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06년 노동계. 올 한해 노동계와 우리 사회를 달궜던 핫뉴스들을 1위부터 10위까지 모아보았다. 이 순위는 매일노동뉴스가 선정한 노사정 전문가 100인의 설문조사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편집자 주>



<1위> 노사관계 로드맵 노사정 합의 … 복수노조 및 전임자 3년 유예

9·11 노사정 합의. 민주노총이 제외되는 절차상 ‘흠결’을 남겼지만 이것이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로드맵 법안의 바탕이 된 것은 분명하다.

당시 노사정 합의의 핵심은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지급금지를 3년 유예시킨 데 있었다. 1998년, 2002년에 이어 세번째 유예시키는 것이다. 총 13년간 묶여 있을 만큼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급여제한은 노사의 딜레마 중에 딜레마란 이야기다.

이와 함께 당시 노사정은 ILO에서 꾸준히 제기해 온 필수공익사업의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필수공익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필수유지업무 도입, 대체근로 허용에 합의했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 등 공공부문 노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노사정 합의안대로 입법이 될 경우 공공부문 노조의 쟁의권은 거의 무력화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같은 요구는 국회에서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다. 지난 22일 통과된 최종 개정안에서는 직권중재제도 폐지를 유지하되 필수공익사업 범위를 당초 정부안에 담겼던 폐·하수처리사업, 증기온수공급사업은 빼고 항공과 혈액공급사업만 포함시켰다. 또 정부안에 담겨졌던 필수유지업무 협정체결 시 행정관청 신고제도를 폐지키로 하고, 노조가 통보한 명단에서 사용자가 지명하도록 변경했다. 특히 대체근로 규모를 파업 참가자의 5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국회 처리과정에서 약간 손질이 됐다고는 하나, 당시 노사정 합의는 여전히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민주노총이 제외된 절차상의 논란은 물론, 복수노조 허용 유예, 부당해고 벌칙조항 삭제 등은 결국 비정규직·미조직·중소영세사업장 등 취약계층 노동자를 배제하는 꼴이 된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또한 지난 로드맵 협상에서 초기업단위노조 실업자 가입, 손배가압류 제도 개선, 산별교섭 제도화 등이 진지하게 논의되지 못한 것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9·11 노사정 합의는 한때 공조하며 우의를 과시했던 양대노총 사이에 갈등의 골을 깊게 패어놓는 등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양대노총은 현재 서로를 향해 “해체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윤정 기자


<2위> 비정규직법 2년6개월만에 국회 통과

기간제법과 파견법, 노동위원회법 등 비정규직 관련법은 지난 2001년 7월 노사정위에서 비정규직 대책특위를 구성하면서 법제화 논의가 시작됐다. 노사정위는 2003년 7월 논의 결과를 정부에 이송했고 정부는 2004년 9월 정부안을 발표, 같은해 11월8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지난해 4월과 6월, 노사정 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도 벌였다. 민주노총은 수차례 총파업을 단행했고, 이후 지난해 11월 노사가 다시 머리를 맞댔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한국노총은 합의 결렬 직후 ‘최종안’을 제시했다. 이때부터 국회는 법안 처리에 가속도를 붙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에 들어가면서 심의가 중단됐다. 올해 2월 임시국회는 법안 심의를 재개했고, 2월27일 환노위는 비정규직 관련법을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항의 속에 질서유지권을 발동, 전격 처리했다.

이후 민주노동당이 법사위 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입법 저지에 나섰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치가 맞물리면서 입법이 지연됐다. 결국 임채정 국회의장은 지난 11월30일 본회의에 법안을 직권상정, 민주노동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강행 처리했다.

지난 2월 환노위를 통과한 법안은 내년 1월부터 시행하도록 돼 있었으나 본회의 처리과정에서 내년 7월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조상기 기자

<사진설명>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정규직법 처리에 항의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3위> 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점거 파업과 하중근 조합원 집회 중 사망

‘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점거 파업과 하중근 조합원 집회 중 사망’이 올해의 10대 노동뉴스 중 3위에 꼽혔다. 10대 노동뉴스 중 1·2위가 노동관련 법안 처리를 둘러싼 노동계 안팎의 진통과 힘겨루기에 집중된 점을 감안하면, 단일노조의 투쟁으로는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셈이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건설일용직노동자들의 ‘주5일제 실시’ 요구와 하중근 조합원의 죽음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포항건설노조 조합원 4천여명은 지난 7월1일 △임금 15% 인상 △주5일제 근무제 시행 △토요 유급 휴일화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전문건설협회와의 교섭이 진척이 없자 노조는 같은달 13일부터 9일 동안 포항 포스코 본사를 점거하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 이지경 노조위원장 등 핵심간부들이 대거 구속됐다. 이후 두 달 넘게 파업을 지속해 온 포항건설노조는 두 차례 잠정합의안 부결 사태를 겪은 끝에, 9월20일 토요유급제가 빠지고 임금인상과 조합원 채용 때 불이익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안을 채택하고 82일만에 파업을 종료했다.

한편, 조합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투쟁이 진행 중이던 7월16일, 포항 남구 형산로터리에서 진행된 ‘건설노동자승리결의대회’에 참가했던 하중근 조합원이 경찰 진압과정에서 머리에 상처를 입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포항 동국대병원에 입원 중이던 하중근 조합원은 집회 날로부터 16일 뒤인 8월1일 새벽 2시55분, 뇌출혈로 끝내 사망한다. 하 조합원의 사망에 대해 노동계는 ‘둔중한 물체에 의한 좌측 후두부 가격과 그로 인한 두부손상, 그 손상으로 인한 뇌출혈’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의 공식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구은회 기자

 


<4위> 민주노총, 대거 산별노조 전환

금속과 공공, 운수를 중심으로 한 산별노조 전환 성공은 올 한해 민주노총을 가장 기쁘게 한 소식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금속연맹은 6월 산별전환 집중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현대차노조와 기아차노조, 대우차노조 등 12만9천여명이 산별노조 전환을 가결시켰다. 이어 금속노조는 11월까지 투표를 계속 진행했고, 쌍용차노조도 산별노조 전환흐름에 가세해 12월20일 산별노조 완성대의원대회에서 규약개정 등을 마무리하고 15만 금속노조 출범을 선언했다.

철도노조와 민주택시연맹, 화물통준위, 민주버스노조 등 운수 조직들도 11월13일부터 15일까지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산별노조 전환에 성공했다. 공공연맹 역시 11월 한달 동안 집중적인 산별전환투표를 진행해 사회보험노조 등 3만여명이 산별노조를 결의했다. 이어 공공서비스노조는 11월30일 출범식을 열었고, 운수노조는 12월26일 출범을 선언했다.

올 한해 동안 민주노총 조합원의 78%가 산별노조 조합원이 된 것이다.

이처럼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의 대거 산별노조 전환은 산별교섭 제도화 및 안착을 쟁점으로 2007년 노사정 관계가 만들어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김학태 기자

 
 
<5위> KTX 여승무원 정규직화 투쟁과 '적법도급' 판정

서울지방노동청이 지난 9월29일 "한국철도공사가 승무업무를 계열사인 한국철도유통에 도급한 것은 적업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부는 2005년 9월 이미 이 사건에 대해 적법도급 판정을 내린 바 있지만 KTX 승무원들의 농성이 장기화되고 이에 여론이 호응하자 재조사를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재조사의 결론에 대해 엄현택 서울지방노동청장은 "위탁계약 자체가 100% 적법도급은 아니다"며 "다만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합법 도급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라고 밝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발표 뒤 노동계뿐만 아니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을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들이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잇달아 내놓았다.

노동부가 적법도급이라는 판정을 내렸지만 KTX 여승무원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KTX 승무원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은 날이 갈수록 그 수가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3천명에 육박하는 각계 인사들이 성명을 발표했다. 여승무원들의 의지 역시 굳건해 보인다. 지난 3월1일 파업에 돌입한 지 300일을 넘어섰지만 100명에 육박하는 조합원들이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한계희 기자

 
 ⓒ 매일노동뉴스


<5위> 한미FTA 협상 반대투쟁 … 미국 및 제주 원정길에 올라

한미FTA 협상은 올 한해 한국 사회를 찬반 논란의 폭풍으로 몰아넣은 핵심 의제 중 하나였다. 정부는 한미FTA가 새로운 사회로 가는 ‘희망의 열차’인 것처럼 선전했지만, 노동계는 노동자의 삶을 더욱 옥죌 ‘올가미’로 파악했다.

때문에 양대노총 또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반대투쟁’에 전면에 섰다. 한미간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미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예속화를 가속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특히 농업과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기도 했다.

특히, 양대노총과 미국 AFL-CIO는 한미FTA에 공동 대응키로 뜻을 모으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FTA 저지투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지난 7월에는 미국노총 산별회의(AFL-CIO) 제프 보그트 정책국장과 승리혁신연맹(CTW) 니콜라스 알렌 국제캠페인 국장이 한미FTA 2차 협상 저지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9월5일에는 3차 협상을 저지하기 위해 60여명으로 구성된 원정투쟁단이 시애틀로 날아갔다. 이때 한국민중들은 3보1배 투쟁 등으로 미국 국민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같은달 23일에는 한미FTA 제4차 협상이 23일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양대노총 조합원 1천백여명을 포함한 3천여명의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현지에서 협상 저지투쟁에 나섰다. 이들은 27알까지 투쟁을 벌이며 협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김봉석 기자

 
 ⓒ 매일노동뉴스


<7위> 양대노총 극한대립 … 민주노총 조합원,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폭행

민주노총을 제외한 9·11 노사관계 로드맵 노사정 5자 합의로 양대노총은 크게 갈라섰다. 특히 합의 직후, 여의도 노사정위 건물 앞에서 항의농성을 하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폭행하면서 감정적인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 지도부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했지만, 민주노총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이에 한국노총은 지난 9월12일 8민주노총 앞 항의집회를 열기에 이르렀다.

민주노총은 9.11 노사정 5자 합의에 대해 ‘야합’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야합세력’에 공식적인 사과는 할 수는 없었다. 민주노총은 결국 한국노총과의 공조 파기는 물론 한국노총 해체를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한국노총도 민주노총에 대한 해체투쟁을 외치기에 이른다.

양대노총의 극단적인 대립에 노동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소선 어머니는 “양대 노총 위원장이 힘을 합치지도 않고 노동자의 힘이 모자란다고 말하는 것은 다 핑계”라며 이같은 분열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대노총의 대립은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봉석 기자

 


<8위> 공무원노조 민주노총 가입 및 민주노총 제1노총 등극

2006년 1월27일 새벽, 전국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 가입 여부를 묻는 전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재적 조합원 11만1천여명 가운데 77.3%에 해당하는 8만6,019명이 참여한 이 찬반투표 결과 70.38%가 '민주노총행'을 택했다. 공무원노조는 이 투표 결과에 대해 "민주노조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표현한 것"이라며 "공무원노동자가 역사에 진 빚을 갚아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역시 "정권의 모진 탄압 속에서도 기적을 만들어낸 공무원노조 동지들에게 진심으로 뜨거운 동지애를 보낸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로써 공무원노조는 금속연맹에 이어 민주노총의 제2연맹이 됐고, 민주노총은 제1노총으로 자리매김했다. 조합원 수 '80만시대'가 열린 것이다.

2004년말 기준으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조합원수(노동부 통계 기준)는 각각 78만명 대 67만명. 여기에 14만여명의 공무원노조가 더해졌다.

민주노총은 4월14일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공무원노조의 가입을 만장일치로 승인했고, 같은달 20일 공무원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총 가입을 공식 선언했다.

정용상 기자


<9위> 민주노동당 간부, 간첩혐의로 체포

국정원이 민주노동당 현직 사무부총장과 당원 등을 간첩혐의로 체포하는, 이른바 ‘일심회’ 사건이 터졌다. 국정원과 검찰은 이들이 민주노동당 등 국내의 정치·사회 관련 기밀들을 북쪽에 보고하고 북의 지령에 따라 정치·사회단체 활동에 개입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은 민주노동당 안팎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민주노동당을 향해 ‘간첩이 암약하는 정당’이라고 비난하는 등 ‘색깔 씌우기’와 국민들의 '레드콤플렉스'를 자극하고 나섰다. 특히 북 핵실험으로 국민들이 민감해 있던 시기에 사건이 불거졌고 국정원장 사임까지 겹쳐지면서, 여론의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는 ‘자민통’ 계열과 ‘범좌파’ 계열이 정면으로 맞붙는 중대한 계기가 됐다. 범좌파 계열에서는 검찰 공소장 내용 일부가 알려지자 ‘관련자 출당’ 요구에서부터 ‘분당(分黨)’까지 제기하는 등 격렬하게 비난했다. 반면, 자민통 계열 일부에서는 당초 이 사건을 ‘공안당국에 의한 조작사건’이라고 주장하다가 점차 ‘무혐의설’로 대응의 무게중심을 옮겨가며, 범좌파의 공격을 방어하고 있다.

이번 10대 뉴스 선정을 위한 설문지 응답자 가운데 전문가 그룹과 경영계, 한국노총과 정부 인사가 각각 9회, 8회, 6회, 5회순으로 이 사건을 꼽았다. 국회 관계자와 민주노총은 각각 2회만 선택했다.

조상기 기자



<10위> 노사정위, 노사발전재단 설립에 합의

지난 11월30일 민주노총을 제외한 ‘그때 그 사람들’ 노사정 대표자들은 노사정위원회에서 또다시 모였다. 현재의 한국국제노동재단을 모태로 (가칭)노사발전재단을 내년 2월 출범시킨다는 합의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날 노사정이 합의한 ‘노사관계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노사 주도 정책사업추진 기본합의문’에서는 “노사 도 새 노사관계 패러다임 전환”을 목적으로 내년 2월중 ‘노사발전재단’을 설립하고 취업알선, 복지사업, 교육사업, 조사연구 등 다양한 사업을 하자는 내용이 담겨 었다.

이와 함께 단체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노동교육원, 대한상의훈련원, 한국노총교육원, 노사공동재취업지원센터 등 유관기관을 통합하는 방향도 제시했다.

그러나 급하게 추진된 면이 없지 않아 재단 설립기금 마련을 1년 뒤로 미루며 일단 급한 운영비와 사업비만 국회 예산안에 상정돼 있는 상태다. 그만큼 아직은 불완전한 모습으로 출발하게 되는 셈이다.

사회적 양극화 극복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인적자원개발 등을 통해 “노사가 주도해서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바꾸는 한국적 노사관계 모델을 만들어보겠다”는 ‘높은 이상’은 노동계 또 하나의 축인 민주노총과의 엇박자 속에서 얼마나 실현시킬 수 있을지 새로운 실험대에 오르게 됐다.

연윤정 기자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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