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기자들의 취재수첩 속이야기를 떨어 놓은 섹션인 <이러쿵저러쿵>(이하 쿵쿵). 2006년 쿵쿵 속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겼을까.

대대가 성사되나 안 되나를 취재하러 왔다?

올해 첫 쿵쿵에는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과 이상수 당시 노동부 장관 내정자가 등장하는데요. 김태환 열사의 죽음 이후에 김대환 장관 퇴진투쟁을 해 온 한국노총. 그 산하조직인 주택관리공단노조가 “김대환 장관이 물러나는 날 고 김 지부장의 묘역을 찾아 참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1월2일 정부의 개각 발표가 있던 날, 마석 모란공원을 찾았다는 소식이 실렸습니다. 반면, 이상수 노동부 장관 내정자는 바뀐 국회 기자실 시스템을 모르고 소소한 실수를 했다는 소식이 함께 실렸습니다.

2월에는 민주노총 임원선거가 뜨거운 이슈였는데요, 쿵쿵에 비친 모양은 그리 보기 좋지 않습니다. 2월21일자에는, “임시대의원대회 장소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던 민주노총이 드디어 장소를 구했다”는 뉴스 아닌 뉴스가 실렸습니다. 다음날 쿵쿵에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기자들이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투쟁을 얼마나 잘 할지를 보려고 민주노총 대대를 취재하러 온 것이 아니라 대대가 성사되나 안 되나를 보러 왔다”고 쓴 소리를 한 것이 실렸네요.

3월에는 답답한 뉴스가 많네요. 과천 코오롱 빌딩 앞에서 코오롱노조 조합원들이 장기농성을 하자, 통반장들까지 나서서 사태 해결을 요구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여주CC 노조 조합원들은 “단/체/협/약/이/행/투/명/경/영/보/장”이라는 리본을 단 대가로, 2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또 세종병원 노동자들의 어려운 투쟁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보건의료노조 간부들이 과천 노동부 기자실까지 찾아갔다는 이야기도 실려 있습니다.

22억원짜리 리본

4월에 눈에 띄는 뉴스는 양대 노총의 ‘기자실 전투’입니다. 한국노총이 새 건물에 입주한 후 7석의 기자실을 새로 만들어 호황을 누렸는데요, 민주노총이 4월 중순경 기자실 정비에 들어가면서 양대노총의 기자 ‘유치전’이 시작됐습니다. 누가 이겼을까요. 아무래도 새 건물에 새로 만든 기자실에 기자가 더 많이 가고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5월은 지방선거가 있던 달인 만큼, 선거 관련 이야기가 많은데요. 김용한 민주노동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민주노동당의 당 기호인 4번을 강조하기 위해 엄지손가락을 펴지 않고 다닌 게 화제가 됐습니다. 한국노총 울산본부가 박맹우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한 것도 다뤄졌고요. 그 중 가장 황당한 사건은 학습지 노동자들이 선거일에서 ‘정상근무’를 하면서 벌어진 사건입니다. 대교의 경쟁사인 구몬이 선거일을 휴무일로 정하자, 대교 사쪽이 내린 공문에 이렇게 씌여 있었습니다. “경쟁사가 쉰다고 동요하지 말 것!”

6월은 월드컵에 치인 노동자들의 모습이 기자들의 취재수첩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한국과 토고가 경기한 6월13일의 경우, 노조 회의 성원을 채우기 위해 빔프로젝트를 구해 경기를 틀어줬는가 하며, 월드컵 기간 중 심야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힘들어진 업주들이, 구인 게시판에 “월드컵 보면서 일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있다는 게 기자의 눈에 띄었습니다. 또한 한국이 토고를 이긴 이후 민주노동당은 이렇게 논평했습니다. “토고에게 남은 경기는 식민지배국가였던 프랑스와 스위스다. 토고가 두 경기를 모두 이겨 한국팀과 함께 16강에 진출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민중들의 떠들썩한 응원소리로 유럽의 한복판을 달구자.”

토고 이겨라!

7월에는 간만에 속 시원한 소식이 쿵쿵에 실렸는데요, 어렵게 투쟁했던 세종병원 노동자들의 소식입니다. 세종병원 노동자들이 21일 보건의료노조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막춤'을 췄다고 합니다. 이 막춤은 김상현 세종병원지부장이 “보건의료노조의 집중적인 지원과 투쟁에 보답하는 의미로 파업에서 승리하면 ‘막춤’을 선보이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킨 것인데요. 24일 세종병원 노동자들은 181일만에 일터로 돌아갔습니다. 이른바 ‘승리의 막춤’이었습니다.

8월 무더위처럼 텁텁한 소식이 쿵쿵에 실렸는데요, 민주노총과 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5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무산되면서, 대의원들에게 주려고 준비한 빵이 산더미처럼 쌓여 처치곤란한 지경이라는 소식이었습니다. 지난 3월에도 대의원대회는 간 데 없고, 빵만 남아 장기투쟁사업장에 나눠준 경험이 있는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씁쓸한 소식입니다. 또한 가난한 사람이 암에 더 잘 걸리고, 같은 암이라도 부자가 더 오래 산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센터의 발표를 보고, 한 기자는 “암세포도 돈에는 약하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쿵쿵을 보니, 9월은 갈라짐의 한달이었던 것 같습니다. 9월11일 민주노총이 빠진 채 노사정 로드맵 합의가 이뤄졌고,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손찌검을 당했습니다. 한국노총이 민주노총 앞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했는데, 민주노총 건물 앞에 경찰이 서서 한국노총 조합원들을 막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민주노총 관계자는 “우리가 경찰 부른 거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한 9월12일 권승복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행자부 앞에서 단식농성장을 꾸리다가 농성 천막을 탈취 당했고, 공무원노조총연맹은 다음날인 13일, 대정부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행자부를 방문했습니다.

경찰, 민주노총을 보호하러 출동

10월에는 11월 총파업을 준비하기 위한 결의가 ‘빛나던’ 한달이었던 것 같습니다. 10월22일 민주노총 임원들과 산별연맹 위원장, 지역본부장들이 11월 총파업의 결의를 다지며 삭발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달 31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거의 절간 같았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분위가가 무척 ‘밝았다’고 해야 하나요?

11월은 총파업의 달이었습니다. 그러나 힘찬 투쟁이었다기보다 어려운 투쟁이었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사실은 쿵쿵 속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올해 민주노총이 벌인 총파업 횟수를 두고 6번째인지 7번째인지 논란이 있자 노동부가 나서서 7번이었다고 정리를 해주었습니다. 또한 23일 벌인 4시간 파업에는 비번자 등을 제외하면 파업 참가자가 거의 없다고 일러주기도 했습니다. 민주노총이 자성해야 할 일일까요? 꼼꼼한 노동부를 탓해야 할 일일까요?

올해 마지막 쿵쿵에는 민주노총 상설위원장들이 지난 22일, 임기를 일주일과 한달 남기고 중앙위에서 인준을 받았다는 소식이 실려 있습니다. 중앙위의 잇단 무산과 유예로 인해 벌어진 촌극인데요, 이호동 해복특위장은 "전해투 회계년도가 올해로 끝나 임기도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그래도 인준받아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해 중앙위원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아쉬움이 많은 한해였습니다. 새해가 며칠 안 남았네요. 새해에는 쿵쿵 속에 미담과 웃음만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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