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노동자의 정치활동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1996년도였다.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이 정리해고제와 변형근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법을 그해 12월26일 새벽에 통과시킨 것이 계기였다. 당시 “노동자 국회의원이 한명이라도 있었다면”이라는 말이 대중화 됐듯이, 양대노총은 공동총파업으로 이에 맞섰지만 노동계를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없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이에 대한 고민은 1997년 대선방침으로 나타났다. 당시 한국노총 위원장이었던 박인상 현 국제노동재단 이사장은 한국노총 역사상 처음으로 야당 후보였던 김대중 대통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박인상 전 위원장이 2000년 16대 총선에서 국회로 진출하면서 한국노총은 한때 정치적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2002년도 16대 대선에서 한국노총은 ‘노동자 독자정당 건설’이라는 기치 아래 민주사회당을 창당했지만, 현장으로부터의 대중성 확보 실패로 인해 대선 전략조차 마련하지 못한 체 혼란만을 겪어야 했다. 더불어 2004년 총선에서는 민주사회당과 녹색평화당을 합쳐 녹색사민당을 구성했지만 정당득표율 0.5% 획득에 그쳐, 이남순 전 위원장 등 전 집행부가 총사퇴하는 혼란까지 겪게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노총의 정치세력화의 꿈은 밑바닥까지 치닫게 됐다.

한국노총은 올해 있을 대선을 통해 조직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정치세력화에 대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정책연대에서 독자정당으로 변모해 왔던 한국노총의 정치세력화 방안은 올해 또 다시 정책연대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이를 어떻게 실천해 나갈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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