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의팔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한국국제이주연구소 이사장

11일 새벽 여수 출입국 관리사무소 외국인 수용시설 3층에서 불이 나 한 시간 반 만에 진화됐으나 해당시설에 수용돼 있던 불법 체류자 9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한 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숨졌으며 17명이 다친 참사가 발생했다.
 
부상자는 여수 성심병원 등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일부는 전남대 병원 등으로 이송됐으나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번 참사에서 숨진 고인들에게 머리 숙여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건축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국가기관의 현대식 수용시설에서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으며 앞으로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번 참사에 대한 원인을 허술한 소방시설, 관리소홀, 그리고 미흡한 사후 대책, 그리고 근본적인 외국인력 정책문제 등 다각적으로 검토해보고자 한다.

초등대처에 미흡, 대형 참사를 초래했다.

화재 당시 경보장치가 제때 작동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당직 근무자들의 초기 대응에도 미숙함이 노출되는 등 이번 참사는 인재(人災)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불이 나자 감시실에 있던 출입국 관리사무소 직원 3명이 외부 시건장치를 열지 않은 채 소화기 3대를 사용, 문밖에서 진화작업을 벌였다. 당직자 2명이 수용자들을 대피시키려 했으나 불이 삽시간에 번지면서 수용자 방 6개 가운데 3개만 문을 열 수 있었다.
 
초기 진화에 실패한 상황에서 8분 뒤 소방대원들이 도착했고 2층 상황실에 보관돼 있던 시건장치 열쇠를 이용해 대피활동이 시작됐으나, 내부 곳곳에 쇠창살이 설치돼 있어 조기 진화와 인명구조에 많은 애를 먹었다.

허술한 소방시설과 관리로 인재를 일으켰다.

화재 당시 수용자 방의 이불이 타면서 유해가스가 많이 발생했고, 도주를 막기 위해 설치된 쇠창살과 자물쇠가 인명 피해를 늘렸다. 특히 일단 불이 나면 대형 인명피해가 불 보듯 뻔한 시설의 특수성에도 불구, 화재 당시 필수소방시설은 사실상 ‘먹통’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불이 난 곳은 2005년 1월 완공된 건물로, 준공 후 2년 동안 실질적인 소방점검이나 시험가동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참사는 폐쇄적인 수용시설에서 소방 설비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층 슬라브 건물로 3층에 6개실, 4층에 1개실이 있으며 최대 수용인원은 250명인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는 그동안, 수용된 외국인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나 열악한 처우 등으로 인권유린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 2005년에는 인권침해 진정이 발생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보호실 적정 수용인원을 초과하고, 운동장을 개방하지 않는 등 인권침해 사례가 실제 적발되기도 했다. 1970년 8월 대통령령에 의해 설립되기 시작한 출입국관리소는, 전국에 14개 사무소와 14개 출장(분)소를 두고 있는데 이중 여수출입국관리소가 가장 최근에 지어진 것에 비추어볼 때 다른 출입국관리사무소나 외국인보호소의 소방시설은 더 허술할 것으로 짐작된다.
 
유족중의 한 분인 이태연씨는 “불법 체류자라고 가뒀으면 왜 안전장치 시설을 잘해서 안전하게 보호하지 않았는가? 사람들이 죽어가는 걸 생각하면 너무 불쌍하다. 연기가 처음 났을 때 사람을 먼저 빼내려고 했는가? 10년 동안 일한 것은 그만큼 한국사회에 공헌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이주노동자를 사람취급하지 않았다. 무슨 큰 잘못을 했다고 목숨까지 잃도록 만들어 놓았는가?”고 가족의 억울한 죽음에 원망과 분노를 터트렸다.

말로만 하는 철저한 정부대책에 유족 분노

한명숙 국무총리는 사고상황을 보고받은 뒤 외국인 사상자들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사고원인을 철저히 조사하는 한편 사망자, 부상자에 대한 사후관리와 치료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으니 유족들은 정부의 대책이 말로만 철저히 하고 현장에서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고인이 된 이태복씨의 유족 중의 한 사람은 “저희 삼촌은 96년에 입국하여 10년 동안 힘든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다가 12월 10일 경 불법체류신고를 받아 여수보호소에 감금되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지 꿈에도 몰랐다. 이제 집에 가는 일만 남았다. 추방당해도 상관없었다. 너무 억울하다. 사후처리가 안 되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 출입국이든 도와주는 이가 한명도 없었다. 경찰 법무부에게 먼저 연락 받은 적도 없다. 뉴스보고 먼저 찾아왔다. 유족에게 너무한다. 시신 확인 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변명만 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는 죽은 시신을 이렇게 막 대하는가? 가족을 잃은 것도 가슴 아픈데..소홀히 처리하는 관련 직원들로 인해 더 가슴 아프다”고 정부의 소홀한 대책에 울부짖고 있다.

단속 위주의 출입국관리정책을 재검토해야

출입국보호소는 범죄인을 수용하는 교도소가 아니다. 이곳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비록 출입국관리법상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갖지 못해 이곳에 수용되지만,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누구에게 피해를 입힌 것이 아니다. 이번 참사로 고인인 된 김성남씨가 잘못된 외국인력 정책의 가장 전형적인 피해 사례라고 본다. 고인은 친척방문비자로 입국하였으나 고용허가제로 허가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양식업 사업주가 건설업체로 명의를 올려주어 일하게 되었다. 양식업 사업주가 1천여 만 원이 넘는 월급을 주지 않아 김성남씨는 노동부에 신고를 하였고, 이후 사업주가 고용취소를 하는 바람에 다른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불법체류자가 되어 보호소에 구금되었다. 고인의 동생은 “사장이 썼기 때문에 동생이 일한 것이다. 불법을 초래한 자는 사장 아닌가? 체류자격 기간 모두 맞는데 경미한 출입국법률 위반하였다 하여 출국명령은 부당하다.”고 억울해 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40여 만 명의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한국인이 기피하는 노동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 중에 거의 반수인 19여 만 명이 불법체류 즉 미등록 상태이다. 이들은 이번 김성남씨처럼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욕설, 폭력 등 인간으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하지만 강제 단속되어 추방될 것이 두려워 떨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불법체류하면서 일을 하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고용되기 때문인데, 고용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경제에 이바지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그들을 불법으로 고용하는 고용주들을 강력히 처벌한다면 그들은 일자리가 없어 더 이상 한국에 불법체류를 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경제에 이들이 필요하다면, 이주노동자도 인간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단속위주의 강제추방정책으로는 현재의 수용시설로는 수용할 수도 없을뿐더러 언제 다시 대형참사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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