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차기임원선거가 하루 남은 가운데, 대의원들의 회의불참을 유도하는 제보가 들어와 선거관리 위원회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지난 23일 민주노총 선거관리 위원회(우병국)는 각 선거본부 및 산별연맹에 공문을 보내 “경남과 전남지역 등 일부 공무원노조 대의원을 대상으로 ‘대의원대회가 늦게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데 시간이나 경비 등의 문제로 대회 참석이 가능하겠느냐’는 등 대회불참을 유도하는 듯한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일부 대의원들의 제보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이 점을 유의해 각 선대본부에서는 민주노총 지도부를 선출하는 대의원대회에 많은 대의원들이 참석해 선거권을 행사하도록 협조바라며, 아울러 각 연맹에서도 대의원들의 참석을 위해 협조바란다”고 강조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24일 “4명의 공무원노조 소속 대의원들에 의해 제보가 들어왔다”며 “이들 대의원들에게 걸려온 전화는 모 선거 운동본부라고 밝혔지만, 수신자 번호 확인은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문제의 사실을 제보한 대의원들에게 전화를 건 쪽은 “출장비도 안나온다. 대의원대회가 늦게 끝날 것이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 관계자는 “대의원들에게 전화한 사람이 특정 후보의 선거대책본부라고 말했다고 하지만, 그 말만 듣고 사실관계를 규정지을 수는 없다”고 설명해,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는 등 사건을 확대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선거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후보진영의 전화유세 작업이 지나치게 선거전술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노조 소속 한 대의원은 23일 오후 2시 경 민주노총 임원후보 선거진영 중 한 곳에서 전화를 받았다. 0번 진영 선거운동원이라고 밝힌 상대방은 “대의원대회에 참석 할 것이냐?” “자정 넘어서까지 대회가 이어질 수 있는데 계속 자리를 지킬 것인가” 등을 질문했으며, 지지후보도 질문했다고 이 대의원은 주장했다.

이 대의원은 “공무원노조 대의원들은 첫 선거인데, 이렇게 선거 공학적으로 접근해서 전화를 하는 게 과하단 생각이 들었다”며 “차라리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였으면, 기분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학태, 정용상 기자

 
공무원 노조 대의원 얼마나 올까
촉각 곤드세운 각 선본진영
“공무원노조 대의원 중 ‘남쪽’에서 대의원이 많이 오면, 2번에 유리하고, 멀다고 안 오면 1, 3번이 유리하다.”

공식석상에선 안하는 말이지만, 민주노총 선거가 ‘안주’로 올라온 자리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전국공무원노조가 가진 표는 무려 143표, 민주노총 대의원 1088명에 13%에 달한다. 지난해 4월,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을 가입한 이후 첫 선거인만큼 이들의 표심은 짐작하기 어렵다.

공무원노조 대의원들이 이번 선거에서 핵심 쟁점으로 삼는 것은 각 민주노총 임원후보들이 ‘법외냐? 법내냐?’ 문제에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것. 공무원노조 내부에서 의견이 반반으로 갈라진 이 쟁점인 만큼, 이번에 누가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는지에 따른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무원노조 산하 지역 조직 중 경남을 비롯해, 부산, 울산, 광주, 전남 등에서 법내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좀더 많이’ 분포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 분석. ‘남쪽’ 대의원들이 많이 참석하지 않으면, “법외노조 고수와 지원”을 확답하고 있는 1, 3번 진영이 유리하고, 많이 참석하면, “조합원들의 뜻에 따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2번 쪽이 유리하다는 게 세평이다.

그러나 공무원노조 내부에선 이 분석에 대해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정수 공무원노조 사무처장은 “본부장이 법내를 원한다고 해도, 각 대의원별로 소신이 있을 것”이라면서 “간단하게 지역별로 성향을 나누는 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최윤영 정책실장의 말이다. “공무원노조 대의원들은 ‘공무원의 특성상’ 정책자료, 공보물을 꼼꼼히 본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어려운 싸움을 치러온 만큼 소신과 철학이 있다. 정파색이 확실한 대의원도 (최근 결성된 노조인 만큼) 소수다. 좋은 정책내고, 설득력 있게 호소하는 후보가 표를 많이 얻을 것이다. 꼼수는 없다. 정도를 걸으면 표가 많이 갈 것이라고 각 선본에 호소하고 싶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월 25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