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제철소에서 일하다 각각 백혈병과 간암,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이들 3명의 비정규직의 업무 관련성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6년가량을 광양제철소에서 트레일러 및 엘리비이트 스포트 등을 운전한 이아무개씨는 주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야간은 7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맞교대형식으로 일해 왔다. 쇳가루와 분진 속에서 온종일 에어컨과 히터를 틀어놓고 작업했던 이씨는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차량공기가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에 갑상선 암에 걸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광양제철소 주변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 중에는 쇳가루와 분진으로 호흡기질환 발병률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하게 높다는 보고로 현재 환경부는 광양만 환경오염에 대한 조사를 준비 중에 있다.

또, 지난 15년 동안 페인트 도색과 용접작업 등을 하다가 백혈병이 발병한 건설노동자 김아무개씨의 경우도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돼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47세인 김씨는 지난해 3월 왼쪽 눈에 출혈이 생기고 시력 장애가 의심돼 검사를 받다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진단받았다.

김씨는 크레인 청소와 페인트 도색작업 등을 하면서 손이나 몸에 묻은 페인트를 지우기 위해 상당량의 신너를 손에 뿌려서 페인트를 지우거나, 또 도색작업 중에도 신너를 이용해 페인트를 지웠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작업을 할 때 호흡보호구 등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 또 아연도금 공정에서 철판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벤젠 등 여러 가지 유해물질의 분진과 흄 등에 노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 간을 제관 및 용접공으로 일해 온 조씨는 지난해 12월 간암으로 사망함에 따라 그의 업무상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다. 건설일용직인 조씨가 그동안 어느 공장에서 일해 왔는지를 추적하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규직과 달리 비정규직은 질병과 업무 상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건설일용직처럼 건설현장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닐 경우 그가 어떤 공정에서 어떤 작업을 했는지를 파악하는 것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때문에 여수건설플랜트노조 등은 산업재해에 대비해 ‘일기쓰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일기를 통해서라도 기록이 남아야 추후 산재처리 과정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 여수지사 관계자는 "현재 기초조사를 마무리하고 역학조사기관 선정 등의 절차가 남았다"면서 "비정규직의 경우 기본적인 근무내력의 확인이 쉽지 않아 역학조사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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