 교류 방안 등을 추진하고, 벤치마킹을 활성화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들 단체는 지난해 12월 ‘제조-유통 상생협의회’를 발족하고 초대 협의회장에 이승환 삼성테스코 사장을 선출했다. 이들 단체가 주축이 되는 상생협의회에는 유통업종 단체와 식품공업협회, 육가공협회 등 제조부문 7개 단체, 산자부와 유통관련 기관 등이 참여한다. 상생협의회는 매년 두 차례씩 열리는 전체회의와 수시 실무협의를 통해 제조-유통업체간 거래관행 및 제도개선, 공동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유통산업 노동조합 현황>
양대노총 소속 조합원 1만명, 비정규직 조직화 '과제'
유통업종 노동조합 상당수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 가입해 있다. 현대백화점, 롯데미도파백화점, 뉴코아, 이랜드일반(홈에버+이랜드), 농협유통, 해태유통, 영유통, 세이브존I&C, 리베라세이브존, 세이브존 등 유통업체 노조 12곳과 백화점 매장 안에서 영업하는 LOK(랑콤 코리아), 동원F&B 등 협력업체 노조 2곳이 현재 활동 중이다. 이들 노조의 총 조합원 수는 6천560명(의무금 납부 기준). 한국노총에도 4개의 유통 노조가 활동 중이다. 롯데쇼핑(2천500명)과 롯데마트(800명), 메가마트(350명) 노조가 연합노련에 속해있고, 창원대동백화점노조(100명)가 섬유유통노련에 속해있다. 양대노총 소속 유통노조 조합원 수를 합치면 약 10310명. 통계청이 2월 발표한 국내 소매업 종사자 수가 225만9천(2006년 현재)명임을 감안하면, 유통노조 조직률은 극히 미미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유통 노조들은 ‘유통업종분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통업종분과는 정기적으로 분과회의를 개최, 임단협 공동 요구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또 유통노동자 노동조건 및 건강 실태조사 등을 벌이기도 한다. 유통업종분과는 업종 내 비정규 조직화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단협 및 규약을 개정하고, 업종 내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 실태조사 등을 벌이기도 한다. 지난해부터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이 조성한 50억 기금으로 양성되는 ‘민주노총 비정규 활동가’ 10명이 서비스연맹 유통업종분과에 배치돼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올해 유통업체 노사의 임단협 쟁점으로 △고용보장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이 제기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대규모 인수합병(M&A)를 겪은 사업장일수록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셀 전망이다. 또한 전체 종사자 상당수가 비정규직인 유통업체의 고용사정을 감안하면, 올 7월 비정규법 시행과 맞물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도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 빠지고 현대 들어오고
백화점업계, 재벌기업의 엇갈린 행보
지난해 하반기 백화점 업계를 뜨겁게 달군 최대 이슈는 애경그룹이 분당 삼성플라자의 새 주인으로 낙찰된 사건이다. 이는 애경그룹이 롯데쇼핑·현대백화점·신세계에 이어 백화점 업계 4위에 안착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삼성그룹의 유통사업 완전 철수를 뜻한다.


명동 유투존, 분당 삼성플라자, 홈플러스 등을 운영해온 삼성물산은 2005년 유투존 사업을 중단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삼성플라자를 매각하고, 오는 7월에는 테스코에 홈플러스 지분(5%)을 완전히 매각할 예정이다. 유통시장 진출 12년만에 삼성물산이 유통업 완전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삼성그룹의 유통 사업은 기존 신세계와 삼성물산의 양대축에서 신세계로의 단일축으로 개편됐다.


유통업계 과점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터져 나온 삼성물산의 유통업 철수 결정은 후발주자들의 선두권 진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통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금여력 뿐만 아니라 유통사업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수반돼야 함을 시사한다.


한편 지난해에는 현대산업개발이 백화점업계에 진입, 삼성과 상반된 행보를 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주택건설 전문기업인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용산역에 아이파크몰을 선보였다. 같은 현대 계열사인 현대백화점이 롯데쇼핑과 신세계백화점 사이에서 주춤하는 상황임을 놓고 볼 때, 현대산업개발의 유통업 진출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확산되는 유통매장 첨단화, 깊어가는 고용불안
국내 시장개척의 한계에 봉착한 유통업체들은 어떻게 하면 기존 매장에서 매출을 늘릴 수 있을지에 대해 고심 중이다. 업체들이 첨단 관리 시스템을 도입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초기 장비 투입 비용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 업체들이 시스템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인력비 감축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술은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라 불리는 무선인식 기술이다. 모든 사물에 전자태그를 부착, 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사무의 정보 및 주변 상황정보를 감지하는 센서 기술로, 현재 대부분 유통업체에서 사용하는 바코드 인식 기술에 비해 정보처리량이 100배 이상 크다. 현재는 상품마다 일일이 바코드를 스캐닝하는 방식으로 계산업무를 처리하고 있지만, RFID기술이 도입되면 쇼핑카트에 물건을 실은 채 계산대를 한번 통과하는 것만으로 계산업무를 마칠 수 있게 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물건 계산 시간이 단축되는 편리함이 있다.


세계최대 유통업체인 미국 월마트를 비롯, 미국 베스트바이, 독일 메트로, 영국 테스코 등 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최근 잇달아 RFID 기술을 도입했다. 기술 도입 움직임은 국내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6월부터 서울역점에서 RFID를 기반으로 한 미래형 점포를 시범 운영중이며, 이마트는 자동화시스템 무인계산대와 휴대폰을 이용한 결제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업체들이 이처럼 매장을 첨단화 하기 위한 시설 투자를 아끼지 않는 가운데, 노동계는 ‘고용불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현금PDA(계산용 단말기) 도입을 둘러싸고 회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뉴코아노조는 “회사측은 ‘정리해고는 시키지 않을 테니 노조는 상관하지 말라’는 입장이지만, 계산원 감축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최소한 사측은 현금PDA와 같은 신기술 도입이 업체 매출 증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또 직원들이 감내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노조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멍가게 먹는 하마' 대형마트
1990년대 초반 설립되기 시작한 대형마트들은 공세적으로 규모와 점포 수를 확대해 왔다. 93년 이마트가 서울 창동에 1호점을 연데 이어, 한국 유통시장 완전 개방화 원년인 96년에는 까르푸가, 98년에는 한국 마크로를 인수한 월마트가, 99년에는 삼성과 영국 테스코의 합작품인 홈플러스가 속속 문을 열었다. 유통업계는 올해에도 50개 안팎의 신규점이 개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우후죽순 늘어남에 따라, 동네 구멍가게 등 중소유통업체 약 4만 곳이 문을 닫고, 종사자 6만명 가량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의 점포수와 매출액이 급증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중소유통업체 수는 총 3만9,005개 줄어들고, 종사자는 5만8,114명 감소했다.


대형마트의 확산은 중소유통업체의 매출액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유통물류진흥원에 따르면, 중소상인의 86.2%가 영업환경이 나빠졌다고 답했고, 중소상인의 93.6%사 매출감소를 호소했다. 재래시장 역시 2005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조7천억원, 시장 당 하루 평균 매출액은 551만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대형마트에 물건을 납품하는 중소제조업체는 대형마트의 불공정행위와 과도한 수수료 요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납품업체의 70.4%가 불공정행위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불공정행위는 △판촉비, 광고비, 경품비 등에 대한 비용전가행위(43.4%) △납품단가 인하 요구, 부당 반품, 서면계약 미체결 등 부당거래조건 제시(28.9%) △판촉사원 파견, 특별판매행사 참여 등 이벤트 강요행위(21.1%) 등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같은 불공정행위를 당한 남품업체의 84.2%가 거래중단 등이 우려돼 대형마트의 횡포를 참고 있다고 답했다.


대형마트 확산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와 대형마트 간 민원 또는 분쟁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규모점포 허가제, 영업시간 및 품목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 3개가 심상정, 김영춘, 이상민 의원 발의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노동계 역시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6일

구은회 기자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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