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KTX 승무원들의 업무는 '핵심적인 상시업무' 였으며, 철도공사가 승무원을 직접고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공사가 건설교통부에 제출한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에도 KTX 승무원과 새마을호 승무원을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부문비정규 대책의 근거인 연구용역 조사결과가 노동부로 보고되는 과정에서 사장되고, 해당 공공기관은 배짱을 부리고 있는 사이에 KTX 승무지부 파업은 1년을 넘어섰다.

지난해 8월 노동부의 연구용역사업에 따라 한국노동연구원이 작성해 보고한 이같은 내용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마련 연구’를 지난 4일 <매일노동뉴스>가 단독 입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철도공사의 2006년 6월 현재 비정규직은 2,917명이고 도급계약에 의한 근로자는 3,800여명이다. KTX 승무원과 관련된 내용은 바로 도급계약, 즉 외주화 실태에 언급돼 있다.

철도공사의 외주화 현황과 시행이유에서 보고서는 “공사의 주 수입원인 승차권 판매, 예약상담 및 열차내 서비스 등의 직무는 핵심적인 상시업무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주업체 근로자의 직무와 공사의 정규·비정규직 직원들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는 질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유사한 측면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승차권 판매, 열차 승무원, 정비담당, 사무보조원 등의 업무는 양자간 직무가 거의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명시했다. 공사에 직접고용된 정규·비정규직 직원들과 KTX 승무원의 업무가 거의 동일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실태조사를 진행했던 노동연구원 조성재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는 간단하게 원론적인 내용만 언급했다”며 “자문형 용역이라 주로 회의자리에서 노동부에 얘기를 했는데 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의자리에서 얘기한 내용에 대해 조 부연구위원은 “노동계의 주장과 비슷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직접고용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안전문제로 생각한다. 간접고용으로는 고객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고 왜곡된 고용형태를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안전문제를 위해서는 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할 필요가 있고 이를 노동부에 회의 때마다 얘기했다는 말도 뒤따랐다. 이는 곧 노동부가 공공비정규 대책 추진 과정에서 실태조사 결과 가운데 입맛에 맞는 내용만 수용했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

조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노동리뷰> 9월호에서 KTX 승무원의 직접고용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노동리뷰에서 그는 “열차 승무원과 열차 팀장과의 관계 약화로 대고객 서비스 및 안전 확보가 곤란하게 된다면 외주화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그는 “해당 직무가 전문적인가, 단순한가 하는 것은 외주용역시 단가를 결정하는 요인이지 외주화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다”고 꼬집어 말했다.

그는 또 “특수한 숙련이 존재하는 경우 외주화가 애당초 타당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불법파견 시비가 불거지는 것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연속적이고 유기적으로 업무가 이뤄져 독립적인 업무가 가능하지 않은데도 인위적으로 외주화를 추진하고, 간접고용을 남용해 온 것이 분규와 갈등을 유발했다는 주장이다. 조부연구위원의 주장대로라면 KTX 승무원들의 업무가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할 업무인 만큼 불법파견 소지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노동부가 KTX 승무원에 대해 적법파견 판정을 내린 근거와 대비되는 것이다.

이와관련 보고서에선 “공공부문에서는 간접고용과 관련한 실수와 잘못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혹은 경직적 대응태세로 인하여 문제가 더욱 꼬이게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철도공사는 지난해 말에 건설교통부에 비정규직 가운데 2,000명에 달하는 무기계약 전환대상자를 선정해서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환대상자에는 논란을 겪고 있는 새마을호 승무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물론 외주화한 KTX 승무원들 역시 대상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는 최근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부분과 배치돼 관심을 끌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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