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아흐레간의 단식농성을 접었다. 남은 것은 다 부셔져진 텐트와 아셈타워 경비원들에게 얻어맞아 생긴 상처뿐이다.

처음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라파즈한라시멘트는 사람이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해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다. ‘만나서 대화 좀 하자’는 요구를 하려고 단식까지 해야 하는 우리 처지가 애처롭다. 그것도 정부기관인 노동위원회가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라고 경고했는데도 말이다.

뉴스에서는 ‘그 어느 해보다 따뜻한 겨울’이라고 말하지만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지세는 겨울밤은 그 어느 해보다 춥다. 지난 주말에는 그나마 바람이라도 가려줬던 텐트마저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강남구청 직원들이 가져가 버렸다. 과태료 5만원을 주고 어제 찾아온 텐트는 다 부서져 있다. 구청 철거반에게 항의를 해봤지만 자기들은 경찰이 준 것을 그냥 차에 싣고 온 것뿐이라는 변명만 늘어놓는다. 그 비싸다는 ‘강남 땅’에는 텐트도 함부로 못 치겠다.

단식농성을 시작하면서 대표이사가 사는 동네에는 날이 갈수록 경찰과 용역경비원들이 늘어갔다. 정보과에서 나왔다는 사람이 ‘왜 매일 여기 오냐’면서 ‘이럴수록 우리들만 자꾸 힘들다’고 아주 협박식으로 말한다. 우리가 처음부터 대표이사 집을 찾은 것은 아니다. 300일 넘게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서 왔다.

그리고 라파즈한라시멘트 본사가 있는 아셈타워 18층. 번번히 경비원들에게 들려나왔다. ‘교섭 좀 하자’, ‘그저 일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소리치다 결국 사무장은 병원신세를 져야했다.

사실, 처음 라파즈한라시멘트에 일한다고 하면 남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 유명한 다국적기업에서 일하면서 한 달 150시간 살인적인 초과근로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한다는 한다는 사실은 차마 부끄러워서 입밖에도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참다못해 노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됐다. 우리를 고용해 온 하청회사가 아예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다음 달이면 꼭 1년이 된다. 강원도에서 서울로, 그리고 단식농성까지 1년 동안 우리가 외친 것은 ‘일하고 싶다’는 말 한마디다. 여기서 굶어 죽더라도 대표이사 얼굴은 봐야겠다고 억울해하던 동료를 달래며 아쉬움의 발길을 돌린다.

라파즈한라시멘트, 설 지내고 보자!

<이 글은 우진산업지회 조합원 인터뷰와 이들이 인터넷에 게재하고 있는 천막농성 일기를 토대로 우진산업지회 조합원 시점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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