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자산규모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이 오는 7월 중 일본에 은행지주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씨티그룹이 은행지주회사를 설립하게 되면 외국자본으로는 처음으로 일본에 은행지주회사를 설립하는 사례가 된다. 씨티그룹이 일본에 지주회사를 설립하게 되면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연구원은 20일 씨티뱅크 일본 현지법인 CEO인 더글라스 피터슨은 씨티그룹이 일본 재무성에 은행지주회사 설립 인가를 신청한 상태이며, 설립인가를 취득할 경우 7월 중 정식으로 은행지주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금융연구원은 씨티그룹의 은행지부사 설립과 관련해, 아시아지역에서 영업거점을 마련하고 일본 내 영업기반을 강화해 다른 금융기관을 보다 쉽게 합병할 수 있는 조직형태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씨티그룹은 일본의 가계자산 보유 부유층들이 예금에서 뮤추얼펀드와 주식펀드 등 투자상품으로 계속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약 3조 달러 규모의 자금이 예금에서 각종 투자상품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는 게 금융연구원의 판단이다. 일본을 아시아 지역의 영업거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 금융노조 관계자는 씨티그룹이 일본을 영업거점으로 선택한 것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이 사실상 허구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또 “외국계 금융기관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는 외부적 환경은 금산분리 원칙을 깨야 한다는 논자들의 명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씨티그룹 등 외국계 금융기관이 국내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국내 금융기관을 먹어 삼키고 있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국내에서도 금산분리 원칙을 제고해야 된다는 지적들이 설득력을 얻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국회 계류 중
“지주회사체제, 업무 가중 원인”
동북아금융허브 추진을 위해 외국금융회사의 국내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에 있어, 일본과 유사하게 외국계 금융기관의 금융지주회사 설립도 조만간 가시화 될 전망이다.

재경부는 지난해 외국 금융지주회사의 국내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지 않는 금융지주회사법 7조를 개정해 외국 금융지주회사의 국내 금융지주회사 지배를 허용하는 법안을 마련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세계 5대 은행지주회사의 평균 자산규모가 1,267조원으로 국내 은행지주회사 평균 자산규모의 9배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세계 25대 은행금융그룹을 비교해 보면 지주회사방식그룹의 경영성과가 비지주회사그룹에 비해 비교적 양호하다고 덧붙였다. <표 참조>

정부의 기본정책방향은 지주회사체제의 육성에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국내에선 신한지주, 우리지주가 2001년에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고, 하나금융지주가 2005년 12월에 출범하면서 은행계 지주회사 체제가 구축되어 있다.

국내에선 지주회사 방식 경영체제를 도입해 복합점포, 통합 CRM(고객관계관리) 등 소매금융분야의 영업시너지 극대화에 주력하고 있는 양상이다. 은행의 고객기반 및 채널인프라를 활용해 교차판매를 확대함으로써, 비은행부문 영업을 강화하는 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회사간 고객정보 공유와 활용이 지주회사의 성공을 가늠할 핵심적인 요소”라며 “지주회사 경영 방식의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은행지점과 증권지점을 결합한 복합금융점포의 확대를 통해 고객을 공유하고, 교차판매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주회사체제 전환은 직원들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금융노조 신한지부의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에서 은행은 마케팅 채널역할을 하고, 나머지 자회사들은 그 수혜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한 뒤, “지주회사체제로 가면 갈수록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고용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회사 간 공동으로 콜 센터를 운용하고, IT부문 등을 집중화시키기 때문에,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은행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과거처럼 고유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고, 카드 보험 등 교차판매상품이 늘어나기 때문에, 업무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주회사가 전반적인 경영전략에 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와는 별다른 채널이 없는 것은 시급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에서 실질적으로 인사, 전반적인 경영전략, 심지어 노조 관리까지 일정부분 관여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지주회사 자회사들의 개별 노조들이 연대체를 구성해 지주사와 협의할 수 있는 공식채널을 확보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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