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것만 배웠다.” 지난 25일 전국공무원노조 대의원대회 파행사태를 보며 복수의 관찰자 입에서 나온 말이다.

파행이 눈앞인데 표결처리를 강행하거나 그렇다고 물리력으로 단상을 점거하는 모습은 최근 민주노조 운동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자회상이다. 결성된 지 5년, 신생조직인 공무원노조의 모습에서 지난 노동운동의 선배들께서 저지른 ‘못된 짓’이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공무원노사관계를 1년여 동안 취재하면서, 노조 사무실 문이 해머로 부서질 때도, 대의원대회 방침을 어기고 일부 조직이 법내로 들어갈 때도, 손에서 모래알 빠지듯 조합원들이 빠져나갈 때도, 공무원노조가 위기에 처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일부 사건들은 엽기적이긴 했으나, 초기 공무원노사관계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이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통합은 고사하고, 조직 내 봉합이 어려워 보인다. “최대 위기”라는 점에 공감이 된 듯 하다.

지난해 가을 이후 공무원노조에는 딱 한가지 쟁점만 있었다. 법외냐! 법내냐! 지난해 11월 대의원대회에서도, 이 쟁점을 두고 조직은 양분돼서 싸웠다. 얼마전 있었던 민주노총 임원선거에서도, 노조 활동가들은 임원 후보들에게 한가지 질문만 했다. “당신은 우리가 법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법외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전담 취재를 하면서도, 공무원노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법내냐, 법외냐만 두고, 활동가들끼리 수근거리는 소리만 들렸을 따름이다.

민주노조 운동의 적통을 자임하는 조직의 대의원대회에서 벌어진 주먹질을 취재하면서 아쉬움이 많다. 15만명의 조합원을 대표해, 공무원노사관계의 첫길을 만들어가시는 분들이라면, 품위 생각도 좀 하시면 어떨까싶다. 전국공무원노조는 법외에 있던, 법내에 있던 공무원노조단체 최대 조직으로써 가장 중요한 조직이다. 법외냐 법내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 내부 의사형성의 민주집중적 원칙이 아닐까. 공무원노사관계의 첫길을 가는 활동가라면 노조 내부의 민주주의 절차를 지키려는 치열함을 가져야 할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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