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선진화방안 법안이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민주노총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난하며 지난달부터 시작한 총파업 및 총력투쟁을 마무리했다.

민주노총은 국회에 상정된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법안을 비롯해 각종 법안 저지투쟁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차기 지도부 선거의 성공적 마무리를 통해 이후 법안 재개정 투쟁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민주노총은 “날치기 통과된 비정규노예법과 노사관계악법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으며 재개정 투쟁을 줄기차게 전개할 것”이라며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어 1월에는 전 민중을 재앙에 빠뜨릴 한미FTA 협상 저지투쟁과 산재보험법 개악 저지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우문숙 대변인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데도 개악법을 저지하지 못했다”며 “새 지도부를 선출해 새로운 전략으로 보수양당 투쟁과 법안 재개정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22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결의하는 등 차기 지도부 선거를 위한 본격적인 선거국면에 돌입했다.


“밑바닥까지 드러낸 투쟁”

법안이 통과되기 전날인 21일, 민주노총 긴급산별대표자회의에서는 다음날 법안 통과를 앞두고 전 간부 상경투쟁을 결정했다. 당초 방침대로라면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강행처리가 우려될 경우 즉시 총파업에 돌입해야 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 산별연맹 위원장은 “법안 저지에 실패한 것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내년에 보수 양당을 상대로 장기적인 투쟁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대해 다른 산별대표자들은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았고, 전 간부 상경투쟁을 결정하고 회의는 끝났다. 산별대표자들도 지난달 15일 경고파업을 시작으로 본격화 했던 총파업 투쟁동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민주노총은 11월15일 경고파업을 시작으로, 이달 6일까지 총 9번의 총파업 지침을 내렸으며 연인원 100만여명이 전면파업과 부분파업, 총회 등의 총파업 투쟁에 참가했다고 집계했다. 이 과정에서 허영구 부위원장 등이 구속되고 상당수 지역본부장들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이처럼 96년 이후 최장기간의 파업을 벌였지만 지난 19일부터 시작한 간부상경투쟁에는 매일 100여명만이 국회 앞 집회에 참가하는 등 법안이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8일 이후 급속도로 투쟁동력이 약화됐다. 이에 대해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밑바닥까지 드러내면서 최선을 다한 투쟁이었다”며 “한달 이상 계속된 파업으로 피로도가 누적됐고 국회 일정과 함께 현대차노조 집행부 사퇴 결정, 기아차노조 선거, 공공운수연맹 통합과 산별노조 사업이 겹치면서 한계가 있었다”고 이유를 분석했다.

김 사무총장은 “우리 요구가 주체동력과 현장의지를 담아낸 요구였는지는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이 속에서 민주노총은 최선을 다해 투쟁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 지급 금지가 3년 유예된 상황에서 파업 동력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지만, 할 만큼 했다는 말로 풀이된다.

“법제도 개선투쟁, 다시 고민해야”

법안이 지난 9·11 노사정 합의안에서 필수공익사업장 필수업무유지와 대체근로, 정리해고 사전통보기간 등 일부가 수정된 것에 대해서는 주목할 만한 일이지만 성과로 보기는 힘들다는 분위기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은 “개악저지에 실패한 것은 맞다”며 “필수공익사업장 문제에 대해 이후 재개정 투쟁의 근거를 만들고,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역할 고민 등 법제도 개선투쟁에 대한 고민을 남긴 것은 성과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명호 민주노총 기획실장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정부 법안을 일정하게 저지한 부분도 있고, 9·11 야합안보다 덜 나빠지게 한 것도 있고, 미처 해결하지 못하고 정부안대로 된 것도 있다”며 “100점도 아니고 0점도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국회에서 일부 법안이 변경된 것은 민주노총 영향이라기보다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성과가 아니겠느냐”면서, “결과적으로 노사정대표자회의 참가부터 총파업까지 명확한 한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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