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협회장의 벽은 높았다. 출사표를 던진 민경윤 민주금융노조 위원장을 후보에서 제외시킨 채 8일 증권업협회장 선거가 치러졌다. 후보추천위원회가 '민 위원장이 사장단의 추천서를 첨부하지 않아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후보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 위원장은 “후보추천위원회가 공식적 해명도 없이 기회를 박탈했다”면서 “이는 협회의 정관과 규정을 넘어선 재량권 남용일 뿐 아니라 밀실 선거를 치르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추천서 첨부에 대한 선거규정이 전무하고 후보에서 탈락됐다는 공식적인 통보도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민 위원장은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조만간 선거무효 소송과 황건호 당선자 자격에 대한 진정서를 법원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민주금융노조 소속 단위노조위원장 등은 선거가 치러지는 총회장을 방문, 강하게 항의해 한때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노조의 요구서와 밀실선거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회의장에 배치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회의장 밖에서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노조의 반발을 우려해 증권업협회가 ‘증권업협회 위상 제고를 위한 결의대회’라는 제목으로 미리 집회 신고를 해 놓은 것이다. 노조도 이에 대응해 협회 건물 주위에서 일인시위를 진행해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노조는 선거권을 갖고 있는 증권사 사장 33명에게 협회 개혁을 위해 불참과 기권을 독려하는 성명서를 보냈다.

노조는 이번 선거출마 시도가 비록 실패했지만 증권업협회 선거의 문제점과 후보들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향후에도 협회 개혁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한편, 협회장 선거에서는 현 황건호 회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증권협회는 총회를 열고 황 회장을 재선임했다. 이날 총회에선 황 회장과 홍성일 한국투자증권 사장, 김병균 대한투자증권 고문 등 3명이 경합을 벌였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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