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8일 산별 대표자회의 결정에는, 투쟁 동력의 저하라는 조건 속에서 철도라는 현안 해결은 물론, 이후 국면을 어떻게 열어 가야하는가에 대한 한국노총 지도부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4대 제도개선과 일방적 구조조정 저지를 목표로 내걸고 하반기 투쟁을 벌여 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가시적 성과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투쟁동력은 약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노사정위원회에 무조건 복귀한다는 것은 사실상 '백기투항'으로 비쳐져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한편으로는 오는 15일 파업을 일정에 올려놓은 철도노조가 강경 일변도인 정부당국과 정면충돌하는 상황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철도노조가 먼저 노사정위원회 논의틀에서 문제해결을 요청해 온 만큼, 산하 조직의 요구를 받아 안은 식으로 문제의 해법을 찾은 게 바로 이날 회의의 결정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한국노총의 이런 결정을 꼭 수세적인 대응이라고만 할 것도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번 결정에는 정부당국이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원한다면, 철도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촉구의 의미 또한 담겨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어쨌든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선 한국노총이 주도권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철도 문제에 대한 정부의 태도와 대통령 면담 결과에 따라 노사정위원회 복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대목을 봐도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노총의 이번 결정이 민주노총과의 연대투쟁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8일 성명에서 "상황은 나름대로 이해가 된다"면서도 "공투위 구성이 얼마 안된 상황에서 노사정위원회 공공특위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양대노총의 공동투쟁에 어려움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힌 대목은 시사점이 많다.

결국 한국노총의 이번 결정은, 양대노총의 연대를 중심으로 한 노동계 '동투'와 노정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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