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5기 임원선거가 치러지던 26일 늦은 밤. 대의원대회장 내외빈석을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가 홀로 지키고 있었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단병호 의원, 문경식 전농 의장 등 대의원대회에 참석했던 내외빈들이 모두 돌아간 시간. 권영길 의원단대표는 홀로 앉아서, 임원 후보들의 유세와 투표과정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오늘 오후에는 대의원대회 참석 말고 다른 일정을 안 잡았다. 새롭게 민주노총이 힘을 내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서다. 끝까지 보다가 가려고 한다. 최근 민주노총이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을 (초대 위원장으로서) 참아내기 힘들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이 상실되고 있는 모습들도 참기 어려웠다. 그 책임이 바깥보다 내부에 있지 않았나 싶다. 정말 새롭게 다시 바로서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

권영길 의원단대표는 12시간 넘게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흐뭇한 표정도 묻어났다. 유세를 마친 임원선거 후보들은 단상에서 내려오자마자, 모두 ‘초대 위원장’에게 인사부터 했다. 권 의원도 일어서서 한명 한명 악수를 했다.

“후보들이 모두 민주노총의 반성과 혁신을 말하고 있는데, 기대를 해봐야지. 최근에 대의원대회에서 불상사도 있었고, 유예도 자주 되곤 했는데, 오늘은 순조롭고 평화롭게 진행되는 것 같네.”

새로운 지도부에게 기대하는 점을 묻자,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지금 민주노총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전까지의 민주노총이 기업별 체계로 구성된 1기 민주노총이라면, 이제 산별의 시대에 비정규직과 함께하는 2기 민주노총을 만들어야 한다. 사업의 내용도 달라져야 하고, 사회적 기여도도 달라져야 한다. 한국사회 변혁의 중심에 민주노총이 서야 하고, 그걸 하지 못하면 한국사회에 희망은 없다. 지금까지 받았던 비난들을 값비싼 수업료로 생각했으면 한다. 자양분으로 써야 한다. 다시 한국사회 변화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조합원, 대의원, 새로운 집행부에게 주문하고 싶다.”

임원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권영길 의원단대표는 '곧 전임 위원장이 될'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회를 마치고 돌아갈 때, 대의원들이 권영길 의원단대표에게 건넨 인사는 딱 두 마디였다. “위원장님, 건강하시죠?” “의원님, 건강하세요.”
 
매일노동뉴스 <2007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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