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터져 나온 현대차와 하이닉스매그나칩 불법파견 진정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부당한 법리적 판단으로 검찰이 자본에 면죄부를 준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금속산업연맹(위원장 전재환)과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125호에서 공동 개최한 ‘검찰의 불법파견 불기소처분의 부당성에 관한 긴급토론회’에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대차가 실질적 업무지시 행사했다”

이날 장석대 금속산업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현대차 불법파견 무혐의 처리를 한 검찰의 판단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장 변호사는 그 근거로 우선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한 자동차조립업무 특성상 원청업체의 작업표준서 없이는 업무가 가능하지 않고 작업표준서는 단순히 일의 결과와 관련된 도급업무의 이행지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작업표준서에는 하청노동자의 작업수행내용 그 자체를 담고 있어 원하청 노동자들이 혼재해 작업을 하고 그 업무가 동일하다는 점을 볼 때 작업표준서에 의한 작업지시는 직접적인 업무지시 감독권의 행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검찰이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한 자동차조립업무 특성상 작업표준서를 준수하도록 한 것은 도급인(원청회사)의 지시권에 포함되고 하청업체 대표들의 직접적인 업무지시 감독권을 매개로 한 간접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본 것에 대한 반박이다.

이어 울산지검이 작업장소에 투입되는 각 사내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배치 변경결정권을 각 사내협력업체에서 행사하므로 도급이라고 본 것에 대해 장 변호사는 “현대차에서 실질적인 노동자에 대한 작업배치 결정권은 존재하지 않고 그 업무수행을 위한 노동자의 수도 현대차가 배정하는 인원의 범위 내로 정해진다”며 “배정된 인원의 이동은 제한적으로 장소 이동의 의미만 가지는 작업배치 변경만 가능하고 현대차 결정에 따라 하청업체 노동자의 전환배치가 이뤄졌다”며 공정이동과 인사이동의 실질적인 권한은 현대차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이밖에도 장 변호사는 “공정검토, 기술지도 및 업무수행 결과의 평가가 현대차에 의해 이뤄져왔다는 것은 단순히 도급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며 “근태관리,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근로시간에 있어서 사실상 현대차가 결정해왔다는 점에서 도급관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하청업체는 중간관리자 역할 정도만 했을 뿐 독자적인 노무관리가 불가능했다”며 “도급금액도 일의 완성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현대차가 정해놓은 임률표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어서 실질적으로 임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이닉스 편파적 수사가 무혐의 불러”

하이닉스매그나칩 사건도 비슷한 맥락이다.
청주지검은 지난해 1월 송치된 하이닉스매그나칩 불법파견 사건에 대해 1년만인 지난달 29일 증거불충분에 따른 혐의없음을 결정했다.

검찰은 불기소 처분에 대해 “하청회사의 실체가 인정되고 노무관리상 하청노동자들의 원청회사에 대한 사용종속성이 인정된다면 하청회사들은 파견사업주라고 할 것”이라며 “그러나 각 하청회사로의 실체는 인정되나 노무관리상 하청노동자들의 원청에 대한 사용종속성은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증거불충분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
울산지검의 현대차 불법파견 무혐의 결정과 같은 사유와 결론이다.

이에 대해 강상현 금속산업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우선 수사의 부실을 지적했다. 그는 “검찰은 진정인 및 고발인에 대해 아무런 조사도 없이 원하청 회사의 변명과 이들이 제출한 각종 서류와 원하청노동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판단해 파견법 위반 여부에 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해야 할 수사기관이 편파적인 수사와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이번 건에 관한 본질적인 수사상의 오류는 진정을 제기한 진정인측에 대해서는 아예 조사를 배제한 채 이뤄졌다는 점”이라며 “결론적으로 이번 건을 송치한 근로감독관의 수사결과는 양 당사자를 모두 조사하고 현장 실사를 통해 사실을 확인해 그 근거가 분명함에 비해 검찰은 합법도급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나서 당사자 중 일방인 피진정인, 즉 원·하청회사와 그 관계자가 제출하는 서류와 그들이 제공한 진술을 통해 부당한 결론에 이른 근거를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검찰은 원·하청회사 사이에 작성된 계약서에 하청회사가 수행하는 업무의 목적과 내용이 ‘일의 완성’이 계약의 목적과 대상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며 “그러나 원청회사의 요구에 따라 노무를 제공하는 것이지 하청회사들이 일을 완성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밝혔다.

또 강 변호사는 “검찰은 원청회사가 직접 하청회사 노동자들에게 작업을 지시·감독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복잡한 설비와 기계들에 대한 작동과 운전 등은 전문적인 분야여서 하청회사 사장이나 소장이 작업을 지시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현대차·하이닉스비정규직노조 일제히 비난

이날 토론자로 나선 오병웅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부지회장은 “하이닉스매그나칩의 경우 사내하청업체가 사업경영상, 인사노무상 독립해서 사업을 하지 못한다”며 “원청회사에서 100% 도급비를 지급하고 그 중 90%는 인건비에 쓰이고 있으며, 4대보험과 법인세 등을 원청회사에서 항목별로 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오 부지회장은 “업무특성상 하청회사가 독자적으로 업무수행할 수가 없다”며 “원청회사 담당자가 부서별로 배치돼 지휘·감독하고 있고 평가 및 재작업 지시도 하는 실정”이라고 이번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비난했다.

최병승 전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사무장도 이날 토론회에서 “현대차 128개 사내협력업체 모두 사업경영상, 인사노무상 독립성이 없다”며 “회사측 자료를 보면 4대보험, 법인세 등도 현대차가 모두 내며, 컨베이어 시스템 하에서는 차의 완성단계로서 부속품이 하나라도 빠지면 불량품이 발생하는 등 따로 떼어서 독립성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기덕 금속산업연맹 법률원 원장은 “이번 검찰의 불기서 처분 이유를 보면 증거가 없다는 것”이라며 “이는 혐의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인데 과연 증거수집을 위해 노력을 했느냐”고 따졌다. 그는 “만약 증거수집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수사기관으로서 제대로 권한 행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노동사건에서는 한 차례도 사용자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다”며 사용자 처벌에 인색함을 지적했다. 만약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증거수집을 했더라면 증거가 없어서 혐의가 없다는 결론에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김 원장은 “궁극적 책임은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검찰에게 있지만 1차적으로는 고소고발이 들어올 때 즉시 압수수색에 들어가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근로감독관에게 있다”며 노동부와 검찰 모두를 비판했다.

한편 금속산업연맹은 산하 법률원을 통해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고등검찰청에의 항고, 헌법소원, 그리고 민사소송 등 법적 대응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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