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로드맵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22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지원특별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두 법안 모두 지난 3월 정부가 입법예고를 한 후 9개월여 만에 제정 작업을 마친 것이다.

지난해 6월 한국노총 공공노련은 정부와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노정협약서를 체결했다. 그리고 올초부터 건설교통부와 대화창구를 마련하고 혁신도시지원특별법 제정을 위한 교섭을 진행했다. 또 지난해 11월 정부가 공공기관 지배구조 혁신방안을 발표한 후 공공노련은 기획예산처와 공공기관운영법에 대한 교섭과 투쟁을 병행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두 법안의 내용으로 봤을 때 공공노련이 진행한 대정부 교섭은 절반의 성공으로 보인다. 노정합의에 모든 요구안이 반영되지 않았고, 노정합의 내용도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 일부 왜곡되었기 때문이다.<상자기사 참조> 그러나 그동안 공공부문 노조들이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부와 실질적인 교섭은 갖지 못하고 요구안만 소리 높여 외쳤던 것을 돌이켜보면 기획예산처와 건설교통부를 교섭석상에 불러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한번 간 길은 다시 가기 쉬운 법,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공식적인 대정부 교섭틀을 마련하고, 다양한 교섭전략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 공공노련의 평가다.

지난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노정협약서를 체결하고 서명주체인 공공노련을 포함한 공공연맹, 금융노조는 건설교통부와 노정협약서에 따른 후속작업을 위해 분기에 한번 공식적인 노정교섭을 가졌다. 건설교통부장관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3개 연맹(노조) 위원장이 참석하는 자리였다. 이를 위한 실무교섭은 수시로 열렸다. 이렇게 해서 혁신도시지원특별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에 합의했다.

중앙에 설치되는 혁신도시위원회에 노동계 인사가 참가하는 부분이 확정됐고, 혁신도시별로 설치되는 혁신도시관리위원회에 노조대표가 참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인력이 대부분 본사에만 집중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수입이 감소하는 부분을 지원하는 대책도 마련했다.

남은 과제는 정부-지자체-이전기관 사이에 체결된 이행기본협약에 이어 정부-지자체-이전기관-노조간에 이행실시협약을 맺는 것이다. 이행실시협약은 이행기본협약에서 누락된 부분에 대한 추가지원을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노조가 주체로 참가하는 부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공공노련은 이행실시협약의 전문과 제1항, 제7항에 노조 참여를 명시할 것을 주장했지만 지자체들이 반대해 실무협의에서 서명주체로만 참여하는 안이 마련된 상태다.

이재기 정책실장은 “이행실시협약에 노조가 주체로 참가해야 지방이전에 따른 지원사항을 확인하고 올바르게 이전하는지 감시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것은 여전히 노동계가 관철시켜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건설교통부와의 교섭은 이처럼 공식적인 노정협의체를 구성해 진행됐지만 기획예산처와는 정례적인 공식협의회를 갖고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공공기관운영법과 예산편성지침, 퇴직연금제 경영평가항목 도입을 둘러싸고 노사정위 공공특위에서 공식 대화 채널이 가동됐고, 나머지는 비공식적인 실무교섭으로 진행됐다.

노사정위 공공특위에서 공공기관운영법과 퇴직연금제에 대한 노동계의 요구를 반영한 대정부 권고문을 채택하고, 실무교섭과 대국회 활동을 통한 압박을 병행해 이전 같으면 불가능했을 정부안을 변경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에 통과된 공공기관운영법에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노동계 인사의 참가가 명시됐고, 각 공공기관 임원추천위원회에 사원을 대표하는 외부 인사의 참가가 시행령 제정 과정에 반영될 예정이다. 각 공공기관 이사회에 노조 대표가 참가하는 요구는 그 여파가 일반기업에까지 미칠 것이란 우려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재기 정책실장은 “혁신도시와 관련된 노정협약은 정부가 노조와 맺은 최초의 협약이었고, 이후 건설교통부와 기획예산처 등과 노정교섭을 추진하는데 선례 역할을 했다”며 “내년에는 기획예산처와의 교섭을 정례화 시키고 실질적인 임금교섭을 벌이는 등 한 단계 더 발전된 대정부 교섭틀을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자기사>
“공공기관 개별이전 허용은 정치적 고려”
공공노련, “노정합의 파기냐” 반발…임원추천위 내부인사 배제도 비판
혁신도시지원특별법이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취지가 왜곡되도록 수정된 것으로 확인돼 노정합의 당사자인 한국노총 공공노련이 반발하고 있다.

법사위 처리과정에서 이전 대상 공공기관 가운데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정부가 지정한 혁신도시 외의 지역에 개별이전이 가능하도록 수정된 것. 법안에는 ‘이전 공공기관은 혁신도시로 이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규정과 함께 ‘다만, 지역의 특성과 이전기관의 특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건설교통부장관이 이전공공기관과 이전공공기관이 이전하는 지역의 시도지사의 의견을 듣고,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22조에 따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혁신도시 외로 개별이전을 인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포함돼 있다. 시도지사의 의견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면 개별이전이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여기에 대해 공공노련은 일부 시도지사와 국회의원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재기 공공노련 정책실장은 “노정협의 과정에서 개별이전은 없다는 것이 정부가 내세운 원칙인데 이것이 하루아침에 개별이전도 가능한 것으로 바뀌어버렸다”며 “일부 시도지사와 국회의원의 정치적 입김에 놀아난 결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공노련의 주장은 혁신도시를 10여개로 전국 각지에 흩어놓은 것도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효과를 반감시키는데 개별이전이 허용될 경우 혁신도시로서의 역할을 못할 뿐만 아니라 혁신도시의 시너지 효과도 반감할 것이라는 것.

혁신도시지원법이 통과되자마자 그동안 준혁신도시 또는 개별이전을 강하게 주장했던 경남 마산시와 충북 제천, 강원 춘천 등에서는 개별이전을 기정사실화하며 후속조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재기 정책실장은 “이렇게 되면 혁신도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휘둘릴 것”이라며 “신의성실을 바탕으로 한 노정교섭을 훼손하고 파기하는 결과를 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2일 본회의를 통과한 공공기관운영법에 대한 기획예산처의 시행령 제정 방침에 대해서도 공공노련은 큰 불만을 나타냈다. 노정합의는 각 공공기관 임원추천위원회에 노조 또는 노사협의회 대표가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기획예산처가 사원들이 추천하는 외부인사를 참여시키는 쪽으로 시행령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재기 정책실장은 “노조나 노사협의회 대표를 임원추천위원회에 참가시키겠다고 한 취지는 사장과 이사, 감사를 추천하는데 있어 내부사정을 잘 아는 사람을 참가시켜 적합한 인물을 골라내겠다는 것이었다”며 “사원들이 추천하더라도 외부 인물이 들어간다면 낙하산인사의 폐단을 막을 수 있는 효과는 반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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