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는 21일 올해 마지막 지부대표자 회의를 개최하고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관리직 노조 대응,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 우리은행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등 현안에 대해 토론했다. 임단협 보충 교섭이 진행 중인 지부가 많아 지부대표자들의 참석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거의 모든 지부대표자들이 참석했다.

김동만 위원장은 “신용보증기금지부가 낙하산 감사 저지 투쟁을 23일째 진행 중”이라며 금융노조에서 고민해야 될 사안을 지부에서 투쟁으로 돌파하고 있어 내년 낙하산 저지 투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각 지부 보충교섭에서 노조를 무시하는 사용자에 대해 시범케이스로 금융노조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조를 무시하는 사용자가 있으면 시범케이스로 금융노조가 나서 뭔가를 보여 줄 것”이라며 “현재 1순위로 주택금융공사 사장이 떠오르고 있으며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한미FTA와 관련해 한국노총 산하에서 금융노조를 제외하곤 관심이 떨어지고 있어 답답하다”며 “내년 1월 15일부터 한국에서 예정된 한미FTA 6차 협상 기간동안 금융노조가 반대투쟁에 적극 결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우리은행지부 주목” = 20일 정규직 임금동결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뼈대로 하는 임단협을 타결한 마호웅 우리은행지부 위원장이 이날 대표자회의에서 주목받았다. 마 위원장은 “사전에 우리은행지부의 입장을 각 지부 대표자들과 공유하지 못하고 논의를 진행해 미안하다”면서 “우리은행지부의 경우 임단협보다는 사실상 예보와 체결한 MOU(경영정상화이행약정) 폐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MOU가 폐지되지 않으면 지부에서는 임단협 등이 타결되더라도 이행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마 위원장은 정규직 임금동결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결정 배경과 관련해 “노조에서는 현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아픔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결의지가 강했으나, 현실적으로 우리은행이 재원이 없는 상황이 감안된 것”이라며 “이와 함께 관리직노조가 비정규직을 흡수하려는 움직임도 결정의 한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규직의 임금을 희생함으로써 비정규직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우리은행의 경우 MOU 때문에 정규직의 임금동결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사실상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동만 위원장은 “마 위원장의 고뇌에 찬 결단을 존중한다”며 “우리은행지부 사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은행지부 내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는 호응이 높으나, 정규직임금 동결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반발이 있다”며 “반발하는 간부들을 잘 설득해 주길 바란다”고 마 위원장에게 부탁했다.

◇ “조합비 문제 정리하고 가자” = 이날 대표자회에서는 또 지난 5월 현 집행부 출범 이후 설치된 ‘산별노조 강화 특별위원회’에서 사무처 운영규정 및 재정관련 규정과 금융노조 규약, 선거규정, 상벌규정 등에 대해 총체적인 재정비가 이뤄지고 있으며, 현재 주요 논의 의제를 보고했다.

산별노조 강화특위 재정분과에서는 재정의 본조 집중방안과 투명성제고, 조합비 납부기준 등을 정립중에 있다고 보고했으며, 제도개선분과에서는 인사권 및 재정의 본조 집중 방안, 본조 임원에 대한 견제기구, 선거일정의 정례화, 피선거권 제한 규정, 상벌규정 등을 검토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조합비 문제를 놓고 뜨거운 토론이 진행됐다. 김동섭 금융노조 사무처장은 “각 지부에서 내년 예산편성시 금융노조에 납부하는 조합비 25%를 감안해 편성해 달라”고 지부대표자들에게 말했다. 현재 각 지부에서는 조합비 25%를 금융노조에 납부하고 10%를 돌려받고 있으나, 내년에는 금융노조에서 지부납부 조합비의 25%를 운용할 것인지, 15%를 운용할 것인지 등을 놓고 논의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일단은 각 지부에서 25%를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해 달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주상배 감정원지부 위원장은 “각 지부 간 납부 조합비가 두 배 가량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지난 5월 산별강화 특위가 구성될 당시 조합비 통일 문제는 우선 과제로 선택을 했었다”면서 “그러나 산별강화를 얘기하면서 조합비하나 통일 못 시키는가”라고 비판했다. 주 위원장은 “시간이 촉박하지만 산별특위에서 내년 대의원대회 개최 전까지 반드시 결정해 주길 바란다”며 “조합비 문제를 이번에 반드시 정리하고 금융노조가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동섭 사무처장은 “산별강화 특위를 하루빨리 정상화 시켜 지부대표자들과 논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동만 금융노조 위원장은 “내년 1월 집중적인 논의를 통해 산별 역량 강화의 계기로 만들어 보자”며 “1월 달에 금융노조 전 간부 워크숍에서 최종 마무리하자”며 중재했다.

◇ ‘본조파견 강한 톤으로 요청’ = 김동만 위원장은 내년 현업 복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이병철 금융노조 부위원장을 염두에 두고 금융노조 인원이 많이 줄고 있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신년에는 지부에서 간부들을 많이 파견해 주기 바란다”며 “이병철 금융노조 부위원장(겸 정책본부장)이 12월말을 끝으로 현장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이 부위원장의 입장이 너무 완강해 더 이상 만류할 수 없었다고 김 위원장은 덧붙였다.

특히 금융노조에서 내년에 ‘IMF 10주년 조명’ 사업을 대대적으로 준비 중인데 그 적임자인 이 부위원장의 복귀는 금융노조 입장에서 큰 손실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이병철 부위원장은 “노조 상근간부 생활을 10년째다”며 “그 동안 부족한 점이 많았음에도 동지들이 보내준 따뜻한 정과 격려를 현장에서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강선 수석부위원장(겸 론스타비대위원장)은 외환은행 문제와 관련해 “향후 비대위는 론스타게이트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법 발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며, 이를 위해 노동계, 시민단체 등과 광범위한 연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또 “론스타게이트 의혹규명과 관련해 비대위 차원에서 <매일노동뉴스> 광고를 추진할 것이며, 론스타게이트 핵심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대한 투쟁은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간제·관리직 노동자 조직 확대 집중” = 이와 함께 금융노조는 내년에 기간제(비정규직) 노동자와 관리직 노동자의 ‘각 지부 직가입을 통한 조직 확대’에 강력하게 나설 전망이다.

김동만 위원장은 “우리은행 관리직 노조가 한국노총 연합노련에 가입해 연합노련에서도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관리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흡수하기 시작하면 교섭 체계 등에 있어 산별노조인 금융노조는 복잡한 문제점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현 금융노조 조직본부장은 “금융노조가 소외된 계약직과 관리직 노동자까지 가입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명실상부한 대표성을 갖는 산별노조로 거듭나야 한다”며 “금융노조의 입장은 기간제 노동자와 관리직 노동자들이 각 지부에 직가입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각 지부는 내부 운영규정을 정비해 소속 지부에 직접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노조의 판단이다.

이밖에 각 지부 대표자들은 현재 진행 중인 각 지부의 임단협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금융노조 내년 사업계획을 검토했다.
 
<매일노동뉴스>2006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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