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언론이 현대차노조를 비판했고 여론도 부정적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파업에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적이 있었나 싶다. 언론들도 노동쟁의가 발생하거나 파업 발생 때 객관적으로 보도한 경우가 단 한번이라도 있었는지 모르겠다. 정치권도 늘 그랬다. 노조가 일단 파업만 하면 원인이나 이유는 무시하고 그저 ‘파업 중단’만 외쳤다. 그래서인지 사실 이 날 환노위 입장도 새삼스럽지 않았다. ‘뉴스 꺼리’도 안 됐다.
이 와중에 18일 한 여론조사기관이 ‘뒤늦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글로벌리서치’라는 회사가 전국 19세 이상 704명을 대상으로 지난 16일 전화 조사한 결과, “현대차 파업은 노사 양자간 문제로 3자가 나설 일이 아니다”는 답변이 44.7%를 차지했단다. “공권력이라도 투입하라”(52.1%)보다는 다소 낮았지만, 모든 언론과 정치권이 이구동성으로 ‘엄정 대처’를 주문하고 현대차노조를 비난하는 ‘융단폭격’을 가하는 와중에,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이 ‘노사 당사자 자율 해결’을 희망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국회의원은 민의를 대변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헌법기관’이다. 언론과 정부가 호들갑을 떤다고 덩달아 나서면 곤란하다. 정치권은 어떤 조직이나 집단보다 차분해야 하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따져서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그에 따른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 그런데 16일 환노위의 태도는 유감스럽게도 정반대였다. 국민 44.7%의 뜻은 국회 환노위 입장에 전혀 담기지 않았다. 오히려 힘들게 대화를 재개하고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가던 노사 당사자를 다시 ‘갈등’의 늪으로 떠밀고 부추긴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환노위원들의 자성을 기대한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