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돈과 사람이 몰린다는 서울특별시, 그중에서도 가장 부자 동네는 단연 강남구와 서초구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재산세 수입액만 각각 1,981억원과 1,238억원에 달하는 이들 자치구는 강북구 등 서울시내 가난한 자치구와 비교해도 10배가 넘는 세수를 기록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진보 구정감사(진보구감)가 이들 2개 구에 고용된 직·간접 비정규직을 조사한 자료를 내놨다. 자료는 부자구라는 명성을 무색케 했다. 비정규직의 숫자는 정규직보다 훨씬 많았고 처우는 열악했다. 자료는 모두 진보구감이 구청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얻어 분석하고 취합해 만들었다.

노동자 절반은 비정규직

강남구의 비정규직 노동자 총수는 1,467명으로 정규직에 비해 178명이 많았다. 정규직 1명당 비정규직이 1.15명 있는 꼴이다. 하지만 최근 강남구청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따라 보고한 비정규직 수는 49명에 불과했다. 그 중 7명만 무기계약 전환대상자로 선정해 통보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본보 2월22일자 4면 참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계약직이나 상용직, 일용직 등 구청에 직접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275명에 달했고, 각 부서에서 용역회사에 위탁한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849명에 달했다. 공공근로나 공익근무 등 공공부문의 특수 비정규직은 343명이었다. 전체 직원의 53.4%에 달했고 특수고용 비정규직을 제외하더라도 비율은 46.8%에 이르렀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비정규직 비율인 35.5%보다 월등하게 높은 수준이다.

서초구 역시 1등 부자구인 강남구에 못 미쳤지만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강남구에 직접고용된 비정규직은 430명, 민간에 위탁된 간접고용 노동자는 356명에 달했다. 특수 비정규직 노동자는 356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규직 노동자 1,301명에 199명 부족한 수준이다. 하지만 서초구청 역시 행정자치부에는 238명의 비정규직이 있고 그 중 1명만이 무기계약 전환대상자라고 보고했다.

임금은 낮고 고용은 불안

비정규직의 처우는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드러날 정도로 열악했다. 상용직의 경우는 노조를 결성해 임단협을 체결하고 수당과 복리후생비를 지급받았지만 지난해 기본급은 128만원에 못미쳤다. 주차단속요원 같은 비전임 계약직은 수당을 포함해 월 98만여원을 받고 있었고 일용직과 공공근로 노동자들은 일당으로 2만5,000~3만6,800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을 밑도는 경우도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수준은 두개 구가 비슷했는데 외주 용역업체 고용 노동자들의 상태는 모두 심각했다. 강남구의 경우 진보구감이 노동자들을 직접 조사한 결과 청사관리 노동자들의 월급이 64만~80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기에 이들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도 시달리고 있다. 강남구는 공원녹지과가 고용한 일용직이 10개월과 7개월을 계약기간으로 삼는 등 1년 이하의 단기계약이 절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서초구 역시 가정복지과나 보건행정과를 중심으로 중앙정부 보조사업과 지방정부 이양사업 증가에 따라 장기 고용계획 없이 단기 계약직을 늘려가고 있다고 분석됐다.

부자 구=아웃소싱 선진구

진보구감이 조사한 자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외주용역의 꾸준한 증가다. 강남구가 특히 두드러졌는데 전체 비정규직 가운데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비율이 57.9%에 달했다. 주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보건소나 생활복지국, 시설관리공단에서 비정규직을 많이 써 전체 비정규직의 42.5%에 이른 것은 주목할 만하다. 당장 피부로 접하는 행정의 대부분을 외주용역 비정규직들이 대부분 수행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진보구감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사회서비스나 공공영역의 일자리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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