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우리는 공장이전을 구실로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단행한 회사에 맞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30년이 넘는 노동조합 역사를 자랑하던 우리지만 이제 막 민주노총 금속연맹으로 조직을 전환하고, 그악스럽게 달려드는 회사를 상대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막막해 하던 때였습니다.

그와 함께 시작한 시그네틱스투쟁

당시 금속산업연맹 부위원장이라는 직책으로 투쟁사업장을 방문한 노동자 이석행을 그때 처음 만났습니다.

당장에 보따리 하나 들고 와서는 농성천막 옆에 또 하나의 천막을 치더니, 조합원 교육을 시작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이란 이렇게 하는 거야”라며 호흡을 함께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수배를 받고 구속되어 감옥에 갇히기 전까지 계절이 몇 번 지나고 해가 바뀌도록 이어진 우리들의 투쟁 전 과정에 노동자 이석행은 변함없이 그 한 가운데 있어 주었습니다.

조합원들에게 전해 주었던 생생한 교육은, 그대로 투쟁이 되었습니다.
아줌마 조합원들의 심금을 울리고 당당한 여성노동자로, 투사로, 남편들의 투쟁까지 조직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공장안에만 갇혀 있던 우리들의 시야가 공장 밖으로, 세상으로 넓혀졌습니다.

노동운동 위기 속 희망을 예감

어느덧 7년째.
우리는 지금도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파업에 참여한 전 조합원에게 부당해고를 자행했던 회사는 얼마 전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1월 19일부터 복직시키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2007년, 올해 첫 집회에 함께한 그는 “싸움은 이제부터입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참 질기고 징한 인연입니다!
답답한 2006년을 보내면서 누구는 절망을 얘기하고 민주노총의 위기를 절규했습니다.
우리 노동운동이 위기에 처한 것은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나는 희망을 예감합니다.

어떤 순간에도 조합원을 믿고 투쟁하는 참된 노동자 이석행은, 이 땅 노동자와 민중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민주노총으로, 다시 세워낼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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