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건강진단의 목적은 산업안전보건법 제43조의 규정에 의하여 소음, 분진, 유해화학물질 등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업무 종사근로자의 질환을 예방하고 근로자 건강보호·유지에 적합하도록 관리하기 위함으로 유해인자에 따라 1년에 1회 또는 2회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특수건강진단제도가 진정으로 노동자를 유해인자로부터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준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는 매우 드물 것이다.

아니다 다를까?

21일 노동부가 전국 120개 특수건강진단기관을 대상으로 일제점검을 실시한 결과 96개(80%) 기관이 지정취소(3곳) 및 업무정지(3개월 이상 48개, 3개월 미만 45개) 등 무더기 행정처분을 받았다. 더군다나 시정조치(23개)를 포함한다면 120개 기관 중 단 1곳만이 지적사항이 없었을 뿐 무려 99.2%가 노동부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았다.

가히 충격적이고 어안이 없을 따름이다. 그동안 엉터리 특수검진을 당했다니 배신감과 분노가 치솟는다.

부실기관 키워온 노동부도 공범자

사태가 이지경이 되도록 노동부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그동안 특수건강진단기관의 부실 문제는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음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지도감독 강화 등 별다른 대책 없이 문제를 키워왔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노동부도 이번 사태의 공범자라고 할 수 있다.

10개 또는 20개 기관이 행정처분을 받아도 문제가 될 텐데 1개 기관을 빼곤 모든 기관이 행정처분을 받았다니…. 이건 정말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거의 모든 기관이 행정처분을 받았다는 것은 현행 특수건강진단제도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특수건강진단으로는 매년 66만여 명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을 수행함에도 직업병유소견자의 97.4%는 진폐와 소음성 난청이 차지하고 있으며, 소음성 난청과 진폐를 제외한 나머지 직업병유소견자는 60여명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현행 특수건강진단제도로는 유해요인에 대한 직업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가 없다.

또한, 형식적인 특수건강진단은 노동현장에서는 불신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십, 수백 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출장검진은 그야말로 형식에 불과하다. 시끄럽고 어수선한 사업장 한 켠에서, 한 줄로 서서 피 뽑고, 소변 받고, 청력검사하고 오랜 기다린 끝에 의사를 만나지만 무성의 없는 답변과 짧은 만남은 지금도 노동현장을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니다.

작업종료 후에 소변을 받아 검사를 하여야 함에도 대부분 오전 또는 작업종료 전에 소변을 받아 분석을 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리가 없다.

상황이 이러할 진데 어떻게 직업병 유소견자를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모든 책임이 특수건강진단기관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차적인 책임은 특수건강진단에게 있지만 지도·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 또한 형식적인 검진을 요구하는 사업주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특수건강진단 시장논리 적용해선 안돼

현재의 특수건강진단제도로는 노동자의 직업병을 예방하기 위한 올바른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동안 노동부의 직업병 예방정책은 현행 부실 특수건강진단기관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통계를 산출해왔고 이로 인해 정책적 오류를 범해왔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수건강진단제도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들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특수건강진단 사업이 시장경제의 논리에 적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사업주와 특수건강진단기관과의 관계는 갑과 을의 관계로 특수건강진단기관이 사업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어느 사업주가 자기 돈을 내면서 직업병 유소견자가 많이 발견되기를 바랄 것인가? 우리의 현실에서 직업병 유소견자를 발견하는 양질의 특수건강진단기관은 사업장을 다른 기관에게 빼앗기고 만다. 이러한 구조는 양질의 특수건강진단도 사업주와의 유착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특수건강진단 사업을 시장경제의 논리가 아닌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과 직결된 공공의 사업으로 보아야 맞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한다.

특수건강진단 기관이 이윤을 추구하면 할수록 노동자의 건강보호를 위한 특수건강진단제도는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특수건강진단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원조달 방식을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노동부는 특수건강진단기관이 소신껏 일하고 판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제공하여야 한다.

둘째, 특수건강진단에 대한 노동자의 참여를 강화하여야 하며, 특수건강진단기관의 선정에 있어 노동조합의 참여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노동부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을 노동조합이 선택할 수 있도록 특수건강진단기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특수건강진단에 노동자 참여 강화해야

셋째, 특수건강진단결과에 대한 사후관리가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의 특수건강진단제도는 결과에 대한 사후 관리와 작업환경측정과의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직업병 유소견자의 건강보호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작업환경개선이 필수이나 이러한 내용은 없다. 또한 특수건강진단기관이 사후관리 조치에 대한 의견을 통보 한다 해도 이를 이행하는 사업주는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일부 사업장에서는 유소견자에 대한 불이익을 줌으로 인해 노동자의 건강보호 목적인 특수건강진단제도가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협하는 제도로 전락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노동부의 지도감독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특수건강진단 결과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노동부는 이행여부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특수건강검진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업주의 인식전환이 중요하다. 사업주는 단지 법적인 의무만을 이행하기 위한 형식적인 특수건강진단이 아닌 각종 유해인자로부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특수건강진단을 통한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보호야 말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특수건강진단기관에 대한 질 관리를 강화하여야 한다. 현행 특수건강진단기관의 정도관리는 청력, 진폐, 분석에 국한되어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도관리를 위한 정도관리일 뿐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특수건강진단기관의 전체적인 질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강화하여야 하며, 의사의 판정부분에 대한 질 관리를 포함한 종합적인 평가를 실시하여 매년 그 결과를 공개하여야 한다. 

직업병으로부터 노동자 보호 위한 제도로!

여섯째, 부실 측정기관 및 부실 특수검진을 요구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야 한다. 또한 특수건강진단 결과 사후관리에 대한 사업주의 이행여부에 대한 지도점검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 특수건강진단기관의 윤리의식 및 자정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수건강진단제도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특수건강진단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윤리의식 및 전문성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특수건강진단의 목적이 특수건강진단기관의 이윤추구가 아닌 그리고 형식적인 사업주의 법적 의무이행도 아님을 깨닫고 진정으로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서, 직업병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임을 가슴 속에 새기고 실천하기 바란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23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