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노조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의하는 등 임금협약 체결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돌연 사측대표위원인 강경호 서울메트로 사장이 갑자기 사퇴했기 때문이다. 당장 강제 중재를 피하기 위해 조정신청을 철회하고 새로운 사장이 부임하기 전까지 손을 놓고 지켜봐야 하는 처지다.

4일 서울지하철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3일 동안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가운데 74.36%가 찬성표를 던졌다. 애초 서울지하철노사는 서울시 노사정협의회 서울모델에서 내놓은 사적조정안을 수용키로 합의했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서울지하철노조는 17차 교섭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곧바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유지했다.

문제는 찬반투표가 끝나던 날 강경호 사장이 돌연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28일 강 사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 과정에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직서를 낸 것. 오 시장은 그동안 강 사장의 연임을 반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전 시장의 측근으로 분류된 강 시장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라인인 오세훈 시장이 교체하려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여하튼 강 사장의 사직서 제출은 조정회의 파행을 가져왔다. 당장 사측 대표 위원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29일은 조정기한 만료일이었다. 노조는 비상 중앙집행위원 회의를 열고 “조정기일이 만료되면 중재재정이 우려된다”며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을 취소하고 시청 앞 시위와 본사 농성을 잠정중단하겠다”고 결정했다.

서울지하철노조 심주식 선전홍보부장 “25일 전후로 새 사장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대비해 8일부터 서울시를 압박하는 투쟁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첫째 주에 시민선전전을 시작으로 이후 2주 동안 서울시 타격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낙하산 인사라든가 오세훈 시장의 정실인사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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