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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을 좌우할 변수 다섯 가지공급과잉·원료확보·중국부상·공동화·산별노조..."기업 울타리 넘어 산업정책에 개입해야"
지난해 세계 철강산업은 두 가지 상징적인 사건을 겪었다. 미국 철강업계는 2006년 7월 87.4%에 달하던 가동률을 최근 70.2%로 떨어뜨렸다. 철강가격이 대폭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 지난 5일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철강가격은 2004년 정점 가격(595달러/톤)이 2001년 저점 가격(195달러/톤)에 비해 3배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작성한 실질가격으로 환산하면 1974년 정점 가격의 6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세계 1, 2위 철강업체가 전격적으로 합병하는 빅뉴스가 터져 나왔다. 네덜란드의 미탈스틸(Mittal Steel)과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Arcelor)의 합병으로 조강생산량 1억톤에 육박하는 초대형 철강업체가 출범했다. 포스코는 2005년 현재 조강생산량 3천500만톤으로 4위에 올라 있다. <표 1 참조>



공급과잉

생산량 감소와 대형화 추세는 철강업계의 ‘공급과잉’ 문제에서 비롯됐다. 전문가들은 전체 철강 생산량의 15% 정도를 과잉생산량으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철강산업의 경기주기가 단축되고, 진폭이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 비교적 안정적인 경기변동을 나타내는 산업으로 인식됐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세계 철강산업은 95년 장기호황을 겪은 뒤, 외환위기에 따른 보호주의(98년), 세계적 공급과잉으로 인한 보호주의 약화(2001년), 철강경기 호조(2004년), 2007년 중국의 부상 등 활황과 침체의 사이클을 보여 왔다.<표 2 참조>



원료 확보, 생산, 판매 등 3가지를 놓고 전 세계 철강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있다. 원료 확보는 ‘전쟁’에 비유될 정도다. 박현욱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12일 “현재 미국과 유럽의 철강 상위업체들은 아시아권과는 달리 가격유지를 위한 담합구도가 형성돼 있다”며 “중국의 수출물량이 얼마나 증가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변수가 있다. 미국처럼 가동률을 70% 이하로 떨어뜨리면 고정비 부담이 증가해 수익률이 하락한다. 또한 중국의 철강 수출물량이 얼마나 되느냐도 관심의 초점이다. 미국과 유럽의 철강업체들이 가격담합을 통해 공급과잉을 해소하더라도, 중국의 수출물량이 늘어나면 가격하락을 막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철강산업의 현안을 두 가지를 꼽는다면, 하나는 ‘공급과잉’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이 될 것이다. 중국은 2005년 8월, 철강업체의 확장억제를 내용으로 하는 신철강정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05년만 해도 중국의 철강산업은 수출(2천717만톤)이 수입(2천275만톤)을 넘어섰다. 2003년의 수출(845만톤)과 수입(4천310만톤)을 비교하면 2년도 되지 않아 3배 가까운 수출신장을 이룬 셈이다.

“에너지도 무기다”

국내 철강산업도 세계 철강산업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도 국내 철근업체들은 연간 100만톤씩 수입되는 중국산 저가제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가 작성한 ‘2007년 국내외 철강산업 주요 이슈’에 따르면 세계 철강산업은 경기의 불확실성 증대, 인수합병(M&A) 열풍 확산, 중국발 통상마찰 격화, 원료 확보경쟁 심화 등의 이슈가 있다. 대다수가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인수합병 열풍도 따지고 보면, 중국 철강업체의 수출증가로 인한 ‘공급과잉’에서 비롯된 것이다.

올해부터는 철강업체 인수합병 시장에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이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무려 1조 달러를 돌파한 상태다. 적정 수준의 3배 이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하기 위해 적극 나설 가능성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료확보 ‘전쟁’

상대적으로 자원과 에너지가 풍부한 인도, 브라질, 러시아는 에너지를 팔아 번 돈으로 인수합병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의 고기술 철강업체를 노리고 있고, 인도·브라질·러시아는 자원보유국으로 미국과 유럽의 철강업체 인수를 겨냥하고 있다.

특히 원료보유국들은 보호주의 경향과 더불어 철강원료를 무기화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인도는 지난해 3월, 고품위 철광석의 수출을 중단했다. 또한 중국은 지난해 5월, 철광석·선철·고철 등 철강원재료를 가공무역 수출금지 품목으로 지정했다. 브라질은 철광석에만 관심을 갖는 외국기업과의 합작을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철광석 공급대가로 브라질에 있는 제철소에 투자를 유치하려는 목적이다. 브라질에는 세계 최대의 철광석 공급회사( CVRD)가 있다.

철광석과 원료탄(유연탄)에 대한 수요는 2003년 이후 증가하기 시작했고,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철광석의 경우 가격상승률이 2003년 10%에 그쳤지만, 2004년 14%로 증가했다. 2005년에는 무려 72%라는 경이적인 가격증가율을 기록했다.

원료수입국들의 자원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후진타오 중국주석이 최근 아프리카 8개국을 순방하면서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말, 일본의 신일철은 브라질의 CVRD와 신규 개발 프로젝트 공동 추진, 원료의 안정공급 및 저가원료 사용에 대한 공동기술개발을 담은 전략적 제휴에 합의했다.

선진국에 뒤지고, 신흥국에 치이고

산업자원부가 지난달 발표한 산업전망에 따르면 국내 철강산업은 소폭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내 철강산업이 생산한 철강은 5천661만2천톤으로 2005년(5천506만6천톤)에 비해 2.8% 증가했다.<표 3 참조>



2007년에는 3.8% 증가한 5천878만톤이 예상되고 있다. 내수의 경우 2006년 증감률인 3.7%보다 떨어진 2.7% 증가한 5천18만톤으로 전망됐다. 내수와 생산을 비교하면, 올해만 800만톤이 넘는 공급과잉이 예상된다. 2천만톤이 넘는 수출물량이 있지만, 그것보다 많은 2천300만톤 내외의 철강제품이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2006년의 경우 중국의 대규모 설비증설에 따른 중국산 철강제품 수입이 급증하면서 전체 수입물량이 사상 최초로 2천만콘을 넘어섰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철강산업은 외국 거대 철강회사의 기술력과 제품경쟁에서 뒤지고, 풍부한 자원을 무기로 한 브릭스 등 신흥국가에 치이는 ‘넛 크래커’(Nutcracker, 호두를 눌러 까는 도구) 처지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제조업 공동화에 따른 수요 감소

그런 가운데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 서서히 제기되고 있는 제조업 공동화 문제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제조업체의 해외생산공장이 늘어나면서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는 철강업체에 있어 대표적인 수요(Needs) 산업이다. 자동차용 강판부터 갖가지 부품이 철강으로 만들어진다.

조자명 비전노동센터 소장은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 수준과 과거 산업구조 변화추이를 볼 때 철강수요산업의 비중이 점차 감소할 것”이라며 “품목별로 사양화가 예상되는데 선재에서, 강관, 철근 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국내 조선업체들이 중국과 필리핀에 대형조선소를 짓고 있다는 사실도 쉽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철강수요 증가율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 2005년에 분석한 바에 따르면 산업구조 고도화와 제조업 해외이전으로 철강수요 증가율은 2015년까지 연평균 1.9%로 예상됐다. 2000∼2005년 증가율(4.2%)에 한참 못 미친다.

국내 냉연업계의 위기의식은 남다르다. 원재료인 열연강판(핫코일)의 가격인상에다, 저가 중국산 제품의 유입에 기존의 공급과잉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오금석 한국철강협회 홍보팀장은 “냉연업계의 가격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어 당분간 수익감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대응은?

철강통계연보를 보면, 지난 95년 6만7천명이었던 국내 철강 노동자들은 2006년 현재 4만명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내하청 노동자까지 포함할 경우 철강산업 전체 고용현황을 파악하기조차 힘들다. 조직된 노동자만 따지면,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 철강노동자들은 1만2천명,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소속 철강노동자들은 5천5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에 반해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대폭 증가했다. 금속산업연맹이 2002년에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는 1991년 34.7%였던 철강산업의 하청비율은 2000년에 45.3%까지 증가했다. 1991년 500인 이상 사업체에 고용된 노동자 비율은 전체의 43.4%에 이르렀지만, 2000년에는 36.5%로 줄어들었다.

핵심공정은 철저하게 자동화하고, 비핵심 공정이나 이와 관련한 직무를 외주·용역화 하는 철강업체의 경영전략이 오랫동안 통용된 탓이다. 고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철강업체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은 이미 45세를 넘어섰다.

그렇지만 철강노조들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정부가 철강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지정, 정책적으로 지원한 탓에 현장 조합원들의 경우 보수적 경향이 짙은 게 사실이다. 양대 노총 철강노조들이 상급단체와 무관하게 철강노조협의회 활동을 계속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철강산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노동계의 대응은 한없이 더디다.

올해 임단협에서도 그다지 큰 쟁점들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철강노조협의회의 주력 조직이었던 현대제철노조가 산별노조로의 조직형태 변경에 성공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와는 별개로 철강산별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철강노조협의회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철강산업은 어느 업종보다도 산별차원의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한 업종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간 철강노조는 기업별 노조체계라는 울타리에 있었다. 철강산업의 현안은 기업별 노조가 해결할 수 없다. 때문에 기업별 노조체계를 뛰어넘는 중층적 교섭체계를 다양하게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일부 철강 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했고, 양대 노총의 경계를 넘어서는 독자적인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발판으로 노동계가 철강산업 정책에 직접 개입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고철 쓰레기를 찾아라
전기로를 사용하는 국내 철강업체들은 고철(스크랩)을 원재료로 쓴다. 때문에 전기로 옆 공간에는 고철 집하장이 있다. 고철 납품업자와 철강업체는 고철가격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다. 돈을 많이 받으려는 납품업자와 적게 주려는 철강업체의 두뇌싸움은 곧잘 엉뚱한 방향으로 번진다.

고철을 실은 트럭의 무게에다, 나중에 빈차로 나가는 트럭의 무게를 빼면 고철의 무게가 된다. 그 무게에 단가를 곱한 게 고철 값이다. 일부 고철 납품업자들은 고철의 무게를 늘리기 위해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다. 예전에 주로 썼던 고철 더미 속에 흙을 채우는 것은은 이미 고전적인 방법에 속한다. 고철을 부릴 때 쉽게 눈에 띄는 데다, 철강업체 담당자의 감시 눈초리도 예사롭지 않다. 몇 년 전부터는 드럼통에 물을 채워 얼리는 수법이 사용되고 있다. 뚜껑을 닫아버리면 외관상 표시도 안 나고, 무게는 훨씬 많이 나간다.

그런데 쓰레기를 채우거나, 물을 얼리는 행위는 단순히 고철 값을 더 치르고 마는 문제가 아니다. 중대한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2004년과 2006년에 몇 차례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2004년에는 쓰레기가 집진기를 막아버리는 바람에, 2006년에는 쇳물과 물이 만나 사고가 났다.

현대제철노조 관계자는 “뜨거운 쇳물과 물이 만나면 폭발이 일어난다”며 “드럼통에 든 얼음을 발견하지 못한 채 전기로에 넣는 바람에 큰 폭발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지만, 근처 작업자는 화상을 입어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쓰레기는 폭발사고뿐 아니라 전기로 가동시간을 늦춘다. 또한 쓰레기를 골라내느라 가동시간이 50% 이상 늘어나 전력사용도 많아진다. 고철 대비 쇳물 회수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전기로는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것이지, 쓰레기를 녹이는 장비가 아니다”라는 철강업계 관계자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철강사용자 현황>
고로, 전기로, 그리고 열연코일
쇠(철강)를 만들기 위해 쇳물을 뽑아내는 방법은 두 가지다. 고로방식과 전기로방식. 고로방식은 ‘고로’라고 불리는 가마(100미터 고층탑)에 철광석, 석회석, 코크스를 넣어 쇳물을 만든다. ‘용광로’를 떠올리면 된다. 반면에 전기로방식은 고철을 전기로에 넣고 높은 열을 가해 녹이는 방법을 쓴다. 고로 쇳물은 순도가 높지만, 전기로 쇳물은 순도가 낮다.

국내 철강업체 중 고로방식을 택한 곳은 (주)포스코가 유일하다. 이른바 ‘일관제철소’라고 불린다. 최근 현대제철이 당진에 짓고 있는 제철소도 고로방식을 이용한 일관제철소다.

포스코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기로 업체이거나, 아니면 고로에서 만들어진 열연코일을 받아 관련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전기로 업체들은 주로 철근이나 봉강·형강을 생산한다. 고급 철강제품들은 열연코일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예컨대, 현대제철이 전기로를 이용해 철근제품을 생산한다면, 유니온스틸은 포스코의 열연코일을 가지고 냉연강판을 만드는 식이다.

철강업체도 이 분류에 따라 나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현재 일관제철은 포스코 한 곳이다. 고로를 갖고 있어야 철광석 등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제선공정’이 가능하다. 전기로를 가진 철강업체는 제강업체라고 부른다. 현대제철(주), 동국제강(주), 한국철강(주), 와이케이스틸(주), 환영철강공업(주), 대한제강(주) 등이 대표적이다. (주)세아베스틸은 특수강을 만드는 제강업체다.

열연코일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철강제품은 냉연, 강관, 선재, 후판 등이 있다. 압연공정에 해당한다. 후판은 배에 사용되는 철강으로, 두께가 6밀리미터 이상 되는 두꺼운 강판을 말한다.

냉연과 도금강판을 만드는 철강업체로는 현대하이스코(주)를 비롯해 동부제강(주), 유니온스틸(주)이 있고, 강관을 만드는 철강업체로는 (주)세아제강, (주)휴스틸, 한국주철관공업(주)이 꼽힌다. 비엔지스틸(주)이나 대한전선(주), (주)대양금속은 냉연제품을 생산한다. 선재가공업체로는 고려제강(주), 동일제강(주) 등이 있다. 오금석 한국철강협회 홍보팀장은 “올해는 열연코일과 같은 원자재 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경영이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10년 역사 지닌 철강노조협의회
국내 철강업계 노조의 중심은 철강노조협의회다. 협의회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철강노조 대다수가 가입돼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민주노총 7개 조직(5천500여명), 한국노총 16개 조직(5천800여명)이 참여하고 있었다. 당시 민주노총에서는 현대제철·비엔지스틸·한국제강 등이, 한국노총에서는 세아베스틸·유니온스틸·와이케이스틸 등이 참여했다.

협의회 소속 노조들은 민주노총의 현대제철과 한국노총의 세아베스틸을 중심으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느슨한 연대까지 포함하면, 협의회가 존속한 기간만 10년이 넘는다. 내심 철강노조연맹이나 철강 산별노조를 꿈꿔 왔다.

그런데 지난해 7월, 협의회 의장조직이었던 현대제철노조가 민주노총 금속노조로의 조직형태 변경투표를 가결했다. 현대하이스코노조도 현대제철과 행보를 같이 했다. 현대제철노조는 의장직까지 내놓았다. 협의회 활동이 공백기에 접어들었다. 한국노총과 거리를 두고 협의회 모임에 기대를 걸었던 한국노총 소속 철강노조의 혼란은 컸다. 한 노조간부는 “사실 (현대제철노조의 산별전환투표가) 가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반대로 현대제철노조 쪽에서는 ‘산별깃발 꽂으면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라는 서운함도 엿보인다.

협의회는 암중모색기를 거쳐 지난 1월 말 부산에서 모임을 갖고 활동을 재개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 철강노조들은 의무금 납부를 중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제철노조는 지난달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금속노조 조합비(1월분) 납부에 관한 안건이 부결되는 이례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철강노조협의회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1차 분수령은 현대제철노조의 업종지부 요구안건을 다룰 금속노조 중앙위원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산업의 '쌀' , 철강산업
밥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듯이, 철강이 없으면 산업이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철강산업은 산업의 ‘쌀’로 불린다. 자동차와 배의 외형, 기계장비, 건설에 사용되는 철근 등이 철강으로 이뤄져 있다.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전자렌지 등 각종 가전제품도 철강이 없으면 만들 수가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반도체에도 철강이 사용된다. 반도체 칩에 부착되는 ‘리드프레임’은 금속물질이다. 정보통신이나, 항공우주산업은 두말할 나위 없다. 거슬러 올라가면,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도 철강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 했다. 강력한 왕조국가에는 반드시 수준 높은 철기 제조기술이 있었다는 사실을 역사책에서 배운지 오래다.

철강산업의 가장 큰 장점은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들고, 다시 원하는 철강제품을 만들 수 있다. 국내에 철강산업이 시작된 것은 지난 73년 포스코(옛 포항제철)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포스코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포스코는 90년대 후반 2천300만톤의 조강능력을 갖춰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군사정권은 포스코의 독점체제를 인정했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이다. 국내 철강산업은 포스코가 성장하면 할수록 기형적인 구조로 바뀌어갔다. 고로업체가 포스코 하나뿐인 탓에 전기로업체만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특히 철강산업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기간산업으로 인식돼왔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권리투쟁이 사실상 불가능한 산업특성을 갖고 있었다.

과거 정부는 인위적인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철근 등을 생산하는 전기로업체가 필요했다. 한보철강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정경유착을 위해 철강업체를 활용한 측면도 있었다. 조자명 비전노동센터 대표는 “철강산업은 자동차, 조선 등의 수요산업과 직간접으로 연관돼 있다”며 “철강수출이 침체하거나, 제조업 공동화가 현실화하면 철강산업 또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13일


박운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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