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가 우리은행노사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례를 올해 산별공동임단협 의제로 채택하기 위한 의견수렴에 본격 나섰다.

금융노조(위원장 김동만)는 23일 산하 정책담당간부회의를 소집, 올해 사업계획을 검토한 자리에서 지난해 12월20일 우리은행노사가 합의한 비정규직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사례를 집중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금융노조 본조가 우리은행 사례를 산별공동임단협 차원으로 끌어올리기로 이미 방침을 정해 놓고, 각 지부 의견을 수렴해 ‘산별차원의 기준’을 만들기 위한 첫 회의였다.

각 지부 간부들은 본조의 방침을 무조건 수용하기 보다는 본조의 의사결정 과정상의 문제점, 우리은행 사례를 포함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충분한 내용 검토의 필요성, 각 지부 특성에 대한 세밀한 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이날 회의는 금융노조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본조와 지부 간에 생산적인 토론을 예고했다.

 
 
◇ “본조, 우리은행지부 협의 개입 천명” = 금융노조는 이날 정책담당자 회의를 시작으로 의견을 수렴해 좀 더 세밀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안을 만들어, 오는 3월에 시작될 산별공동임단협에서 사용자측에 제시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23일 개최된 정책담당간부 회의는 본래 올해 사업계획을 집중 검토할 예정이었으나, 사업계획의 검토가 끝나고 김동섭 사무처장이 ‘우리은행노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토론해 보자고 제안, 집중적인 검토가 시작됐다.

물론 금융노조는 올해 비정규직의 조직화를 핵심적인 사업으로 제시하고, 비정규직의 개별지부 직가입을 지침으로 각 지부에 전달한 바 있다.

임정호 KB국민지부 정책국장은 “우리은행노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본조가 로드맵을 가지고 있냐”고 물었다. 그는 이어 “KB국민지부의 경우 우리은행 사례는 참고는 될 수 있으나, 따라야 될 모델은 아니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현 금융노조 정책본부장(구 조직본부장)은 “각 지부의 규정을 바꿔 비정규직의 정규직노조 직가입을 유도할 것이며, 직군제 형태의 정규직화가 금융노조 차원에서 맞는 방향인지는 더 토론을 해보고, 로드맵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섭 금융노조 사무처장은 본조와 우리은행지부가 긴밀히 협조하는 속에서 2월말까지 예정된 우리은행노사의 구체적인 안 마련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직군제 고착화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우리은행 모델을 샘플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미 금융노조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공표했다”면서 “산별 공동임단협에서 금융노조 산하 전 조직에 확대하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은행 노사TF팀에서 2월말까지 구체적 안을 만들 예정인데, 본조 차원에서 우리은행지부와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내용 떠나 과정은 문제 있었다” = 이형순 농협중앙회지부 정책실장은 “금융노조가 우리은행 사례를 모델로 설정하고 있는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여러 가지 모델을 검토한 후, 한 가지 모델을 선택했어야 됐다”고 비판했다. 산별차원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우리은행 모델이 금융노조의 모델로 채택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또 “우리은행 모델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몇 가지 경로 중 하나일 것이다”며 “특히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에 의해서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상황이다”고 비판했다. 우리은행 정규직의 임금동결을 전제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다.

배종훈 신한지부 정책부장은 “우리은행의 경우 비정규직 전체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 아니다”면서 “여전히 소외된 채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는 노동자가 존재하며, 이는 비정규직 내부에도 상당히 계급화가 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사례는 선택받은 비정규직의 정규직들에 대해서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본조 차원에서 비정규직의 전반적인 형태를 총체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배 부장의 지적이다.

◇ “우리은행 사례 보완해 결론 낼 것” = 김동섭 사무처장은 올해 산별공동임단협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반드시 결론을 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본조가 충분히 연구, 검토하지 않고 결정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우리은행 사례의 장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며, 보완하는 쪽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각 은행에서 비용부담 때문에 우리은행 사례를 따르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우리은행이 불을 지폈기 때문에 어떻게 든 (올해 산별공동임단협에서) 결론을 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은도 수협중앙회지부 부위원장은 지부별 특수한 상황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MOU(경영정상화이행약정)를 체결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경우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은행 사례만 가지고 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된 기본 틀을 본조에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사무처장은 “각 지부의 특성을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본조 차원에선 가이드라인 정도가 제시될 것 같다”며 “정례화 하기로 한 정책협의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집중 검토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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