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콤노조의 천막농성이 열흘을 넘기고 있다. 지난 2월1일 재정경제부 산하 시장효율화위원회가 통합 증권거래소(KRX)의 차세대 시스템 추진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모회사인 증권거래소가 그동안 차세대 시스템 구축 계획을 추진하면서 거래소 IT분야를 담당해온 코스콤을 배제해 왔다고 주장했다.

증권거래소가 시스템 구축에 외부업체를 참여시킬 경우 코스콤의 업무영역을 상당부분 빼앗겨 결국 코스콤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노조의 얘기다. 업무가 축소될 경우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노조는 “그동안 코스콤은 증권거래소의 IT통합을 담당하기 위해 재정경제부가 요구한 선결과제를 충실히 수행해 왔다”며 “재경부는 이제 와서 원칙을 훼손하고 일방적으로 증권거래소의 손을 들어줬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8월 재경부는 공청회를 통해 IT통합은 코스콤이 담당한다는 원칙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코스콤은 재경부가 제시한 구조조정과 사업정리 등 선결과제를 이행해 왔다는 것이다.

노조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코스콤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며 지난 1일부터 증권거래소 앞에서 천막농성과 항의집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코스콤은 증권거래소 자회사로 증권거래와 관련된 모든 IT개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서 코스콤을 제외할 것이라는 주장은 오해”라며 “선도개발 업무 중 일부를 선진기술을 갖고 있는 외부업체에 맡기고 본 개발과 관리에서는 코스콤이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코스콤의 기술력이 한계가 있다”며 “시스템 구축을 코스콤이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재경부관계자도 “정부는 결정이나 조율할 수 있는 아무 권한이 없다”며 “증권거래소와 코스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정경제부 산하 시장효율화위원회가 차세대 시스템 추진을 승인함에 따라, 증권거래소는 사업자들에게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이르면 3월초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통합증권거래소 출범과 함께 기존 거래소, 코스닥, 선물 시장에서 각각 운영해 오던 매매, 공시, 감시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이다.

<인터뷰>  우승배 코스콤노조 위원장
“재경부 애초 원칙 지켜야”
우승배 위원장은 이번 싸움이 재경부와 모회사인 증권거래소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기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포기할 수도 없다고 강조한다.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 위원장은 재경부가 발표한대로 거래소 IT통합은 코스콤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재경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노조의 요구다.


- 천막농성이 열흘을 넘기고 있다. IT통합은 코스콤이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

“코스콤은 지난 1976년 자본시장의 IT를 전담하기 위해 설립됐다. 지난 30년간 증권거래소의 전산개발에 모든 역량을 투여해 왔다. 그동안 노하우 축적과 해외 진출 등 상당한 성과도 올렸다. 통합을 위해 재경부가 제시한 선결과제도 마무리한 상태다. 재경부 요구대로 구조조정도 단행하고 사업정리도 해왔다. IT통합 주도라는 희망을 안고 고통을 감수해온 것이다.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증권거래소는 많은 업무 중 IT업무가 부분에 해당되지만 코스콤은 IT업무가 전부다. 작은 조직의 전부를 빼앗겠다는 것은 큰 조직의 이기주이다. 재경부도 마찬가지다. 재경부는 애초의 발표대로 IT통합을 코스콤에게 맡겨야 한다. 재경부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재경부의 무책임한 정책으로 코스콤 전 노동자들이 길거리에 내 몰리게 생겼다.”


- 증권거래소측은 30% 정도의 선도개발에만 외부업체를 참여시킨다는 입장이다. 그래도 코스콤에게 큰 타격인가.

“이번 시스템 구축에 있어 선도개발이 핵심이다. 이것에 모든 노하우가 집약돼 있다. 이를 외부업체에 맡길 경우 그동안의 노하우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 결국 그동안 쌓은 코스콤 기술 우려가 있고 이는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증권거래소가 협소한 문제로 끌고 가려고 한다. 핵심은 IT통합을 코스콤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조합원들의 의지가 강하다. 당장이라도 파업에 들어가자는 의견도 있다. 8일 조합원 총회에서 투쟁기금 50억원 모금을 결의했다. 투쟁과 대정부, 대국회 활동을 병행할 계획이다. 재경부의 정책실책과 IT통합은 코스콤이 주도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알려나갈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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