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 5명중 1명은 은행권 대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이 재경위 심상정 의원(민주노동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성인(18~90세) 564만명이 신용등급 8~10등급에 해당돼 제도금융권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소외층 지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심상정 의원실은 27일 “2006년 말 현재 제도금융권에서 배제되고 있는 신용등급 8~10등급에 해당되는 성인이 564만명”이라며, 이는 2005년 조사 당시 512만 명에 비해 52만 명이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표 참조>
 


신용정보사의 기준에 따라 신용등급을 1~10등급으로 분류할 경우, 8~10등급에 해당되는 성인들은 제도금융에서 배제되고 있는 성인이다. 또 7등급에 해당되는 성인들 중 상당수도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서민금융기관에서 현실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게 심 의원실의 진단이다. 심상정 의원실 관계자는 “재경부 조사결과, 서민금융기관을 이용한 사람들 가운데 30% 가량은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신용등급 7등급에 해당되는 157만명도 사실상 제도금융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7~10등급에 해당되는 성인들의 추이를 보면, 2004년 691만 명에서 2006년엔 721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성인의 20.8%가 금융배제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배제는 저소득층이 금융권의 금융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현상이다.

이는 저소득층이 고금리의 사금융 서비스에 의존하도록 유도한다. 서민들은 대출을 통한 자산증가, 소득 증대 등의 금융서비스에 접근하는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은 은행을 이용한 소득증대 기회가 일차적으로 차단되고, 사금융 시장에서 고금리로 자산을 다시 한 번 약탈당하는 위치에 있다. 금융기관이 부익부 빈익빈의 고리를 완화시키는 작용을 하기 보다는, 이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심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 배제는 결국 양극화의 한 현상이며, 양극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제도 금융기관을 다른 나라 제도로 여기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개선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과 서민에게 의무대출 비율 부과”
‘한국형 지역재투자법’ 의견수렴 나서… ‘서민은행설립법’도 추진
금융배제는 사회적 배제로 이어지고, 사회 양극화의 핵심 고리로 작용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1977년 지역재투자법 등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한다. 지역재투자법의 핵심은 금융기관들이 영업하고 있는 해당지역에 금융서비스와 투자를 충분히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심상정 의원실에서도 대형 금융기관들은 해당 지역과 서민들에게 일정부분 대출을 의무적으로 해야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한국형 지역재투자법’을 마련, 이르면 3월초부터 전국을 돌며 의견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심 의원실이 마련한 법안은 미국의 금융형평법과 지역재투자법, 일본의 금융평가법을 참고했다.

미국의 지역재투자법은 소형은행의 경우 △예대율 △해당은행 소재지역에 대한 대출비율 △중저소득층,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비율 등을 조사해 일정 기준을 만족시켰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이를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대형은행의 경우엔 지역투자, 지역 대출 의무비율 외에 서비스가 충분했는지를 조사항목에 추가,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미국의 경우 지역에 대한 서비스제공을 강제하지는 않으나, 공표기록을 금융기관 평가나 금융상품 개발 인가 등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심 의원실에서 준비 중인 지역재투자법은 또 개인의 ‘신용 독점’을 막을 수 있는 근거조항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 명이 여러 금융기관에서 수십 건의 대출을 받는 행태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겠다는 것이다.

심 의원실은 한국형 지역재투자법을 가지고, 3월초부터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설명회 및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뒤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서민은행설립법과 사회연대기금설치법도 준비 중에 있다는 게 심 의원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민은행설립법은 과거 국민은행이나 주택은행 처럼 서민들을 위한 국책금융기관 설립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서민들이 학자금, 의료비 목적으로 대출을 원할 경우 무조건 대출을 해주고, 특히 긴급한 생계비 역시 조건 없이 대출을 해줄 필요성 때문에, 국책서민은행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소액 창업자금 대출프로그램인 마이크로 크레딧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회연대기금 설치법도 추진되고 있다. 심 의원실 관계자는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과, 정부출연, 휴면예금 등을 활용해 연대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딧 필요”
대안금융기관의 하나로 소액창업대출자금 대출프로그램인 마이크로 크레딧에 대한 관심도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시민사회 영역에선 ‘사회연대은행’ 등에서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정부도 제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사회는 계속해서 임금 부문의 일자리 감소로 빈곤층이 자영 창업으로 갈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런 빈곤층이 창업을 하거나 생계를 도모하려고 할 경우, 부동산이 없거나 신용보증을 할 인척관계의 취약, 신용불량자가 많은 점 등은 마이크로 크레딧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시중은행의 경우엔 소액대출로 인한 이익보다 관리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마이크로 크레딧 형태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이크로 크레딧은 신용위험도가 높은 사람에게 높은 이자를 받아 높은 이자의 수수료를 가지고 빈곤층을 지원하는 방글라데시나 미국의 모델과, 고금리를 제한하고 마이크로 크레딧의 운영비용을 정부가 보조하는 유럽식의 모델이 있다.

노 연구위원은 “마이크로 크레딧 모형을 한국에 적용할 경우, 이자를 높게 하는 모형보다는 유럽형에 가까운 모델이 필요하다”면서 “국내 마이크로 크레딧은 여신만 하는데, 외국의 마이크로 크레딧의 경우 수신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기업들이나 개인기부자, 각종 재단들로부터 수신하는 기능을 마이크로 크레딧에 부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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