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 정무위 이원영 의원 주최로 ‘금융의 공익성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현재 한국의 대형화된 금융기관들은 담보위주의 금융으로 수익성과 안전성만을 추구하면서 중소기업, 서민, 지역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은 “중소기업, 서민, 지역 등 금융소외자에 대한 금융 및 금융기관의 역할 강화를 위한 제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토론회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외환위기 이후 망가진 금융제도를 복원하고자 하는 유의미한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금융기관의 공익성, 공공성은 뭔가”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들은 금융기관의 공익성 내지는 공공성을 각자의 개념으로 정의했으나, 비슷한 개념으로 사용했다. 김석원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과장은 금융기관이 부도가 나면 예금자, 투자자 등 많은 사람이 손해를 보고, 금융시스템에 불안이 초래되면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점은 금융기관이 공공성을 갖기 때문이며, 정부의 인가를 통해 금융기관은 설립된다는 설명이다.

정승일 과학기술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은 국민경제(공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금융시장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병윤 금융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의 공공성과 공익성의 관점을 구별해 설명했다. 공공성은 금융시장 참가자들 간에 발생하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자금중개가 제대로 되지 않는 시장실패를 은행이 보정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시장실패가 발생할 경우 자금 공급자들을 대리해 은행이 자금수요자를 심사하고 모니터링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공익성은 은행이 사회구성원 공동이익의 향상을 위해 기여하는 것이라고 이 연구위원은 구별했다.

“금융기관의 공익성, 왜 부르짖나”

그러나 현재 금융기관들은 공익성 내지는 공공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게 토론회의 주된 배경이다. 급기야 토론회를 주최한 정무위의 이원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금융기관의 공익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발의 법안에 금융기관은 △중소기업, 서민, 지역경제에 대한 여신 및 금융서비스 정도 등 경제적 측면 △기부, 윤리경영, 원활한 노사관계 정도 등 사회적 측면 △친환경 기업, 기술 등에 금융지원 등 환경적 측면 등의 공익활동에 대한 평가를 받고, 이를 공개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김석원 과장은 현재 추락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공공성 징후를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일반은행의 건전성 및 수익성은 개선됐으나 금융중개기능이 약화된 점 △서민들의 제도권 금융기관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점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인 상호저축은행 수의 감소 △자금중개기능을 활용하는 사회책임은행 활동의 미진 등으로 요약했다.

박종현 진주산업대 교수도 최근 관찰되고 있는 금융의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면서, 수익성과 함께 공공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대안적 금융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교수는 현재 ‘경제의 금융화’가 가속화 되면서 기업 및 실물부문에 ‘단기수익성 원리’를 강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의 금융화, 즉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논리는 기업들의 혁신역량을 약화, 부가가치의 생산 및 분배에 있어 이해당사자의 발언권 등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생산적인 활동보다는 투기적 지대추구 활동이 득세하면서, 주가거품, 부동산거품, 노동소득이 줄고 자산소득의 증가를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금융이 경제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면서 국민경제의 체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회복방안, 무엇이 제시됐나”

발제자들은 금융기관의 공익성 내지는 공공성 회복방안으로 다양한 견해들을 쏟아냈다. 몇 가지를 간추려 본다.

◇ ‘금융기관 지배구조’ 개선 = 김석원 과장은 거시적, 근본적 관점에서 은행산업의 독과점 개선과 금융기관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은행의 대형화가 외환위기 이후 진전됐지만, 이익효율성은 향상시켰으나 비용효율성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서 대형화 논리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그는 “은행산업의 집중도가 높고 은행의 건전성 및 수익성이 양호한 상황에선 대형은행간 합병이 비용효율성을 높이기보다는 시장지배력 확대 등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와 함께, 은행장 직권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방식을 외부주주, 예금자, 차입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선임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김 과장은 강조했다. 특히 사외이사의 임기를 장기화 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은행 경영진이 단기업적주의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장기적 성과에 기초해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공공성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게 김 과장의 판단이다.

◇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역할분담론’ = 금융전문가와 더불어 주민, 조합원, 자원봉사자 등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대안적 금융제도에 천착한 박종현 교수는 소액금융단체,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 지방은행 등 ‘지역밀착형 금융기관’들의 역할분담을 강조했다. 그는 큰 틀에서 ‘대안적 소액금융단체’는 빈곤층의 소규모 창업을,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조합원의 가계자금과 사업자금 대출, 사회적 기업 및 비영리단체의 사업자금 대출에 특화하고, ‘저축은행과 지방은행’은 지역중소기업,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융자에 특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휴면예금이나 자산관리공사의 잉여금 등을 재원으로 활용해 기금을 설립하고, 이를 활용해 지역밀착형 금융기관과 소액금융단체를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그는 금융감독 차원에서 ‘한국판 지역재투자법’을 도입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판 지역재투자법에 △지역 중소기업 및 저소득층에 대한 강제적 대출배분 △금융기관에 예탁된 예금이 해당 지역 내에서 환류 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 강화 △금융기관의 공익성이나 사회적 책임 등을 명시하자는 제안이다.

◇ ‘우체국 금융 활용론’ = 이병윤 연구위원은 한국판 지역재투자법이 은행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등 관치금융을 불러올 수 있다며 도입에 반대했다. 대신 이 연구위원은 우체국 금융활용론을 제안했다. 우체국금융은 △국가가 지급 보증 △예금보험료 면제 △금융감독 대상 제외 등의 특징 때문에, 민간 지역금융기관보다 경쟁우위에 있다. 이런 경쟁우위 때문에 우체국 예금은 1997년 말 5조8000억원에서 2005년 말 35조2000억원으로 급증했으나, 우체국은 대출기능이 없어 지역으로 자금이 환류 되는 기능이 원천 봉쇄되고 있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따라서 우체국 예금 중 일정금액을 지역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이 예치금을 지역중소기업 지원에 사용하는 제도를 마련하거나, 지역 중소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의 매입에 사용토록 하자고 그는 제안했다.

◇ ‘중소기업 ‘관계형 대출’ 활성화 = 김석원 과장은 은행과 혁신 중소기업 간에 관계가 강화될수록 은행의 대출규모가 늘고 대출금리도 하락한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관계형 대출’을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과장은 지방은행, 지방의 신용금고, 신용협동조합, 기업체, 펀드회사, 개인투자자 등이 참여하는 펀드를 구성해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병윤 연구위원은 경영공시 외에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공시’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중소기업 지원, 서민층 지원, 사회공헌활동, 환경보호 지원, 지역사회개발 지원 등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 하자는 제안이다. 이 연구위원은 사회적 책임공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 시도 금고, 법원공탁금 취급은행 등을 선정할 때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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