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철도 노사가 10일 장장 13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끝에 철도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하는데 성공, 노조가 오는 15일로 예정된 파업계획을 철회키로 한 것은 올해 노동계 동계투쟁이 사실상 종결됐음을 의미한다.

올해 노동계의 동투(冬鬪)는 주로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 이라는 구도로 진행됐으나 한전 노조의 파업계획 철회와 함께주요 공기업 노조인 철도노조 마저 파업 계획을 취소함에 따라 올해 노동계 동투는 마무리됐다는 게 노동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철도노조의 이날 파업계획 철회는 사측의 명예퇴직 방침 등에 반발, 이미 쟁의행위 돌입 방침을 정한 한국통신 노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며 한통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게 노동계전문가들의 시각인 것.

특히 노사정위 논의중단을 선언, 노사정위에서 철수한 한국노총이 철도 구조조정계획 합의안을 최종 추인하기 위한 노사정위 본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계기로 노사정위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 11일 한노총이 철수하는 바람에 파행 운영되고 있는 노사정위도 곧 정상 가동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가 정상가동될 경우 근로시간 단축 등 근로여건을 둘러싼 제도개선 논의가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당초 목표대로 연내에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을 국회에 제출하기에는 시일이 촉박한 점 등에 비춰 매우 어려운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철도 구조조정 계획합의로 정부는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계반발투쟁을 마무리, 사회안정을 도모하고, 노조는 탄력적 인력감축이라는 실리를 얻는 ‘윈-윈’의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정부와 철도노조가 이날 오전 철도 구조조정 합의문을 채택하기까지는 정회를 거듭하는 등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노사정위 공공부문구조조정특별위원회(위원장 김수곤최저심의위원장)가 철도 구조조정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한 것은 9일 오후 5시였으나 최종 합의문이 채택된 것은 10일 오전 6시께.

신강순 기획예산처 행정개혁단장 등 정부측 인사와 김기영 철도노조위원장 등 노조측 인사가 서로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는 바람에 이를 조정하느라 상당한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지난 99년 및 2000년 인력감축 계획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정부측입장과 안전문제를 고려, 화물열차 기관사 감축은 감축 규모에서 제외해야한다는 노조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 결국 감축 규모는 예정대로 실시하되 인원 감소 분야는 화물기관사가 아닌 다른 부문에서 충당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평행선을 달리던 정부와 노조측의 입장이 조율되는데는 위원장을 비롯한 공공특위 공익위원 및 양완식 전문위원 등이 지난 11월 24-25일 화물. 여객열차에 탑승, 현지실사를 벌인 결과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게 노사정위 관계자의 설명.

당시 공익위원들은 경남 부곡에서 충남 천안구간을 운행하는 화물열차에 탑승, 기관사 2명을 1명으로 줄이는 인력감축 계획에 대한 타당성을 조사한 결과 ▲디젤기관차는 본래 2인이 운전하도록 설계돼 있어 1인이 운행할 경우 시야에 제한을 받고 ▲화물열차의 경우 비탈길 선로를 달리는 도중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응급처치하기가 어려운 점 등 "1인이 운행할 경우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가 ‘구조조정 후퇴’라는 지적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 화물기관사 인력감축을 유보하되 다른 부문에서 인원을 감축토록 양보하고 감축시기에도 탄력성을 부여키로 한 것은 안전문제에 대한 공익위원들의 지적을 받아들인데 따른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기관사 1인 승무화를 강행, 실시하다가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현실을 도외시한 구조조정이 대형참사를 불러일으켰다’ 는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

또 구조조정을 당초 계획대로 실시한다는 내용이 합의문에 명시돼야 한다는 정부측 입장과 이에 반발하는 노조가 맞서 10일 오전 4시께 노. 정 양측이 노사정위에서 철수하기 직전 상황에까지 이르렀을 때 ‘정부입장은 서문에 명시하되 세부사항에서는 제외토록’ 설득한 노사정위 장영철 위원장의 중재노력도 막판에 돋보였다는 게 노사정위 주변의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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