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가 과학기술부 감사관에게 건낸 자료가 비리혐의자의 소송 자료로 쓰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신고자 보호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과학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는 해당 공익제보자는 문화재단 이사장으로부터 7,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형사고발까지 당했다.

과학기술노조 한국과학문화재단지부가 과학기술부 감사관 5명에게 감사와 관련한 진정문서를 전달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그런데 지난달 19일 피진정인 과학문화재단 나도선 이사장이 문화재단지부 간부와 조합원 7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허위사실을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7명에게 모두 7,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는 형사고발했다.

문제는 나도선 이사장의 고발장에 지부가 감사관에게 전달했던 진정문서가 그대로 들어 있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과학기술노조는 “나 이사장이 제출한 소장에 입증자료로 첨부된 문서는 분명히 지부가 제출한 진정문서”라며 “과학기술부가 문서를 유출하지 않았다면 나 이사장이 문서를 절도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과학기술부 감사담당관은 문서를 접수한 뒤 내용을 폐기했기 때문에 유출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어 노조는 “과기부 특별감사에서 지부의 제보대로 문화재단 이사장은 주의 경고, 시정조치 등을 받았지만 용기 있는 내부고발자는 민사소송에 따라 급여·부동산에 대한 가압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익제보자 노출이 수차례에 걸쳐 반복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지적은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실제로 과기노조 산하 지부에서만 지난 2001년 정보통신연구진흥원에서 기관비리 의혹 제기 뒤 해고된 것을 시작으로 2003년에는 한국산업기술평가원에서 5명이 내부비리를 폭로했다 해고됐다. 또 지난해에는 한국패션센터에서 섬유기관 비리를 산자부 감사관에게 전달했다가 제보자가 감사관에게 협박을 받는가 하면 국가청렴위에서도 해당자의 신상을 유출하기도 했다. 이들 사건의 비리혐의자들은 실제로 구속되는 등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지만 제보자들은 보상은커녕 반대로 처벌을 받고 있는 셈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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