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기 민주노총을 이끌게 될 이석행 신임지도부에게 닥친 과제는 만만치 않다. 형식적 논의에 그친 통합지도력을 구축해야 하고, 지난해 노사관계 로드맵 처리를 거치면서 떨어진 정국 주도권도 되찾아 와야 한다.

특히 지난해 11월~12월 총파업 과정에서 확인된 조직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고, 선거국면을 거치며서 손놓고 지켜봐야 했던 비정규직법 시행 관련 계약해지 사태 등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 이후 한국사회 흐름을 좌지우지하게 될 연말 대통령선거에서도 민주노총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 조직력 강화와 조직률 제고 =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자가 선거기간 내내 “현장대장정”을 강조한 것은, 민주노총 조직력 약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만큼 민주노총 조직력 복원이 차기 지도부에게는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11월과 12월 민주노총이 여러 차례 진행한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를 위한 총파업 기간 동안, 금속연맹 중심의 파업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금속연맹이 파업에 빠진 날에는 고작 2만여명만이 파업 또는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집계된 사실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단지 총파업 동력뿐 아니라 대의원대회 개최 때마다 되풀이되는 유회 등은 전반적인 민주노총의 조직력 약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석행 신임지도부는 조직력 강화를 위한 핵심사업으로 2월 서울지역의 사무직 노동자들부터 시작해 3월부터는 지역별, 산업연맹별로 본격적인 현장순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조직력 강화와 함께 2010년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조직률 제고도 중요한 문제이다. 민주노총은 산별노조 확대와 강화를 통해 비정규직 등을 대상으로 한 조직률 제고를 위한 사업을 벌일 전망이다.

◇ 비정규노동자 조직화와 비정규직법 대응 = 2006년 12월말 현재 민주노총 조합원 숫자는 75만2천명. 이 숫자 가운데 정규직이 99%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조직력 확대를 위해서는 비정규직 조직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지적돼 왔다.

이석행 당선자는 대중적인 산별노조 가입운동을 통한 비정규노동자 60만명 조직화, 각 지역본부에 비정규차별해소 상담소 설치, 10만명 이상의 7개 대산별노조로 재편해 강력한 총파업 체계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올해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철도공사 새마을호 승무원의 외주화, 법원 행정처 경비직의 재계약 거부, 서울대병원의 계약종료, 경북대병원 상시업무의 단기계약직화 등의 문제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또 6, 7월 임단협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선거 등과 맞물려 본격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정부가 제안한 노사정 비정규 실태조사에 민주노총의 참가 여부가 주목된다. 또 기간제법상 기간제외 예외조항, 파견근로 대상, 차별시정지침 등에 대한 시행령 과정에서 어떻게 개입할지도 관심이다.

◇ 산별노조 시대 준비와 산별노조 강화 = 지난해 금속, 공공, 운수노조의 산별전환으로 현재 민주노총 산별노조 전환율은 75.6%다. 민간서비스, 사무직 분야를 중심으로 한 산별노조 전환 확대와 함께 대산별노조 전환, 산별노조와 관련한 법제도 개선이 주요한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노사관계 로드맵 논의를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참가했지만, 사용자단체 구성 의무화와 산별협약 적용 확대 등 관련 쟁점을 부각시키는 데 실패했다.

이석행 위원장 당선자는 26일 당선을 확정지은 뒤 기자브리핑을 통해 “산별교섭제도 법제화와 산별협약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2007년 2월 임시국회에서 산별교섭제도를 위한 방안을 다루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지만 강제성은 띠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새 민주노총 지도부가 여기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 주목된다.

◇ 정파 갈등 해소 및 의결체계 혁신 = 이번 민주노총 임원 선거 전 이수호 전 위원장이 통합지도부 구성을 제안했고, 실제 일부 의견그룹 간에 통합지도부 구성이 논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각 의견그룹 간 묵은 감정과 입장차는 여전하다.

이석행 신임 지도부는 사무총국 인사탕평책과 노동운동의 통합과 대안 마련을 위한 노동운동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정파갈등 해소와 통합지도부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사무총국 인사와 관련해 이석행 신임지도부는 각 정파의 추천을 받아 주요 요직에 타정파 관계자들을 기용한다는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26일 임시대의원대회 안건상정에도, 임원-대의원직선제가 통과되지 못해 신임지도부로서는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이석행 당선자는 “차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제1호 안건에 상정해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석행 신임지도부는 선거인명부 확정을 위한 총연맹 의무금 자동이체 시스템을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총파업 등에 대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해 임원 직선제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석행 당선자는 직선제 도입을 위한 과도기 집행부 구성에는 반대했지만, 직선제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3년 뒤이든, 그 전이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 임원 직선제와 대의원직선제는 동시에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 사회적 교섭 등 노정, 노사관계 = 이석행 당선자는 선거과정에서 “먼저 현장 의견 수렴과 조직 복원 뒤에 노사정 교섭에 나서야 한다”면서도 “2005년 비정규 교섭처럼 쟁점화 할 수 있는 교섭이라면 언제든지 참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노사정 관계의 의미있는 복원은 기대하기 힘들다.

노사관계 로드맵과 비정규 입법처럼 전체 노동과 관련있는 핵심의제가 없기 때문이다. 또 올해 하반기에 대선국면으로 접어들면 사회적 대화 복원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신임지도부도 당분간은 현장 순회 등의 사업에 주력할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각종 연석회의와 노사정위원회를 통합하는 형태의 사회적 대화틀 재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이석행 신임지도부가 이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또 지난해 노사관계 로드맵 교섭과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사발전재단 사업 추진 등을 거치며 생긴 민주노총의 정국 주도권 상실을 어떻게 만회하는지도 관심이다.

◇ 민주노동당과의 관계 및 대선방침 = 선거과정에서 조희주 후보진영과 민주노동당에 대한 입장을 놓고 논쟁을 벌였던 신임지도부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또 2월5일 민주노동당 중앙위와 같은달 25일 대의원대회에서 대선 후보 선출방식 등을 결정하면서, 민주노총도 내부토론을 통해 조만간 대선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선거기간 동안 이석행 위원장 당선자는 당원 직선제를 주장한 양경규 후보 진영과 달리,“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과 농민 등도 대선후보 선출에 참가해야 한다”며 민중참여경선제를 주장했다. 이 당선자는 특히 “당선되면 민주노동당 중앙위에 민중참여경선제를 민주노총 공식입장으로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민주노총 방침을 결정하기까지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이석행 당선자는 2007년 말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300만표 획득, 2008년 총선 30석 획득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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